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엔 위선이 없다

권력과 위선

등록 2009.07.31 18:25수정 2009.07.31 18:25
0
원고료로 응원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리 의혹이 한창일 때를 회상해보자. 그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정서는 '배신감'이라는 한 단어로 대변될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성토되고 있었다. 당시로선 그에 대한  배신감의 성토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겠지만, 여기서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성토의 과잉에 있었다. 즉 '정치하는 사람 치고 깨끗한 사람 없다'는 정치인에 대한 일반적 통설이 노 전 대통령에게는 예외였던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비리 '사실'이 아닌 오직 '의혹'만을 대면한 국민들의 당혹감은 생각보다 더욱 깊었던 것이다.

 

사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대부분 정치인들이 자초한다. 다시말해 정치인들의 비리, 즉 그들의 위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고조될 때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의 반복은 최악의 정권하에서도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불신이 정치에 대한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변화를 향한 의지마저도 꺾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수많은 위선자보다 소수의 위선 없는 자들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진정으로 최고의 권력과 권위의 성좌에 오른 자에겐 위선이 필요없다. 눈치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세의 왕은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추대한다는 조건하에서만 왕이지만 스스로가 왕의 권위에 충족되어 올랐다고 자만한 이들에겐 위선이 필요없었고 그들은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위선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스스로의 환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해 위선 없는 삶의 조건에 스스로의 지위에 대한 환상, 아니 나아가 환각이 토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탈각하지 않는 이상 위선 없는 삶이라는게 과연 가능이나 할까?

 

그런데 너무나 놀랍게도 얼마전부터 나는 이 위선없는 삶의 실체가 구현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중세 봉건 시대에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이러한 권위에 대한 환각의 실체가 대의 민주주의의 시대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MB정권의 출범과 맞물린다.

 

MB가 취임한 후 우리 사회에서 이슈화 된 사건들만 우선 나열해보자. '고소영 강부자'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인사개편, 대의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며 시대착오적 불도저식 정치의 한계 역시 노출시킨 전국의 초중고생이 일으킨 광우병 사태와 촛불항쟁, 역사학자도 반대하는 국사교과서 개편, 그리고 뉴라이트가 주동한 역사교육, 고인이 된 최진실씨의 이름까지 동원하려 하다가 망신만 당한 사이버 모욕제 도입논란, 대운하의 우회로인 4대강 정비사업, 미네르바 구속과 무혐의 판정,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보다 더 위험하다는 롯데월드 2건설, 그리고 최근의 미디어법 관련 문제 등등.

  

지금까지 나열한 이러한 수많은 논란 혹은 사건 속엔 일정한 서사의 흐름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서사의 흐름이란 것의 내용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이야기의 종착지가 파시즘과 맞닿아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자명하다. 이는 정치, 경제적 퇴보가 아닌 오염이다. 1970년대식 삽질경제를 일삼고 국민이라는 사원 위에 군림하는 CEO로서의 MB의 마인드가  여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재밌는 것은 요새는 MB같은 실제 CEO마저도 설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 놓았지만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그의 파시스트로서의 행보는 너무나 선명하게 (위선 없이) 드러나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당혹함을 느끼게 한다. 서울시장 때부터 스펙터클의 정치를 구사한다는 MB가 자신의 무능 역시도 스펙터클하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우습고 또 얼마나 무서운가?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무서웠던 것은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순수한 (그리하여 신적인) 자신의 신념에 따르는 위선없는 삶 때문이었다. MB가 창출하고 있는 이 스펙터클의 향연은 그것이 목적을 향해 어떠한 수단의 구애마저도 거부하는 위선없는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의 손으로 그에게 권위를 내주게 되었을까? 이제 그 선택에 우리 모두가 무거운 책임을 떠맡을 차례인 것 같다.  

2009.07.31 18:25 ⓒ 2009 OhmyNews
#MB정권 #위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2. 2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5. 5 신장식 "신성한 검찰 가족... 검찰이 김 여사 인권 침해하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