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비상상황, 24시간 깨어 있어야"

민주당 지도부 '전열 정비' 독려... 도종환 "지금은 속물정치 시대"

등록 2009.06.25 17:55수정 2009.06.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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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개회 하루 전인 25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대여 투쟁을 거듭 다짐했다. 특히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는 등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지금은 정말 비상한 상황"이라며 "24시간 깨어 있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본회의와 상임위를 언제 기습적으로 열지 모르기 때문에 밤낮으로 대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국회 소집공고를 낸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남용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거대한 한나라당 169명 의원들이 청와대 하수인으로 전락해 국회의 권위와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을 그만둬야 하는데, 그 키(열쇠)는 국회의장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김 의장이 지난해 정기국회, 올해 2월, 4월 국회에서 계속 직권상정을 해 왔는데, 대한민국 국회 사상 3번 연속 직권상정한 국회의장은 처음"이라며 "또 다시 국회의장이 권력의 편에 설 것인지, 국민의 편에 설 것인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권력의 들러리가 아니라 권력의 횡포로부터 입법부의 위상을 지켜야 할 책임이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말해 미디어관련법 등을 직권상정할 경우 김 의장도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단독국회 반대여론 60%'라는 민주정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흔들림 없이 싸워 나가자"고 독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우리의 5가지 요구사항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서 대단히 안타깝다"고 우려한 뒤 "우리의 태도를 가다듬고 의지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시간을 끌면서 민주당이 요구사항의 강도를 낮추기를 원한다면 역사적 심판과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5개 요구사항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당당하게 나가자"고 호소했다.

 

'미디어법-비정규직법' 분리 대응... 단독국회 예정일 본회의장 앞 의총 

 

민주당은 24일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 연석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미디어관련법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분리해 대응하기로 했다.

 

미디어관련법은 한나라당이 신문과 재벌의 방송 겸영 허용 조항만 삭제한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디어관련법 전체를 거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을 핵심조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타협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협상과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압도적 다수인 70%가 거대 족벌신문과 재벌의 방송 소유를 반대하고 있는데, 그 조항만 삭제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한나라당과 대화해서 방송법, 신문법을 처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경우, 한나라당도 참가하고 있는 '5인 연석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인 연석회의가 합의점을 찾을 경우 29일이나 30일에도 국회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만 처리하는 데 협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원포인트 법안처리'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5인 연석회의와 별도로 비정규직법 시행을 3년간 유예하는 새로운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가 결국 5인 연석회의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속셈이 합의를 하려는 것인지, 3년 유예안을 밀어붙이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만일 5자 연석회의에서 합의를 깨고 어제(24일) 제출한 3년 유예안을 단독 날치기 한다면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더 이상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실력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국회 본회의는 물론 모든 상임위 개최도 막겠다는 생각이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전 의원에게 '상임위 개회요구서를 제출하고 26일부터 회의를 진행하라'고 고지했다"면서 "한나라당 단독국회는 명분없이 미디어법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임위를 전원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2시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단독국회를 막겠다는 뜻을 담은 강력한 시위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국민모임과 '다시 민주주의' 소속 의원들은 3일째 본회의장 정문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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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스노보크라시'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도종환 시인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스노보크라시'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도종환 시인 '노무현=정조' 비유... "가능성의 시대가 주어졌다가 사라졌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도종환 시인을 초청해 특강을 들었다. 도 시인은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스노보크라시'를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조선의 정조 시대에 빗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가능성 있고, 창의적이고, 꿈이 현실화되는 시대라고 한다면 정조와 다산(정약용)이 만났던 시대가 아닌가 한다"며 "개혁권력과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신하들이 만나서 꿈을 펼쳐나가던 24년 동안의 역사가 우리 역사의 르네상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조의 죽음 뒤 노론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서 조선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역사를 언급하면서 "역사에서 가능성 있는 창의적인 시대는 자주 오지 않았는데, 그런 가능성의 시대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가 사라졌다"면서 "그에 대한 책임이 여기 계신 (민주당)사람들에게 있고, 시민사회에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5년을 정조의 '실패한 개혁'과 비교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또 현재의 정치와 권력은 민주주의(데모크라시)가 아닌 '속물(snob)주의-속물정치'라면서 '스노보크라시(snobocracy)'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은 속물의, 속물에 의한, 속물을 위한 정치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이명박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2009.06.25 17:55 ⓒ 2009 OhmyNews
#민주당 #단독국회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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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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