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불안? 비정규직은 원래 고용지옥!

정규직화 회피를 위해 해고를 무기로 쓰는 파렴치함

등록 2009.07.01 16:21수정 2009.07.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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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이 불안해진다는 말은 현재는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때문에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표현은 정규직에게나 어울릴 만한 것이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비정규직이란 원래 고용이 불안한 정도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고용 지옥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형태 중 일용직이란 '매일 해고되는 근무 형태'를 뜻한다. 이 사람이 1년을 매일 일했다면 이사람은 365번 해고된 사람이다. 기간제 근로를 뜻하는 계약직은 어떨까? 한달 계약직이 1년을 일했으면 이사람이 해고된 수는 12번이다. 비정규직을 2년간 허용한다는 이야기는 이런 매일 해고, 매달 해고를 2년이나 지속한다는 의미이며, 이렇게까지 한 자리에서 사람을 부려먹었다면 이는 꼭 필요한 인원일 수밖에 없으니 정규직으로 채용하란 이야기다.

 

이런 장기간에 걸친 상시적 해고는 나 몰라라 하던 정부와 친이명박계 신문들이 갑자기 앞다퉈 비정규직의 해고 문제를 다뤄주는 이유는, 비정규직이 해고되기 때문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상 해고가 자유로워야 하고 임금이 싸야 하는 이들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오히려 해고하겠다는 으름장을, 매일매달 해고해왔던 주제에, 놓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문제의 정확한 명칭은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대량해고'가 아니다. 비정규직제도가 도입되자 마자 대량해고는 상존해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정확한 명칭은 '기업들의 대규모 정규직전환 회피'라 불러야 한다. 규제만 더 풀어주면 고용도 늘리고 그러면 복지도 이루어진다고 큰소리 떵떵치더니, 정작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와 기업들이 손잡고 정규직 고용회피를 위해서 해고라는 생계가 달린 악한 수단을 휘두르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상시해고에 처해있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며, 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이다. 법이 대량해고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대통령과 정치인들, 법망을 피해 고용책임을 회피하려는 부도덕한 기업인들, 이들의 비호와 광고 아래 밥벌어 먹고 있는 신문들이 대량해고를 부풀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이 비정규직법 적용으로 인한 해고 우려를 전하며 뽑은 제목은 '강자에겐 미풍, 약자에겐 태풍'이다. 정규직과 대규모 사업장의 비정규직에게는 피해가 적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에게는 그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이게 다 '정규직 때문이다'는 조선일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책임회피를 잊지 않는다.

 

강자에겐 미풍, 약자에겐 태풍이라는 분석은 정확하다. 문제는 예의 조선일보가 가진 시각의 편협함. 시각을 조금만 넓혀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옆자리에 버티고 있는 기업까지 포함시킨다면, 조선일보의 이 분석이 더욱 정확해진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과 조중동이 난리를 치며 이 바람을 막고자 하는 이유는, 약자에게 태풍이 불어서는 아니다. 이미 약자들은 지난 2년을 매일 태풍 속에서 보내 왔으니 걱정도 새삼스럽다. 이들이 난리치며 막고자 하는 바람은 바로 '정규직화'라는 작은 미풍이다. 전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아니고, 2년이나 상시 고용할만큼 경영상 생산상 필요한 인원을 정규직화시키는데 들어갈 몇푼 안되는 미풍마저도 피하고 싶어서 이 난리인 것이다.

2009.07.01 16:21ⓒ 2009 OhmyNews
#비정규직 #비정규직보호법 #이명박 #조선일보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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