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한자말 덜기 (77) 국사

[우리 말에 마음쓰기 697] 나라일, 나라말, 나라땅, 나라노래, …

등록 2009.07.14 10:44수정 2009.07.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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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국사

 

.. 국사를 걱정하는 것은 알고 있어도, 국사를 걱정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자일 것이다.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 봄이 옳다 ..  《후쿠자와 유키치/엄창준,김경신 옮김-학문을 권함》(지안사,1993) 96쪽

 

 '방법(方法)'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길'로 손보아도 괜찮습니다. "자(者)일 것이다"는 "사람일 터이다"나 "사람이리라"로 다듬고, '정말(正-)'은 '참말'로 다듬으며, '신중(愼重)하게'는 '차분하게'나 '곰곰이'나 '깊이'나 '꼼꼼히'로 다듬어 봅니다.

 

 ┌ 국사(局司) : 한 절의 경내를 맡아 본다는 귀신

 ├ 국사(國士) : 나라의 뛰어난 선비

 ├ 국사(國史) : 나라의 역사

 ├ 국사(國史) : [역사] 신라 진흥왕 6년(545)에 거칠부가 왕명에 따라 편찬한 역사책

 ├ 국사(國事) : 나라에 관한 일

 │   - 국사를 돌보다 / 국사를 논하다

 ├ 국사(國使) : 나라의 명을 받아 외국으로 가는 사신(使臣)

 ├ 국사(國祀) : [역사] = 대사(大祀)

 ├ 국사(國社) : [역사] 작은 나라에서 세우던 태사(太社)

 ├ 국사(國師) : [역사] 임금의 스승

 ├ 국사(國嗣) : [역사] 임금의 후사(後嗣)

 ├ 국사(鞠詞/鞫辭) : [역사] 국죄(國罪)를 다스리기 위하여 국청(鞠廳)에서 신문하는 말

 │

 ├ 국사를 걱정하는 것은

 │→ 나라일을 걱정할 줄은

 │→ 나라일은 걱정해야 하는 줄은

 └ …

 

 모두 열한 가지 한자말 '국사'를 실어 놓은 이 나라 국어사전입니다. 이 가운데 여섯 가지는 역사사전으로 옮겨 놓을 낱말인데, 곰곰이 따져 보면 이 '역사사전에 옮길 낱말'이란 지난날 권력자가 쓰던 낱말입니다. 지난날 권력자는 여느 사람들 말씨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한문으로 생각을 털어놓고 일을 했습니다. 이리하여 우리네 '역사 낱말'이라 하면 온통 한문일 뿐입니다. 한자도 한자말도 아닌 한문일 뿐입니다.

 

 우리 옛사람이 살아온 발자취를 우리가 거스를 수 없습니다. 우리 옛사람 발자국을 지우려 한다 한들 지워지지 않을 뿐더러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옛일은 옛일이되 오늘날 일은 오늘날 일이니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늘날 우리 말'을 알차고 아름답게 가꾸어 놓아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늘날을 비롯해 우리 뒷사람이 살아갈 뒷날을 알차고 아름답게 여밀 만한 싱그럽고 살가운 낱말과 말투로 말 문화를 이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터에 가장 알맞을 낱말을 찾고, 우리 손으로 우리 삶을 가장 알뜰히 담아낼 낱말을 빚으며, 우리 슬기로 우리 삶자락을 넉넉하게 가꿀 낱말을 보듬어야지 싶습니다.

 

 ┌ 국사를 걱정하는 방법을

 │

 │→ 나라일을 걱정하는 길을

 │→ 나라일을 어떻게 걱정해야 하는지를

 └ …

 

 모르는 노릇이지만, '國事'라는 낱말 또한 지난날 권력자끼리 주고받던 낱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느 사람한테는 그예 '나라일'일 뿐이니까요.

 

 우리들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는데, 이러한 과목이란 '나라 역사' 또는 '한국 역사' 아니면 '우리 역사'라고 해야 올바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국어'라는 과목은 '나라말'이요 '우리 말'입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옳지 않고 '우리 말'을 가르친다고 하거나 '나라말'을 가르친다고 하거나 '한국말'을 가르친다고 해야 옳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국문학'이라는 학문도 새삼스레 되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나라 문학'일 테니까요. 또는 '우리 문학'일 테고요. 아니면 '한국 문학'이라 하든지요. '국사' 또한 '한국 역사'로 고쳐써야지 싶습니다. '국어'를 '우리 말'이나 '나라말'로 고쳐쓰기 싫다면, '한국말'이라고는 고쳐써야 올바르다고 봅니다.

 

 ┌ 국사를 돌보다 → 나라일을 돌보다

 └ 국사를 논하다 → 나라일을 말하다

 

 요사이뿐 아니라 지난날에도 "국론(國論) 분열"이라는 말마디가 곧잘 쓰입니다. 이런 말마디는 "사람들 생각이 갈림"이나 "사람들 생각이 쪼개짐"이나 "사람들 생각이 나뉨"으로 고쳐서 이야기할 때가 한결 알아듣기에 알맞다고 느낍니다.

 

 '국치(國恥)'는 '나라 창피'쯤일 테고요. '나라 망신(亡身)'이라는 말을 더러 씁니다만, 이런 말투 그대로 '나라 창피'라든지 '나라 부끄러움'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국가(國歌)'란 '나라 노래'입니다. 나라에서 부르는 노래, 나라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나라를 아끼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이니, 말 그대로 '나라 노래'이며, 이런 말마디는 '나라노래'처럼 한 낱말로 삼으면 된다고 느낍니다. '애국가'라 할 때에는 '나라사랑노래'처럼 적어 주면 됩니다.

 

 ┌ 나라를 걱정할 줄은 알아도 어떻게 걱정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 나라를 걱정하겠다고는 해도 어찌 걱정해야 하는가를 모르는

 ├ 나라를 걱정한다 말하지만 어떻게 걱정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 …

 

 나라를 생각하면 '나라생각'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면 '나라걱정'입니다.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면 '나라사랑'입니다. 나라에 닥친 일이니 '나라일'이요, 나라에 사는 사람이니 '나라사람'이며, 나라가 다스리는 땅이기에 '나라땅'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보는 그대로 말합니다. 말하는 그대로 글로 옮겨적고 듣는 그대로 말로 주고받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삶이 살고 생각이 살며 말이 삽니다. 삶이 살고 생각이 살며 말이 살 때, 우리들 사람도 함께 살며 사람과 어우러지는 자연 또한 싱그러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다른 모든 대목에서 꼬이고 비틀리고 엉겨 버리고 맙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14 10:44ⓒ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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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한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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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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