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중·고 교장들, 학교예산 사적용도 '펑펑'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부천교육장 포함 1억1000만 원 부당 집행" 주장

등록 2009.06.16 21:32수정 2009.06.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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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부천중등지회 관계자들은 16일 오후 부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천지역 중·고교와 부천교육청이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해 매년 부적절한 예산집행을 반복하는 것은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제공


부천지역 중·고교 학교장들이 올해 초 학교공금으로 관광성 친목연수를 추진하다 말썽을 빚은 가운데 이번에는 학교예산(기관운영업무추진비)을 접대비·경조사비·임의단체 회비 등 사적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여기에는 일선 학교장들의 예산집행을 지도·감독해야 할 부천교육장도 포함됐으며, 수천만원의 예산을 격려금·접대비 등으로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교조 부천중등지회는 16일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12개월간 부천지역 50개 중·고교와 부천교육청의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정보공개청구를 거쳐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전교조 부천중등지회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2개월간 부천지역 50개 중·고교에서 1068건 7192만8000원, 부천교육청 359건 4042만4000원 등 모두 1억1235만2000원이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용도별 예산집행 내역을 보면 ▲접대비가 5642만6000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조사비 3997만8000원 ▲격려금 586만6000원 ▲축하 화환 구입비 520만3000원 ▲임의단체 회비 487만8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주요 학교별로는 ▲소사고교의 경우 경조사비와 접대비 등 54건 501만3000원 ▲정명고교 는 접대비·경조사비·화환 구입 등 48건 401만1000원 ▲중흥고교는 뉴라이트 개소식 화환 구입과 접대비 등 34건 306만2000원을 학교 예산에서 지출했다.

또한 ▲부명고교는 학교장업무협의회 식대 72만1000원 등 34건 294만3000원 ▲상일고교 는 교육청 장학사와 타 학교 교장 등 외부인사 접대 116만5000원 등 34건 269만5000원 ▲남중학교는 부천시핸드볼협회 회장 취임식 축하 화환 전달 등 30건 264만2000원 ▲일신중학교는 부천시중등교장회 식대 50만원 등 28건 259만4000원을 집행했다.


이밖에도 성주중학교는 학교예산으로 여 교사 2명의 동생과 시동생 축의금을 내는 등 185만8000원을, 시온고교는 학교장 동창회 임원과 육성회 임원 경조사비 등으로 175만원을 지출하는 등 대부분 경조사비와 접대비, 임의단체 회비 등을 학교예산으로 집행했다. 

부적절한 예산집행 사례는 일선 학교장들의 예산집행을 지도·감독해야 할 부천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단체의 합법적인 집회에 동원된 경찰에게 간식비를 지원하거나 지역인사와 언론사 관계자, 교육관계자 식사 제공 등 접대비로 2441만 원(195건)을 지출했다. 

또 부천지역과 타 지역 학교 또는 교육청 관리직 경조사비로 1089만 원(129건), 특정단체 행사 및 관리직 연수 등과 관련된 격려금 258만 원(10건), 교육관계자 승진 및 인사이동 축하 화환 구입비 238만5000원(24건) 등 모두 4042만4000원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현행 경기도교육청 학교예산편성기본지침은 학교장 등 교직원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단체 회비와 경조사비, 기념품과 선물비용 등을 학교예산에서 집행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정부 예산편성지침도 기관운영업무추진비의 경우 기관의 운영이나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의 등 공적업무 수행에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진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사무국장은 "학교예산은 교사와 학생의 학습활동과 복지에 우선 반영해 집행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기관업무추진비로 편성된 예산을 학교장이 개인용도로 부적절하게 사용해 예산낭비와 학교교육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학교예산으로 지원되는 교장·교감협의회 외유성 연수는 지양돼야 하는데도, 부천교육장은 격려금까지 지급하는 등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면서 "부적절하게 집행된 예산은 환수하고 엄중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적 용도로 집행한 예산 총액이 많은 일선 학교장들과 부천교육청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부재중으로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일부 학교장들은 "올해 3월 부임한 상태여서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변을 피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 고위 관계자는 "전교조에서 주장하는 문제들을 인지하고 현재 일선 지역교육청과 학교들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감사결과 잘못된 예산집행 사실이 드러나면 시정조치와 함께 환수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부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천지역 중·고교와 부천교육청이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해 매년 부적절한 예산집행을 반복하는 것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은 철저한 조사 및 감사를 통해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을 환수하고, 엄중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전교조 측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에 직접 부패행위 신고 및 감사를 청구했다.   
#부천 중고교 #학교예산 #부당 집행 #부천교육청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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