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노무현은 지금도 살해당하고 있다

보수들의 대반격시대

등록 2009.06.24 18:02수정 2009.06.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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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 참가한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이종호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 참가한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이종호

 

2004년 1월 5일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고 한나라당이 적극 협력하여 두 달여 뒤인 3월 12일 마침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로부터 2009년 5월 23일 서거하기까지 한국의 정치판에선 '노무현 색깔 빼기' 광풍에 젖어있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노무현의 색깔이 잘못되어진 것이어서라기 보다 '노무현'을 지지하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되고, 노무현을 비호하면 정당의 인기가 하락한다' 이게 노무현 색깔빼기의 근간이었다. 너도나도 노무현을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는 몸짓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물론 이 말은 '노무현'과 한솥밥을 먹었던 이력을 가진 정치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야 물론 세력 규합의 산물이다. 인기 떨어진 대통령을 좇거나 인기 없이 퇴임한 대통령의 묵은 정책을 고집한댔자 그 세력, 그 정당은 도태에 직면할 것이 십상이다. 이것이 인기 위주의 오래된 한국 정치의 현상이다. 노무현과 동일 정당에 몸담았던 사람들로서 노무현과 거리를 두려했던 정치인들은 그 현실에 철저히 적응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왜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을까?

 

그들과 정치 이념을 달리했던 다른 당, 특히 한나라당의 반대 입장은 차라리 당연한 구도였다.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지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대 행태는 반드시 정책의 차별성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파악하고 저항하려는 반(反)한나라당 정치인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므로 얕잡아봐서일까, 한나라당의 횡포는 우심해지기 시작한다.

 

2003년 4월 2일 오전 10시, 노무현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7일 만에 국회에서 첫 국정연설이 있던 시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공식적인 첫 상면 자리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입장하자 모든 의원들이 기립하여 맞았다. 그것이 관행이고 도의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115 의석보다 18석이나 더 많은 133 의석을 자랑하던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 의석에선 기립한 의원이 없었다. 모두 앉아있었다. 지금이야 집권 정당의 다수의석이어선지 '법치'니 '관행'이니 '정치도의'니 하는 말을 점잖게 쓰는 모양이지만 그건 관행이나 정치 도의에서 매우 벗어나는 졸렬한 행위였다.

 

피카소가 있어 이때의 정경을 그림으로 그렸다면 얼굴 한쪽이 없는 반면형(半面型)을 남겼으리라 여겨진다.

 

왜였을까?

 

과거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해괴한 현상이었다. 쿠데타 정권의 국회에서도, 자유선거로 집권한 국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이는 그들이 자주 쓰는 '정치도의상'으로도 있어서는 안 될 방자한 행태였다. 정치 도의에 대한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말하며 그들의 뿌리를 쿠데타와 연관 짓는다. 이들과 같은 움직임을 갖는 퇴역 군복차림의 어느 단체는 오늘도 노무현 분향소를 훼손하고 있지 아니한가.

 

자신의 과오를 회개가 아닌, 미봉책으로 감추려는 사람일수록 상대의 흠집을 더욱 바르집고 덤비듯이 과거 '차떼기'의 부정함을 덮으려 했음일까, 아니 그보다 더 소급하여 일고 있는 군사독재나 친일로 이어지는 불명예스런 주류 전력(前歷)의 논란을 잠재워보려 했음일까, 온당하달 수 없는 공격을 일삼아왔다.

 

여기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이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보수 언론의 행태이다. 그들 신문의 정치 사회적 논조, 한나라당은 선이고, 비(非)한나라당은 악으로 표현되기 일쑤이다. 그들 신문이 어떤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국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지에 대하여는 역사가 파헤쳐줄  것으로 보지만 현실은 그들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고 호도되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중동과 함께 양 날개로 한나라당의 횡포와 독선을 부추기는 세력, 일부 기독교 계열이다. '일부'라고 하기엔 그들의 입김이 너무 크게 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다수는 어떤 진실도 덮을 수 있는가?

 

이들 삼위일체 집단들은 때로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멸공통일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정당화해나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이들에게 반대하는 주장이나 비판적 논리는 검증 없이 '좌파 빨갱이'가 되고 하나님을 거부하는 '지옥 갈 사람'이 되어 처형되어야 마땅한 지경에 이르렀다.

 

저들은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통치행위였던 대북송금 특검법도 만들 수 있었다.  '김대중은 빨갱이', 김대중의 정치적 아들 격인 '노무현은 물론 빨갱이' '용산 세입자들의 참화도 빨갱이 짓'이며 인권과 생존권을 주장하는 세입자나 대부분의 저항 노조는 '모두 빨갱이'다. 촛불집회도 빨갱이 놀음이고, 노벨 평화상 쯤이야  '돈 주고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노벨상 위원회에 대한 명예훼손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 우스운 것은 일부 문학하는 유명인들의 행태이다. 그 동안 진보진영 문단의 태두노릇을 자임하며 세계를 누비던 어느 문필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며 '실용주의 정부'니 뭐니 하며 현 정권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그를 아끼고 존경하던 많은 독자들을 실망시켰다.

 

또 그보다 먼저 지난 박정희 집권 시절, 정권의 생래적 불의와 부정을 담시로서 고발하여 감옥생활까지 했던 저명한 시인의 모습도 이 땅의 민중을 희망으로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20일 어느 방송 초대석에 출연하여 서거 며칠 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을 해 그 인격을 의심하게 했다.

 

"일 억 짜리 반지 받은 거 다들 안다. 그걸 제 xx네한테 미루고…" 하는 등 술 취해가는 듯한  몸짓으로 연신 찻잔에 리필을 가하며 비판 아닌 비난에 열을 올렸다.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느 한 구석의 정신적 지주 내지 동반자로 여겼을 수도 있는 그들이었기에 노무현의 절망은 좌절로 나아갔을 수도 있다.

 

빨갱이 논란을 일으켰던 1950년 대 초 미국의 매카시 선풍도 결국 허위로 밝혀졌던 역사를 회고한다면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늦은 '빨갱이' 선풍이, 또 그에 편승하는 몇몇 지식층의 모습들이 우리 스스로에게 얼마나 부끄럽고 저열한 만행인가를 알게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저들의 흑색선풍으로 하여 지금 이 땅의 수많은 두뇌들이 죽어간다. 죽어가고 있다.

 

노무현은 그렇게 죽었고, 또 다른 수 없이 많은 노무현이 죽음 앞에 직면해 있음을 보기 어렵지 않다.

2009.06.24 18:02 ⓒ 2009 OhmyNews
#한나라당 #조중동,일부기독교인들 #진보문인들 #매카시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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