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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안개>-중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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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의 등교 ⓒ 김찬순
▲ 안개 속의 등교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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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안개 ⓒ 김찬순
▲ 새벽 안개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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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새벽 산책길에 늘 안개를 만난다. 고층 빌딩의 창만 열면, 어디서나 바다가 환히 보이는 부산, 그래서 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그리고 안개의 도시다. 안개의 나라, 영국의 출신 작가 디킨스는 "웅덩이마다 습기 찬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고, 그 안개는 마치 쉴 곳을 끝내 찾지 못한 악령들처럼 절망적인 배회를 고개턱까지 거듭하고 있었다"고 영국 안개의 이미지를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부산의 안개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스러운 안개군단이다. 이 안개군단이 새벽 일찍 골목길을 누빈다. 그러나 새벽 일찍 골목길로 나와야 만날 수 있는 부산 안개... 부산 안개는 정말 조병화 시인의 표현처럼 안개로 오는 사람, 인간의 목소리에 잠적한 새벽의 적막 같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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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속의 산수화 ⓒ 김찬순
▲ 안개속의 산수화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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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의 풍경 ⓒ 김찬순
▲ 안개 속의 풍경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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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안개는 이란의 여성들이 쓰는 차도르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너무 환히 알고나면 신비감이 사라지는 것처럼, 아침 새벽 안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남루를 살짝 가려주는 것처럼 내 몸에 비단 옷을 휘감은 것처럼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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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의 풍경 ⓒ 김찬순
▲ 안개 속의 풍경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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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비 내리는 골목길을 누비며 새벽 산책길은 '해월정사'까지 발길이 닿았다. 그리고 먼산도 빌딩도 거리도 스르르 녹아 버린 듯 희미한 골목길로 다시 발길이 닿았다. 그 희뿌연 안개 속에 파란 불빛, '순두부' 집 간판이다.
나는 어느 먼 곳을 다녀온 듯 심한 허기를 느낀다. '축축하게 젖은 땅 위에 들릴락 말락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 위에 꿈 같이 덮인 뽀안 안개, 그것은 자연의 아름다움 가운데 가장 인정다운 아름다움의 하나다'는 어느 시구처럼 안개 속의 풍경은 가장 인정다운 아름다움의 하나처럼 다가온다.
정말 오랜만에 안개 속에 등교하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출근할 버스 기다린다. 이 안개 속에 휩싸인 몽환 같은 아름다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연의 선물 중에 가장 인정스러운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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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장사 ⓒ 김찬순
▲ 새벽 장사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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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의 동네 골목길 ⓒ 김찬순
▲ 안개 속의 동네 골목길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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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온 발길은 해안의 막다른 골목길에 닿았다. 바다역시 안개가 자욱한데 파도가 높다. 드뷔시의 '바다'의 음악처럼 파도 소리도 힘차다. 새벽 산책길은 날마다 똑 같은 풍경 속에 낯선 풍경을 새벽마다 보여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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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속의 등대 ⓒ 김찬순
▲ 안개속의 등대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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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가는 사람
안개로 오는 사람
인간의 목소리에 잠적한
이 새벽
이 적막
<안개로 가는 길>-'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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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산책 ⓒ 김찬순
▲ 아침 산책
ⓒ 김찬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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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속의 풍경 ⓒ 김찬순
▲ 안개속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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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5 11:2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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