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그들의 Corea-기타 하나 동전 한닢

한국을 기억하는 이들과 유쾌한 시간

등록 2009.07.03 09:08수정 2009.07.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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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2008년 11월 1일 주택가와 공원을 돌면서

 

어제 끝난 칠레 산티아고 교민회 30주년 공연을 마치고 이틀 여는 따로 개인만의 시간을 가졌다. 하긴 뭐 움직이는 이 여정 자체가 홀로이다 보니 모든 과정이 혼자만의 시간이었겠지만.

 

튼튼한지 부실한지 가늠은 잘 안되지만 11호 자가용을 의지해 그런대로 예술의 풍치가 서린 주택가를 걷다보니 아카시아(정확히는 아카시)나무가 가로수로 조성돼있다. 근데 신기하게 동구밖 과수원길 아닌 산티아고 주택가 아카시는 향기가 없다는 교민들의 말을 직접 시험해 볼 양 부러 코에 가져다 대고 정말 무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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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의 가로수가 아카시 나무랜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하던 진한 향내는 맡을 수 없다. ⓒ 박우물

주택가의 가로수가 아카시 나무랜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하던 진한 향내는 맡을 수 없다. ⓒ 박우물

 

도시 도로와 공원에서

 

사막지대인 여타 라틴국들 도시 작은 녹지 공원도 그야말로 목숨걸듯 꾸미던데 산티아고도 예전 오염도시 오명은 별반 기억에 없이 도시가 깨끗하게 보인다. 분지형태라서 간간이 스모그의 운집을 산위에서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환경에 무진 신경을 쓰는 양 곳곳에서 비록 인위적인 노력의 결과라 할지라도 도시의 색조 기억이 다를 것 같다. 다만 탁하디 탁한 황톳물의 물 흐름은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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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협소하지만 황톳물이 힘차게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 박종호

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협소하지만 황톳물이 힘차게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 박종호

공원에 들어서기 전 거리에서 자신들의 재주를 보여주는 연인의-아마 저렇게 호흡을 맞추려면-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일단의 연습 그룹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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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자신들의 장기를 보여주며 운전자들에게 동전을 지원 받는 거리 퍼포먼서들을 라틴 아메리카 어느 도시에서든 종종 볼 수 있다. ⓒ 박종호

거리에서 자신들의 장기를 보여주며 운전자들에게 동전을 지원 받는 거리 퍼포먼서들을 라틴 아메리카 어느 도시에서든 종종 볼 수 있다. ⓒ 박종호

발랄한 치어리더들의 응원공연은 경기를 윤택하게 해주는 맛깔스런 감초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어디 그냥 이뤄졌을까. 무슨 대회를 앞두고 있는지 일단의 젊은이들이 떼를 이루어 군무에 열중중이다. 어떤 곳은 마치 레크레이션을 하는 양 보이지만 거개는 정해진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어느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젊음의 소중한 때 자기계발을 위해 공동작업을 하는 모습은 가히 다른 것과 대조할 수 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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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군무 연습 아마도 어느 큰 경연대회가 있는 듯 도처에서 이리 연습하는 젊은 그룹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박우물

▲ 공원에서 군무 연습 아마도 어느 큰 경연대회가 있는 듯 도처에서 이리 연습하는 젊은 그룹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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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치어리더들의 연습 모습을 그날 몇팀이나 볼 수 있었다. ⓒ 박종호

공원에서 치어리더들의 연습 모습을 그날 몇팀이나 볼 수 있었다. ⓒ 박종호

 

 

나) 한국과 관련된 이들의 만남

 

11월 2일 일요일

 

부인할 필요도 없지만 참 나는 길치인 것 같다. 교민 숫자가 칠레 산티아고도 많지 않지만 도처에 서울이라는 가게 이름부터 한국식당과 교민회 사무실까지 운집한 곳이니 이곳이 한인들을 만나기에는 참 좋은 곳인데 왜 이리 내 눈에는 길이 어려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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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밀집한 상가 거리에는 대장금이란 간판도 보인다. ⓒ 박우물

한인들이 밀집한 상가 거리에는 대장금이란 간판도 보인다. ⓒ 박우물

 

교민회 공연 장소도 못 찾고 다소간 헤맸는데 그런대로 평판이 좋은-소문 나쁜 교회도 있다는 소린가?-교회를 찾는다고 근처에서 10분이면 족할 거리를 40여분동안 헤맸으니 말이다. 한인교회들은 거의 보편적으로 점심을 제공하는데 거기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두 커플과 우연히 조우하였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모습은 혼자 기타 하나 동전 한닢 쥐고 움직이는 내게는 부러운 대상들이다.

 

문화사절단으로 피아니스트 김선욱, 우리 소리꾼인 안숙선님이 칠레에 와 있었나보다.

페루에서 APEC 후 한국 대통령이 칠레에 들르기로 해 문화사절단중 스태프들로 여기는 이들도 나랑 마찬가지로 객으로 예배에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한국내 경제위기로 인해 칠레는 비껴간다고 어제 대사님이 공지를 하였지만 국가 VIP가 온다고 일부에서는 무던히들 신경 썼으리라.

