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들인 굴포천, 비 오니 '똥물'로

2일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공사차량 3대 침수

등록 2009.07.03 19:30수정 2009.07.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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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굴포천 2일 갑자기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인해 굴포천에 물이 불어 나면서 부평구청역 앞 굴포천 삼각주 인근 굴포천변에서 지하철7호선 공사차량 3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굴포천 2일 갑자기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인해 굴포천에 물이 불어 나면서 부평구청역 앞 굴포천 삼각주 인근 굴포천변에서 지하철7호선 공사차량 3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김갑봉

▲ 굴포천 2일 갑자기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인해 굴포천에 물이 불어 나면서 부평구청역 앞 굴포천 삼각주 인근 굴포천변에서 지하철7호선 공사차량 3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김갑봉

2일 국지성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면서 굴포천 복개구간에서 유입된 오수와 우수로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이 또 똥물로 변했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문제는 장마가 끝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장마가 끝난 뒤 7~8월 태풍까지 남아 있어 굴포천은 향후 몇 번이고 더 똥물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게다가 이번에는 물이 불어나면서 부평구청역 인근 서울지하철 7호선 인천연장 구간 공사 차량들이 침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 무렵부터 부평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는 두 시간 만에 57㎜를 뿌렸다. 갑작스러운 장대비로 복개된 굴포천 상류구간으로 빗물이 유입돼 굴포천에 물이 불어났다. 이 비로 5시 무렵 굴포천변 공사현장에 세워둔 1톤 트럭 2대와 승용차 1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침수차량은 공사 현장에 있던 포클레인에 의해 20여 분만에 인양됐다.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은 합류 지점에 오수 차집 시설을 설치해 복개구간 오수를 차집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갑자기 유량이 늘어나면 오수와 우수가 뒤섞인 물이 그대로 자연형 하천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평상시 오수를 차집하는 데 문제는 없으나 문제는 장대비로 상류구간에 빗물이 다량으로 유입 될 때 발생한다.

 

굴포천 상류구간은 만월산과 장고개에서 발원해 두 물줄기로 흐르다 부평구청 인근에서 합류하는데 대부분 구간이 불투수층인 복개구간이다. 빗물이 지하로 스미기도 하고 하천을 따라 흐르면 별 문제 없지만, 불투수층인데다 복개구간은 콘크리트로 돼 있어 물살이 빠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생 원인은 알아도 해결은 쉽지 않은 게 더 문제다. 시는 굴포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할 당시 이를 알면서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 공사를 진행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굴포천은 비가 오면 똥물로 변할 수밖에 없다. 450억 원이라는 재원을 투자해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했지만 사실상 비만 오면 똥물로 변하게 돼 있어 상류구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번 사태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어 '450억 짜리 똥물'이라는 주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 굴포천 부평구청 앞 굴포천 상류구간으로 유입 된 복개구간의 하수를 차집하는 곳. 지난2월 비가 와서 늘어난 하수와 오수가 차집시설에 차집되지 못하고 굴포천으로 넘치고 있다.

굴포천 부평구청 앞 굴포천 상류구간으로 유입 된 복개구간의 하수를 차집하는 곳. 지난2월 비가 와서 늘어난 하수와 오수가 차집시설에 차집되지 못하고 굴포천으로 넘치고 있다. ⓒ 부평신문

▲ 굴포천 부평구청 앞 굴포천 상류구간으로 유입 된 복개구간의 하수를 차집하는 곳. 지난2월 비가 와서 늘어난 하수와 오수가 차집시설에 차집되지 못하고 굴포천으로 넘치고 있다. ⓒ 부평신문

올 2월에도 불과 29㎜만 내렸을 뿐인데 굴포천의 차집시설의 물은 범람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개구간을 뜯어내고 복개구간의 하수관거를 정비해야 한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최혜자 사무국장은 "복개구간은 구도심 지역이다. 이 지역 하수관거를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안타깝지만 정비가 되지 않고서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어 당분간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복개구간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젠 복원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며 "전면 복원이 어렵다면 우선 상류구간 중 미복개 구간에 빗물 저류공간을 확보해 한꺼번에 유입되는 것을 막고, 빗물을 재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에는 청둥오리가 날아들기도 했으며, 지난 5월에는 잉어떼와 붕어떼가 산란처를 찾기 위해 하류에서 상류인 부평구청역 굴포천 삼각주 인근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오수가 유입되면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한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03 19:30ⓒ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굴포천 #생태하천 #자연형하천공사 #국지성 폭우 #부평구청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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