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모래가 만든 선물, 신두리 사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기행

등록 2009.07.08 17:56수정 2009.07.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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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사구 신두리 해안사구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활짝 핀 해당화가 아주 예쁘게 피어 있다. ⓒ 김동이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드넓게 펼쳐진 사구는 마음마저 넓어지게 만들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신두리 사구길은 사색에 빠져들 만큼 낭만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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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본 사구 풍경 억새풀과 해당화 등 식물로 뒤덮여 마치 넓은 들판처럼 보인다. ⓒ 김동이


7일 국내 최대의 사구이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2001년 11월 30일 지정)돼 있는 충남 태안 원북면의 신두리 사구를 찾았다.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있는 신두리 사구는 보호 차원에서 차량 출입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구 입구 안내소에서도 차량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하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신두리 사구는 태안반도의 북서부 해안인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해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길이 약 3.4km, 폭은 약 0.2km~1.3km, 총면적 98만2953㎡로 남북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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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를 반으로 가르는 길 사구 정상으로 가는 사구길. 500여미터를 도보로 이동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김동이


신두리 사구를 반으로 가르는 사구길을 따라 사구의 정점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마다 길 옆에는 바닷가의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해당화와 억새풀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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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 풍경 풀이 없어지는 겨울 무렵이면 사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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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억새로 뒤덮여 있는 사구 ⓒ 김동이


사구라서 단순히 모래언덕인 줄만 알았는데, 시기가 여름이라서 그런지 사구는 해당화와 참억새 등의 식물들로 뒤덮여 있어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풀숲 사이로 해안부대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철책선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철책선이 흉물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구와 잘 어우러져 운치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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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의 정상 정점을 표시하는 표식물이 보인다. ⓒ 김동이


사구길을 따라 500여 미터를 이동하니 언덕의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면서 언덕 저 편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해변을 벗삼아 지은 집 한 채와 또다시 길게 늘어서있는 길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약간의 실망감을 뒤로 하고 정점표시가 있는 정상에 올라 정상에 오르기까지 걸어온 길과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신두리 해변의 모습을 감상했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 와서 그런지 사진과는 다른 풍경에 기대감이 무너지긴 했지만 그래도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 낸 자연이 준 선물에 놀라움도 금할 길이 없었다.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길. 사구 전체를 뒤덮고 있는 해당화와 억새풀을 감상하며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데, 짝짓기를 하고 있는 풍뎅이가 보였다. 그렇잖아도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신두리 사구에서 곤충과 동물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나마 풍뎅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한참을 짝짓기하고 있는 풍뎅이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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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의 곤충 '풍뎅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 김동이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상관없이 날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영상에 담은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작은 동물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도마뱀처럼 생긴 것이 아주 몸놀림이 민첩했다. 자세히 보니 몸에 무늬가 있는 것이 희귀종처럼 보였다. 하여 안내책자를 찾아보니 이 파충류의 이름은 '표범장지뱀'이며, 그동안 사구 파괴와 농약 사용 증가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고 사구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다고 기록이 되어 있었다.

운이 좋았나보다. 사구 언덕에 올라갈 때만 해도 자세히 살펴봤는데도 흔히 하는 말로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는데, 경관 감상에 빠져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보게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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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자연이 준 선물 신두리 사구 생태계의 보고이자 국내 최대의 사구인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 해안사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 김동이


사구 관람을 모두 마치고 안내소에 있는 어르신께 "구경 잘 했습니다. 그런데 오다보니까 도마뱀도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동물도 있나요?"하고 질문하자 그 어르신은 뜻밖에도 "뱀도 있고, 개구리도 많어. 도마뱀은 뭐 가장 많고…"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뱀두 있다구요? 막 돌아다녔다가는 큰일나겠네요?"
"많지 않으니까 뭐"


학술적 가치가 있는 신두리 사구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서 독특한 지형과 식생들이 잘 보전되어 있으며 연분홍의 해당화 군락,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과 염생식물 서식지, 조류의 산란장소로 생태적 가치와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해안의 퇴적지형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사구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사구의 형성과 고환경을 밝히는데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이 서식하고 있다면 사구를 자유롭게 누비며 관람할 수 없잖은가.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어르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료를 보니 사구에 서식하고 있는 파충류 중에서 뱀은 산구렁이라 불리는 누룩뱀과 유혈목이라는 두 종류가 있는데 다행히도 모두 독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뱀에 노이로제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주의를 기울이며 사구를 관람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난 모든 관람을 마친 뒤에 들어서 그런지 뱀에는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한편, 신두리 해안사구와 인접해 있는 태안 신두리 해수욕장은 오는 7월 15일 개장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 중도일보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 중도일보에도 송고합니다.
#신두리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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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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