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본심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이 전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권력의지를 점차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이 전 의원은 21일 의미심장한 <한비자>의 한 구절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가 올린 구절은 '일가이귀 사내무공(一家二貴 事乃無功)'이다. <한비자> 제2권 양권(揚權)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직역하면 '한 집안에 귀한 사람이 둘 있으면 일하는 데 성과가 없다'인데, 이 전 의원은 이를 이렇게 풀이했다.
'한 집안에 권력자가 두 사람이 있으면 그 집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없다.'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없다'는 대목은 박근혜 등 친박계 겨냥?
본래의 뜻을 아주 정치적으로 해석해놓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한 집안'이란 '한나라당'을, '두 사람'이란 한나라당 내부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친이계'와 '친박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없다'고 풀이한 대목은 박근혜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친박계가 사사건건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이 전 의원이 판단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한비자> 인용구절은 '미디어법 합의처리'를 주장하며 최근 "미디어법 직권상정시 본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며 한나라당 주류를 압박한 박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일 늦은 저녁에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말문이 막혀 버린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자신의 불편한 심사를 드러낸 바 있다(7월 20일자 <이재오 전 의원, 박근혜 전 대표에 '할 말' 많다?>.
이 전 의원이 이렇게 민감하게 해석될 구절을 인용한 것은 '장외비판'을 넘어서 '구체적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암시한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9월 조기전당대회를 성사시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란 얘기다.
특히 <한비자> 제2권 양권편에는 "군주는 나무를 자주 쳐서 나뭇가지가 밖으로 저항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무가지가 밖으로 저항하면 군주를 핍박한다" 등의 구절도 들어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이날 오후 <한비자> 인용구절 삭제... 대신 제나라 위왕의 말 올려
그런데 이 전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 논란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는지 <한비자> 인용 구절을 이날 오후에 삭제했다. 대신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위왕이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을 올려놓았다.
"제나라 위왕 왈 자네의 나쁜 평판이 매일 내 귀에 들려온다. 그러나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첨하지 않고 올바른 일을 하다가 듣게 되는 비방이기 때문이다. 제나라 위왕 왈 자 네의 좋은 평판이 매일 내귀에 들려온다. 그러나 그대로 신용할 수 없다. 그것은 자네가 내 좌우에서 아첨함으로써 얻은 평판이기 때문이다."
이 구절도 서울시당위원장에 출마한 전여옥 의원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설 등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결백함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는 것이다.
2009.07.21 17:4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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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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