 

나-1) 합기도 아닌 한기도 사람들과

 

이번 산티아고 30주년에 맞춰 지방 랑까구와시와 자매결연관계가 있던 경기도 모 도시 공연팀이 오후에 쇼핑타운이 밀집된 곳에서 또 한 번 야외행사가 있다 해 그곳에 갔다.

 

같이 간 지인이 예사롭지 않은 차림의 현지인과 인사를 하는데 그 현지인은 한국식으로 정중히 머리까지 정중히 숙이면서 인사를 하길래 Martial Artist같다고 했더니 같은 게 아니라 무도인, 그것도 한국무술을 하는 사람이었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자신들 무술은 합기도가 아닌 한기도라고 한다. 한국과 관련된 공연이라 모든 관원들을 끌고와서 간접적으로나 한국을 느끼게 하려는 Maestro의 노력이 마음으로 전달되어 가슴 한 켠이 찡해온다.

 

창시자가 김포공항쪽에 있는 관계로 한국만 6번이나 방한하였다는 그는 4번이나 서울을 방문한 다른 관장도 소개해줬고 나의 요청에 의해 한기도 모자를 쓴 세뇨리따와 같이 기념촬영을 하였다. 얼마든지 무술도 유파들이나 갈래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무도의 길을 걷는 이들과의 만남이 어찌 안유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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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공연단이 왔다고 해서 도장 관원들과 같이 구경을 온 무술회원들, 세뇨리따 모자에 한기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박종호

한국인 공연단이 왔다고 해서 도장 관원들과 같이 구경을 온 무술회원들, 세뇨리따 모자에 한기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박종호

나-2) 한국말을 할줄 아는 다국적 사람들

 

2층에서 한기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무대 가까운 쪽으로 내려왔는데 공지사항으로 나가선지 한국교민들도 그런대로 제법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앞의 어느 외국인의 한국말에 멈칫하였다.

"어, 한국노래다."

아무리 봐도 현지인인데 에스빠뇰과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누구보고 들으라고 하였던 소리일까? 궁금증을 못 견디고 물어봤다.

 

"아니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어요?"

"아, 저요. 저 한국노키아 연구실에서 3년 근무했어요."

그러고 보니 말은 서툴지만 막노동판에서 배운 질 낮은 한국어가 아니고 제대로 배웠다는 인상이다.

 

"이 친구도 한국에서 일한 필리핀 사람이예요."

그러면서 그는 모자쓴 사람을 소개해주는데 아까 한말은 한국말을 알아듣는 필리핀 친구에게 한 소리 같다. 쇼핑 나왔다가 우연히 한국어노래가 나오니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를 지른 것이라고.

 

나머지 멤버중 여자인가 남자인가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람이라고 하였고 좋은 기념이 될 것 같아 이들과도 함께 포즈를 취하였다. 필리피노는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며 내 단체에서 사람 안뽑냐 하지만 기능이 별반 상관도 없을 것 같고 역량 밖이라 정중히 거절을 하였다.

 

이들까지는 그 정도로 인사를 하고 따로 연락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한 장소에서 한국과 관련있는 외국인들을 두 팀이나 우연히 만난지라 나의 정체성인 한국인을 다시 한 번 되물어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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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루마니아, 칠레 동료들로 이중 두명은 한국과 직접적으로 인연이 있었다. ⓒ 박종호

필리핀, 루마니아, 칠레 동료들로 이중 두명은 한국과 직접적으로 인연이 있었다. ⓒ 박종호

다) 뒷풀이

 

저녁에는 교민회 행사 뒷풀이가 재미교포 자본으로 만든 호텔에서 있었다. 민박집이 아닌 정식 호텔이고 2년쯤이면 옆에 새로운 숙박시설이 들어 설 예정이라 한다. 따로 한인 음식이 제공되지 않는 곳이라 제일 꼭대기 층에 위치한 공간에서 뷔페식으로 나름 자랑하는 칠레 와인과 준비된 음식을 나누었다.

 

뭐랄까.

당연히 밖에 나가면 대접을 받는 것에 익숙해진 공연팀의 철없는 아이에겐 양이 안 차보였을 수도 있지만 한인회에서 성의껏 준비한 자리였다. 뒷풀이에서 으레 나올 수 있는 평가회 형식이지만 자화자찬이 아닌 정말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불러준 객이라고 과한 대접을 받으며 산티아고의 일요일 밤은 그리 흘러갔다. 그나마 내 지인이 술이 몇 순배 돌아가면 실수할까 걱정 걱정 하였지만 그도 그런대로 무난히 지나가고 자정이 넘어 숙소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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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4개짜리 산티아고 유일의 한인관련 호텔이다. 주로 교민회에서는 이곳에 손님들을 모시는 중이지만 여타 남미국가들에 비해 싸지는 않다. ⓒ 박우물

별 4개짜리 산티아고 유일의 한인관련 호텔이다. 주로 교민회에서는 이곳에 손님들을 모시는 중이지만 여타 남미국가들에 비해 싸지는 않다. ⓒ 박우물

 

라틴 박우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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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개인 카페, 블로그에 동시게재중

2009.07.03 09:0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개인 카페, 블로그에 동시게재중
#칠레 산티아고 #재한 외국인노동자 #산티아고 공원 #치어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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