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청년들 모두가 '아연이 아빠'

화순 한천면 청계동청년회, 고인된 회원 자녀 돌보기 위해 후원회 결성

등록 2009.07.15 09:56수정 2009.07.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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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5일 아연이(가명)와 마을주민들을 위해 청계동청년회원들이 마련한 위안잔치

지난 5일 아연이(가명)와 마을주민들을 위해 청계동청년회원들이 마련한 위안잔치 ⓒ 청계동청년회

지난 5일 아연이(가명)와 마을주민들을 위해 청계동청년회원들이 마련한 위안잔치 ⓒ 청계동청년회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한천면 청계마을(한계2구)의 아연(가명, 14)이는 마을 청년회원들이 모두 아빠다. 아연이의 아빠 조백현씨가 설날 명절이 갓 지난 지난 2월 심장마비로 49세의 나이에 갑자기 멀고 먼 하늘나라로 떠나면서 아빠의 빈자리를 마을 청년회원들이 맡았다.

 

아연이의 아빠는 젊은 시절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얼굴 등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아연이 아빠가 화상입은 몸으로 고향에 돌아왔을 때 주변사람들 모두 "살아난 것만 해도 용하다"며 입을 모았다고 전한다. 그런 연유로 비장애인과 결혼하기 힘들었던 아연이 아빠는 정신지체장애인과 결혼해 아연이와 동생들을 낳았다.

 

지금 아연이는 아빠의 고향 청계마을에서 고령의 할머니(80)와 정신지체장애인인 엄마, 5살, 6살인 2명의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 모두 경제활동이 어려워 아연이가 실질적인 가장이나 다름없다.

 

정신장애가 있는 엄마는 아연이와 동생들을 돌보기 어려워 살림은 할머니가 도맡아 한다. 어려운 환경 탓인지 아연이는 말수가 적고 간혹 얼굴에 어둠이 묻어난다.

 

아연이를 아는 이들은 부모의 보살핌 속에 항상 밝은 웃음을 머금고, 길바닥에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는 나이에 고령의 할머니와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엄마,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아연이의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아연이 아빠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장애를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고 말한다. 고령화된 농촌에는 젊은 청년들이 얼마 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아연이 아빠는 마을 청년회는 물론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등 젊은이들이 활동하는 단체에 참여해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

 

그러던 그가 갑작스레 젊은 나이에 죽자 고향인 청계마을 청년회원들이 남겨진 아이들의 대부노릇을 자청한 것이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어린 자녀들을 남겨 두고 갑자기 홀로 떠나 버린 아연이 아빠는 청년회원들과 함께 고향 청계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형이고 아우이기에 그의 남겨진 자녀들을 마을청년들이 당연히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청계마을 청년회는 아연이 아빠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임시총회를 열고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 후원회를 결성키로 뜻을 모았다. 한천지역민들의 모임인 한천면일심회에서도 힘을 보탰다.

 

우선 아연이 아빠의 형제들에게 마을청년들의 뜻을 전하고 아연이 아빠 장례식 때 들어온 부의금으로 후원회 종자돈을 만들었다. 지난 4월에 있은 화순군자율방범연합대 대장 이취임식에서는 아연이 아빠가 활동했던 한천면자율방범대가 아연이 후원금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을 열어 1백여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당시 대원들에게는 쌀 등의 경품이 지급됐는데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은 회원들도 경품을 가져가지 않고 아연이네에 전달해 마음을 보탰다. 한천 관내 사회단체와 출향인사 등도 아연이네의 사연을 접하고 십시일반 정성을 보탰다. 이렇게 마련된 후원금은 총 6백여만원.

 

후원금은 아연이와 동생들의 학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꺼번에 전달하지 않고 아연이 명의의 통장에 보관해 매월 조금씩만 지원하기로 했다. 아연이 동생들이 어려 앞으로 많은 금액이 필요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후원회는 아연이와 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6백여만원의 후원금은 5일 열린 청계 마을주민 위안잔치를 통해 아연이네에 전달됐다. 청계동청년회(회장 조철호)는 올해로 13년째 매년 마을주민들을 위한 위안잔치를 열어 오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달한 것.

 

이날 행사에는 홍이식 도의원과 오방록 화순군의회 의원, 김규종 한천면번영회장, 강화원  한천면청년회장, 이병철 화순군자율방범연합대장, 양위승 한천면자율방범대장 등 관내사회단체장과 회원 등이 참석해 청계동청년회의 애틋한 마음을 격려했다.

덧붙이는 글 | ㅇ후원문의 : 청계동청년회(011-614-5664, 회장 조철호)


이 기사는 디지탈화순뉴스, sbs유포터,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15 09:5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ㅇ후원문의 : 청계동청년회(011-614-5664, 회장 조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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