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해의 멋진 풍광, '이곳이 정녕 인도인가?'

[인도 코끼리의 발톱을 만지고 오다 ②] 아라비아해의 비경 바르깔라 그리고 코발람

등록 2009.07.21 14:00수정 2009.07.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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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깔라, 해안절벽의 거대한 열병식
 
a  절벽이 인상적인 바르깔라 해변

절벽이 인상적인 바르깔라 해변 ⓒ 김철홍

절벽이 인상적인 바르깔라 해변 ⓒ 김철홍

 

한국사람들이 즐겨 찾는 인도의 휴양지는 아니지만, 유럽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라비아해의 대표적 휴양지가 바르깔라와 코발람이다. 특히 바르깔라는 아라비아해의 거친 파도와 함께 열병식을 거행하듯 늘어선 멋진 해안절벽이 장관이다. 숙소 또한 대부분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한 폭의 웅장한 바다 그림을 관광객들에게 펼쳐준다.

 

a  숙소 앞 절경

숙소 앞 절경 ⓒ 김철홍

숙소 앞 절경 ⓒ 김철홍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해안선. 도시의 답답한 아파트 숲 한 가운데로부터 일상의 탈출을 감행한 여행자는 이곳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 놓는다. 몬순이 끝나면 다시 잠잠해지는 바르깔라의 파도지만 왠지 바르깔라엔 몬순기의 거친 파도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a  해안으로 밀려오는 아라비아해의 거친 파도

해안으로 밀려오는 아라비아해의 거친 파도 ⓒ 김철홍

해안으로 밀려오는 아라비아해의 거친 파도 ⓒ 김철홍

 

인도 특유의 무더위를 피해 바르깔라의 해변에서 상념에 잠기다 보면 '이곳이 정녕 인도인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델리의 혼잡함. 바라나시의 무겁고 엄숙한 종교적 분위기, 그리고 카쉬미르의 정치적 긴박감을 잊게 해주는 아라비아해의 멋진 풍광. 아라비아해의 작은 마을 바르깔라는 나에게 또 다른 인도여행의 멋을 선물했다.

 

a 낚시를 하는 인도인 낚시는 바르깔라 사람들의 생업이다

낚시를 하는 인도인 낚시는 바르깔라 사람들의 생업이다 ⓒ 김철홍

▲ 낚시를 하는 인도인 낚시는 바르깔라 사람들의 생업이다 ⓒ 김철홍

 

사람들은 해변 여기저기에서 낚시를 한다.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낚시란 그저 한가로운 놀이 문화의 하나로 여겨질 뿐이지만, 바르깔라 원주민들에게 있어서 낚시는 그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진지하고 숭고한 생업이며 인생의 수단이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모습으로, 때론 우아하고, 때론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엔 냉정한 자연환경과 싸워 나가는 바르깔라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진지함이 담겨 있다.

 

a  낚시를 하는 원주민

낚시를 하는 원주민 ⓒ 김철홍

낚시를 하는 원주민 ⓒ 김철홍

 

젊은 사람들은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 물고기를 잡고, 나이 많은 노인들은 낚시로 생계를 이어가는 바르깔라 사람들의 생애. 많이 잡아봐야 하루에 한두 마리 정도 낚을 수 있지만 냉장고가 없는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며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하루의 재산이기도 하다. 힌두의 신들은 그들 믿음에 대한 조촐한 보답으로 고작 자그마한 물고기 몇 마리를 허락할 뿐이다.

 

a  손가락의 감각으로 물고기를 낚는 원주민

손가락의 감각으로 물고기를 낚는 원주민 ⓒ 김철홍

손가락의 감각으로 물고기를 낚는 원주민 ⓒ 김철홍

 

독실한 힌두 신자(상위 카스트)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아니, 물고기를 비롯한 모든 육류를 먹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인도에서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하위 카스트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도 처음부터 고기를 먹은 건 아니었다. 물고기를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하여 할 수 없이 육식을 하게 된 것이다. 

 

독실한 힌두인들의 관점에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천민들은 관용적인 힌두의 신이 이들에게 이렇게 살아갈 것을 허락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열심히 살아서 신을 위해 주어진 의무를 다한 후 내생의 업을 소멸시키는 것이 그네들의 종교관이기 때문이다.

 

a  바르깔라 해변의 이슬람 성원

바르깔라 해변의 이슬람 성원 ⓒ 김철홍

바르깔라 해변의 이슬람 성원 ⓒ 김철홍

 

하지만 아라비아해에 접한 바르깔라는 예로부터 서쪽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았다. 더욱이 사람 사이의 차별을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는 힌두교 교리 아래에서 모든 사람들이 힌두교 신자로 살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 점차 많은 어부들이 이슬람 신자로 개종하기 시작했고 지금 대부분의 어부들은 이슬람 신자로 살아간다. 바르깔라 해변에는 그래서 이슬람 성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검은 모래사장, 코발람의 해변을 보듬다

 

a  코발람의 검은 모래사장

코발람의 검은 모래사장 ⓒ 김철홍

코발람의 검은 모래사장 ⓒ 김철홍

 

바르깔라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일찌기 영국사람들에 의해 개발된 인도의 유명한 휴양지 코발람 비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몬순기에 이곳을 여행하다 보면 검은색 모래로 뒤덮인 흑사장을 볼 수 있다.

