감꽃 목걸이 만들면서 노무현을 추억하다

-철따라 새로 쓰는 우리 마을 절기 이야기(12)

등록 2009.06.03 18:14수정 2009.06.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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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영결식과 노제에 참석한 아이들 뜨거운 햇볕보다 어른들의 큰 키가 아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천진하게 웃고, 천진하게 물으며 노제에 다녀왔다. 선생님들이 통곡을 하자 아이들도 눈물이 났단다. ⓒ 한희정


지난 주는 우리 사회를 강타한 한 인물의 죽음에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믿기지 않은 소식에 무얼 해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를 찾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밤새 달려 봉하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수업 시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영상을 보며 함께 그를 추억하고, 29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시청 앞 노제에 참석하기도 했지요.


소만이 지나니 마을 골목 곳곳은 감나무꽃이 한창입니다. 연노랑 감나무꽃을 보니 시청 앞의 노란 물결, 하늘로 올라가던 노란 풍선이 떠오릅니다. 통꽃으로 뚝 떨어진 감나무꽃에 마음이 다시 애달파집니다. 강원도 아리랑의 한 사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감꽃을 주우며 헤어진 사랑, 그 감이 익을 때 오마던 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그 감이 익을 때 오마던 사랑이지만, 이제 우리는 누구를 기다려야 하고 무엇을 추억해야 하나 여러 상념에 젖는 날들입니다. 이런 저런 상념을 엮어가듯이 아이들과 감꽃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마을 곳곳을 돌면서 감꽃을 주워 철사에 꿰었습니다. 그렇게 꿴 목걸이를 들고 마을 개울가를 찾았습니다. 그 꽃목걸이를 물에 띄워 놓은 모양새가 새만금 바다에 떠있던 솟대며 장승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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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목걸이 노란 감꽃을 보며 노무현을 추억하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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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감꽃 목걸이 뚝 떨어진 감꽃을 주워 만든 목걸이, 떨어져 죽은 생명은 하나하나 정성어린 손길에 꿰어져 이렇게 되살아날 수 있다. ⓒ 한희정


이내 아이들은 물가에서 하는 놀이를 찾아냈습니다. 그 감꽃 목걸이를 물에 띄워 내려 보내고 잡아채는 놀이지요. 우리 목숨도 이 놀이처럼 그렇게 쉽게 잡아채지는 것이면 좋으련만 한번 떠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지요. 소만 지나 망종으로 가는 이 시기, 떨어진 감나무꽃을 볼 때마다 시청의 노란 물결과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가슴에 새겨질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또다른 절기 풍속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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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감꽃 목걸이를 띄우는 아이들 흘러가는 감꽃 목걸이는 쫓아가 잡을 수 있지만 한번 떨어진 목숨은 잡을 수 없다. 한번 흘러간 시간도 잡을 수 없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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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래 사체를 끌고가는 개미들 돌아오는 길, 제 몸집의 몇 배나 되는 강도래 사체를 끌고가는 개미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짐이 이랬을까?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이끌고 나가야 할 역사도 이런 것일까? ⓒ 한희정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감꽃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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