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던진 '문순C'에게 희망을

미디어악법 항의하며 의원사퇴한 최문순... 희망을 만드는 카페 개설

등록 2009.07.30 16:22수정 2009.07.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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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칼럼을 연재하는 한 매체에 '샹그릴라 설산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글을 써선지 요 며칠 사이 내 입에는 '문순C에게 희망을'이라는 말이 자꾸자꾸 맴돈다. '문순C'는 얼마 전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최문순 의원의 애칭이다. 한영 전환키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쓰기에 불편하지만 어떻든 'C'(씨)라는 알파벳과 합쳐서 읽으면 너무 편하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문순C'를 어떻게 부를지가 좀 헷갈린다. 이전에는 언론계에 있어서 '최선배'라고 불렀는데, 너무 사적인 호칭 같고, '최의원'이라고 부르기에는 스스로 박찬 호칭으로 부르는 게 죄송해서 부르기가 참 거시기 하다. 그래서 결국은 이 글에서는 '문순C'로 부르기로 했다. 글을 쓸 때도 그냥 컨트롤 씨(C)로 호칭만 기억해 두고 불러내면 되니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다.

'문순C'의 사퇴는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문순C'는 올 3월에도 언론 관계법의 국민 심판을 받는 의미에서 의원직에서 사퇴한 후 4월 보선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면대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실 덜 떨어진 백전노장 박희태 대표는 이런 '문순C'를 보고 코웃음을 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잘못 담가져 썩어가는 장 속의 된장 같은 이런 의원들이 '문순C'의 진심을 알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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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올린 사퇴서 언론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죄송하다며 사퇴서를 냈다 ⓒ 조창완


그리고 보란 듯이 얼마전 '미디어 악법'의 직권상정이 감행됐다. 결국 '문순C'는 예고한 대로 국회의원직을 박차고 나왔다. 나는 100% '문순C'의 마음을 이해한다. 고흥길, 나경원, 정병국, 진성호 등과 사사건건 얼굴을 마주봐야 하는 문광위는 물론이고 괴물 같은 의원들로 가득찬 국회에서 버티는 것에도 한계는 있었을 것이다. 물론 초선의원으로 경실련과 동료의원들이 뽑는 우수의원에 2관왕을 했으니 그 일이 나름대로 몸에 맞은 듯하지만 '문순C'는 '미디어악법'이 통과하자마자 약속한 대로 금배지를 던졌다.

사실 자신이 몸 담았던 MBC에 변희재나 황근, 이재교, 최홍재 같은 괴물들이 낙점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참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책을 하느니 무관으로 후배들과 함께 길을 선택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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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강연자료 캡쳐 강원대 강연에서 내가 꼽은 노마드 왼쪽 상단 강희재로 부터 시작해 신채호, 고미숙, 최문순을 꼽았다 ⓒ 조창완


어떻든 '문순C'는 의원직을 버리고 다시 거리에 섰다. 사실 나는 '문순C'가 우리 정치사에는 찾아보기 힘든 '노마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2007년 11월에 강원대에서 했던 강연회에서 '강희제', '신채호', '최문순', '고미숙'을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노마드라고 강연했었다. 카메라 기자에서 MBC 노조위원장으로, 그리고 다시 언론노련 위원장으로 갔다. 언노련 위원장을 마치고는 다시 차장급으로 MBC에 복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주변의 요구로 MBC에 사직서를 내고 사장 공채에 지원했다. 그리고 다시 언론계의 교두보가 되기 위해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노마드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운명을 걸 때는 모든 것을 건다. '문순C'도 그랬고, 다시 그 판단을 내렸다.

사실 '문순C'가 직접 대면한 정치는 정말 힘겨웠을 것이다. 3류는 고사하고 4류도 안되는 아니 모자 안에서 떠드는 괴물들의 향연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순C'는 이런 판이 역겨워서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게 그곳을 지키는 무력함을 보일 바에 아예 무관으로 거리에서 싸우겠다는 그의 신념이 이번 일로 나타난 것이다.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은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호랑 애벌레를 은유로 만들어서 희망과 그 실현을 보여주고 그 가치를 말하는 소설이다. 알에서 깨어난 호랑 애벌레는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찾아서 길을 떠났다가 무수히 기둥을 오르는 애벌레들을 만난다. 자신도 참여하려 했지만 결국 남들 짓밟기가 싫어 기둥을 내려오는 등 고심을 한다. 그 과정에서 친해진 노랑 애벌레는 고치를 통해 나비가 되는 길을 배우고, 이 길을 호랑 애벌레에게도 알려줘 모두 나비가 되는 이야기다. 나비가 되는 길은 남들처럼 기둥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두는 고치를 만들고, 진정한 죽음을 통해서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만약 그 많은 애벌레들처럼 기둥에 오르기만을 희망하고, 고치가 되어 나비가 되지 않는다면 꽃들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순C'의 이번 결단도 벌레가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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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씨 지지 카페 공사중이고, 회원도 46명이지만 곧 문순씨에게 날개를 달아줄 카페 ⓒ 조창완


하지만 호랑 애벌레들에게도 노랑 애벌레의 도움이 필요했듯이 '문순C'에게도 많은 지원자들이 필요하다. 다행히 오늘 '유지나'라는 이가 '내 친구 문순c 이렇게 보낼 수 없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거기에는 선한 싸움을 시작한 그와 같이 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카페(http://cafe.daum.net/moonsoonc)가 개설된 것을 알리는 메일이었다. 나도 링크를 따라가서 바로 회원에 가입했다. 대문은 공사중이고, 회원도 46명밖에 안되는 초라한 카페지만 나는 바로 이 카페가 애벌레인 '문순C'를 꼬치가 되게 할 수 있고, 나비도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겨운 길을 시작한 '문순C'와 동참한 보좌진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최문순 #미디어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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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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