 

a  발에 닿는 촉감이 비단같은 검은 모래톱

발에 닿는 촉감이 비단같은 검은 모래톱 ⓒ 김철홍

발에 닿는 촉감이 비단같은 검은 모래톱 ⓒ 김철홍
 

우리의 장마에 해당하는 인도의 몬순은 6월에서 9월까지 전 인도를 휩쓸고 지나간다. 아라비아해의 파도가 어느 때보다도 거칠어지는 그 기간, 대륙의 온갖 퇴적물 또한 바다로 쓸려 내려온다. 바닷물이 마치 우리나라의 서해와 같은 황토색을 띠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 파도에 밀려 해안선에 쌓인 대륙의 퇴적물은 검은색의 이국적 모래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양탄자보다 더 고운, 비단보다 더 부드러운 검은 모래의 촉감. 몬순기의 인도해안이 아니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행복한 질감이다. 9월이 되어 몬순이 끝나면 검은 모래사장은 어느새 순백의 백사장으로 탈바꿈 한다.
 
a  코발람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코발람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 김철홍

코발람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 김철홍

 
대개의 인도가 그렇듯, 유명 관광지는 부유한 인도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관광지 곳곳에서 메르체데스 벤츠며, BMW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보다 돈을 잘 쓰며 잘 놀다 가는 인도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a  해변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는 익살스런 인도 아저씨들

해변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는 익살스런 인도 아저씨들 ⓒ 김철홍

해변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는 익살스런 인도 아저씨들 ⓒ 김철홍

하지만 한 켠에는 단 돈 10루피(약260원)때문에 목숨을 거는 치열한 삶도 존재한다. 삶의 극단이 존재하는 곳. 세상 모든 곳이 비슷하지만 그것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곳. 그 곳이 바로 인도다.
 
a 코발람 해수욕장의 수상안전요원들 해수욕장에서 이들의 힘은 대단하다. 누구도 이들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다.

코발람 해수욕장의 수상안전요원들 해수욕장에서 이들의 힘은 대단하다. 누구도 이들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다. ⓒ 김철홍

▲ 코발람 해수욕장의 수상안전요원들 해수욕장에서 이들의 힘은 대단하다. 누구도 이들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다. ⓒ 김철홍

 

코발람의 해변에 작은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닷물을 물탱크에 담으려던 트럭이 그만 모래톱에 갇히고 말았다. 호기심 많은 인도사람들, 마치 자신들의 일인 양 모래톱에 빠진 트럭의 구조에 여념이 없다.
 
a  바닷가 모래톱에 빠진 트럭을 동네 사람들이 견인하고 있다

바닷가 모래톱에 빠진 트럭을 동네 사람들이 견인하고 있다 ⓒ 김철홍

바닷가 모래톱에 빠진 트럭을 동네 사람들이 견인하고 있다 ⓒ 김철홍

 
그 중에는 코발람에서 알게 된 꾸말이라는 청년도 보인다. 속칭 삐끼인 꾸말. 본업은 식당 종업원이지만 코발람 해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갖은 참견을 다 하는 오지랖 넓은 꾸말. 트럭 주인도 아닌 꾸말의 지휘 아래 트럭 구하기가 진행된다.
 
a 호기심 많은 인도 사람들 인도 청년 꾸말의 지휘 아래 트럭 구하기가 한창이다

호기심 많은 인도 사람들 인도 청년 꾸말의 지휘 아래 트럭 구하기가 한창이다 ⓒ 김철홍

▲ 호기심 많은 인도 사람들 인도 청년 꾸말의 지휘 아래 트럭 구하기가 한창이다 ⓒ 김철홍

 

트럭에 견인줄을 장착하고,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밀고 당기고,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더니 한 없이 갇혀 있을것만 같던 트럭이 어느새 뭍으로 나온다.

 

a  트럭에 견인줄을 장착하는 인도 청년

트럭에 견인줄을 장착하는 인도 청년 ⓒ 김철홍

트럭에 견인줄을 장착하는 인도 청년 ⓒ 김철홍

a  합심하여 트럭을 모래톱에서 밀어내는 마을 사람들

합심하여 트럭을 모래톱에서 밀어내는 마을 사람들 ⓒ 김철홍

합심하여 트럭을 모래톱에서 밀어내는 마을 사람들 ⓒ 김철홍

 

인도를 여행하기 전, 인도를 소개하는 책자를 읽다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지와 사기꾼, 그리고 바가지 상혼으로 물든 나라가 인도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착한 사람들이었다. 혹자는 남인도 특유의 낙천적 성격의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보편적 인도사람 모두의 공통된 특징이 아닌가? 어쨌든 내가 만난 인도 사람들 대부분은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a  물놀이를 하는 인도 청년

물놀이를 하는 인도 청년 ⓒ 김철홍

물놀이를 하는 인도 청년 ⓒ 김철홍

 

코끼리 발톱만을 보고 와서 써 내려가는 인도 여행기이기에 미흡한 점도 많이 있지만, 가급적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절실했던 나는 짧은 어학실력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는 한 여러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이 있구나'라는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었다.

 

a  물놀이를 하는 인도 청년

물놀이를 하는 인도 청년 ⓒ 김철홍

물놀이를 하는 인도 청년 ⓒ 김철홍

 

어차피 귀한 시간 쪼개어 나서는 짧은 여행. 미리 알려진 보편적이고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가급적 즐거운 마음으로 하얀 백짓장에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생각만큼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a 남인도의 전형적인 바닷가 코코넛 나무, 바다, 그리고 갈매기

남인도의 전형적인 바닷가 코코넛 나무, 바다, 그리고 갈매기 ⓒ 김철홍

▲ 남인도의 전형적인 바닷가 코코넛 나무, 바다, 그리고 갈매기 ⓒ 김철홍
아라비아해의 비경, 바르깔라와 코발람. 그 곳엔 멋진 풍광만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인도 #남인도 #바르깔라 #코발람 #케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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