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검찰 주연-보수언론 배급의 살인극"

'검찰-언론 책임' 토론회... "제도 개혁보다 민주적 통제 필요"

등록 2009.06.03 20:39수정 2009.06.0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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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과 언론의 책임을 묻다'에서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이 '검찰은 어떻게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과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관행이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참사를 불러왔다는 반성 때문이다.

3일 오후 2시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검찰과 언론의 유착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쏟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법조계와 언론계 전문가들이 검찰 제도 개혁의 필요성과 방법, 언론 개혁 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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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검찰의 행태는 피의사실 공표죄" ⓒ 박정호


"노 전 대통령 서거, 언론 하이에나들의 광적 사육제"

'검찰 개혁' 발제자로 나선 박주민(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 "주기적인 언론브리핑, 치밀한 주변 수사, 천신일-이상득 수사 제외 등 여러 특이성으로 봤을 때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또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비춰볼 때 검찰의 행태는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엄격히 처벌하고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사실 피의사실 공표보다 검찰이 정치권력 눈치를 보며 중요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면서 "언론이 수사기관 내부의 정보로 특정사건을 덮으려는 시도를 파헤쳐 보도함으로써 수사를 강제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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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박 변호사는 "단순히 피의사실 공표만 단죄할 경우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검찰 제도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변호사가 내놓은 방안은 검사 인사제도 개혁,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 견제조직 설립 등이다.

'언론 개혁' 발제자인 박상주(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은 특히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박연차 게이트 이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 혐의 사실을 중계방송하고, 보수언론은 이를 취사선택하고 작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한마디로 하이에나들의 광적인 사육제였다"고 비판했다. 


박 논설위원은 봉하마을을 '아방궁'으로 묘사하고, 사실확인 없이 경쟁적으로 '1억 명품시계'를 보도한 조중동 기사와 칼럼 등을 예로 들며 "언론이 성장하는 게 아니라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입맛에 맞는 보도자료 받아쓰기와 부풀리기 관행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언론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토론자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처음부터 순수하지 않았다"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검찰 제도 개혁의 핵심을 '검찰 조직의 민주화'로 규정했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화 되면 국민 편에 설 것으로 생각해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혁을 하고 검찰을 방임했다"면서 "그 결과 검찰은 스스로 권력화 됐고, 어느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다 검찰 조직을 민주화시키는 게 근본적인 개혁 방법"이라며 공수처 설립,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검찰 조직 분리 등을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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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하이에나들의 광적인 사육제였다" ⓒ 박정호


"검찰 정치적 중립보다 조직 민주화가 근본적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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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영록 의원 등이 3일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과 언론의 책임을 묻다'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박형상 변호사는 검언유착과 언론사의 보도행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먼저 "피의사실 공표에도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검사가 수사 목적상 흘려주면 기자가 특종을 위해 낚아채서 부풀리는 지저분한 경로가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받아쓰고, 베껴 쓰는 잘못된 관행은 조중동이나 <한겨레>, <경향>이나 모두 같다"면서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경우 대립되는 사실에 4개 이상의 취재원을 확인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 언론은 오직 하나의 빨대(취재원)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보도자료를 베껴 쓰는 우리 언론은 사실상 담합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시민단체나 촛불, 노 전 대통령 수사는 6월 국회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며 "조중동과 검찰이 공모해 사건을 부풀리기 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또 "이는 언론을 가장한 범죄집단의 행위"라며 정부와 보수언론이 통과시키려는 언론악법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언론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보수언론의 검증의지 부족, 정보 차단, 언론의 시각과 자질 등 세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기보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을 우리 사회가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소장은 "우리 사회의 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 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드디어 현실에 발을 담그게 됐다"고 쓴소리를 한 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새로운 진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유선호 법사위원장, 김유정, 전해숙, 강창일, 조배숙, 우윤근, 강기정, 천정배, 김상희 의원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토론회에 앞서 축사를 한 천정배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희대의 살인극"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천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이명박 공안정권이 만들어낸 희대의 살인극"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연출하고 검찰이 주인공, 보수언론은 배급과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은 또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청와대가 인적쇄신을 하고 사람 몇 명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검찰과 권력 기관의 제도적 개선은 반드시 실행돼야 제2, 제3의 노무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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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노 전대통령 서거는 희대의 살인극" ⓒ 박정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 개혁 #언론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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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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