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MB식 인사' 결정판

등록 2009.07.15 10:48수정 2009.07.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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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사가 검찰총장 임명장을 코 앞에 두고 물러났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첫 검찰총장 예비 후보라는 불명예를 안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면죄청문회'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서양 속담에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성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박영선 우윤근 이춘석 의원이 보여준 검증 노력은 임명하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했던 이명박식 인사 스타일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사실 도덕성은 이명박 정권 출범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 중 하나가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지만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유권자들 인식이 한몫했고, 조각 때부터 강부자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천성관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달 21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천성관 후보자 내정 배경에 대해 "평소 법질서 확립에 대한 소신이 분명한 분으로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 지향적인 검찰상을 구현하는데 적임이라고 판단해 검찰조직 일신 차원에서 발탁했다"고 브리핑했다.

 

이동관 대변인 브리핑에서 알 수 있지만 대한민국 사정 최고 기관장 자격 요건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도덕성'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법질서 확립"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사실 천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바라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 꼭 맞는 인물이었다. 올해 초 서울지검장에 임명된 뒤 용산철거민 참사 수사를 정권 책임보다는 철거민들 책임으로 돌려주었고, 영원한 알러지 촛불에 불을 당겼다고 생각하는 MBC <피디수첩> 제작진들을 불구속 기소처리하여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 마음에 속 들었던 것이다. 

 

15일 <한겨레>는 이 대통령은 인사팀이 사법시험 20·21회에서 검찰총장 후보군을 올리자 "22회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천 후보자는 사시 22회다. 이 대통령은 천 후보자 지명을 두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뿌듯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의혹 백화점'인 천 후보자의 많은 의혹을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 민정수석설의 인사검증 시스템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천 후보자를 선택하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도 한 몫했다. 거의 간택에 가깝게 천 후보자를 내정한 이 대통령 의지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위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청문회를 통하여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지만 "위법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이기도했다. 구멍이 뚫려도 제대로 뚫린 것이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정보 접근성이 열악하고, 시간이 부족했지만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및 이자지급 능력, 고급 승용차 리스, 박아무개씨와 골프 여행, 전업주부인 아내의 명품 가방 구입, 아들 위장전입 및 급여보다 많은 신용카드 이용과 통장 잔액 증가 따위를 하나 하나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통하여 비리를 고구마 줄기처럼 캐낼 때 한나라당 주성영ㆍ최병국ㆍ이주영 의원은 천 후보자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특히 주성영 의원은 천 후보자 재산이 14억여 원을 두고 "여태까지 대법원장, 법무부 장관 등의 인사청문 후보자 중 가장 적은 액수"라고 적극 두둔하는 모습은 청문회를 시청하는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한 마디로 천성관 후보자는 'MB식' 인사의 결정판이다.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어도 능력만 되면 문제 없다는 기본 인식이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한나라당의 두둔이 만든 합작품이다. 사실 능력도 국가와 시민을 위한 능력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충실한 능력일 뿐이다.

 

도덕성을 갖추고 시민과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제2, 제3의 천성관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2009.07.15 10:48ⓒ 2009 OhmyNews
#천성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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