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사람" "광양 놈"

행정통합에 앞서 마음부터 통합해야… 서로 인정하는 자세필요

등록 2009.07.20 12:13수정 2009.07.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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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동부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광역시통합문제. 순천과 광양시의 각 시민단체들이 나서 통합의 물꼬를 트고 있다. 그에 따른 전남동부권 지역민들의 반응과 고쳐야할 점을 찾아보았다.

 

# 사례1

 

순천 왕조동에 사는 N씨(45.교사). 고향이 광양이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순천에서 졸업하여 줄곧 순천에서 살았다. 광양에서 중학교를 마친 후 지금까지 20년을 순천에서 살았다. 그리고 자녀들도 모두 순천에서 태어났다. 순천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견이 갈려지는 경우엔 어김없이 순천사람들로부터 "광양 놈들은 왜 그래?"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럴때면 "정말 미치겠다"고 한다. 그들에게 N씨는 여전히 '광양놈'인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사이좋게 잘 지내다가도 뭔가 광양사람들에게 불만의 요소가 생기면 '광양놈들'이라는, 광양사람을 비하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놈'이라는 언어.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도 "이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례2

 

용당동에 사는 J씨(48.모 단체임원). 고흥이 고향이다. 20대 중반에 순천으로 왔다. 자녀들모두 순천에서 출생하여 대학에 다닐 정도로 성장했다. 자신 또한 생의 절반을 순천에서 보냈다. 스스로 순천이 삶의 터전이고 고향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어느 경우엔 여전히 "순천사람들에게서 낯섦을 느낄 때가 있다"고 토로한다. 광양이 고향이 아니어서 '광양놈'이라는 말은 듣지 않지만 결정적일 때는 "은근히 배제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음을 고백했다. 즉, 순천사람들이 타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배타성이 강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순천이든 광양이든 똑같은 사람인 것을

 

고향을 떠나 객지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그리고 객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나거나 같은 행정구역출신 사람만 만나도 그 반가움이 또한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그런데 어찌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 태어난 곳을 따져 편을 가르려 하는지. 자신이 현재 사는 도시에 세금내고 살면 그곳 사람이다. 그런데도 평소엔 사이좋게 잘 지내다가 이해관계가 맞물리거나 서로 의견이 갈리면 고향 운운하며 서로를 비난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묵은 감정과 오래된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면 광역시통합은 공염불에 그칠지도 모른다. 통합을 거론하는 3개시 가운데 유독 순천과 광양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주도로 통합이 추진될 경우 많은 문제점에 봉착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단적인 예로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순천대학교 광양캠퍼스 이전문제에서 나타난 갈등도, 해당 정책문제의 처리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이다.

 

정작 양시의 많은 주민들은 "어차피 통합할 것이라면 대학이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며 "지자체가 말로만 통합을 얘기하고 속으로는 통합을 바라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이 광역시 통합을 방해하는 한 요소이기에 좀 더 큰 틀에서 대승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의 약화나 정치권력의 자기이익 관점 등 거시적 환경요인들도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감정의 골로 생긴 부당한 지역이기주의 경계해야

 

지역 간 갈등은 공익보다 자기 이익을 최대의 가치로 보고 이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순천사람과 광양놈"이라는 극단적 용어사용도 내적갈등 못지않게 지역간 갈등이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익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는 만큼 '지역이기주의'로 규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회성 박사는 "지역 분쟁이나 갈등은 우선 당사자 간 꾸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특정지역만 부당하게 이익을 보거나 부당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사회 원칙'이 우선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구역개편조정에 따른 통합이든, 정치적 통합이든 양시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청회 등을 통해서라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보듬어 안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20 12:1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남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천 광양 #광역시통합 #지역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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