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산과 들과 강과 별은 아름다움의 극치

[여행기] 영월 풍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등록 2009.08.02 15:35수정 2009.08.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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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월의 안내지도 영월역 앞에 세워진 관광안내 안내지도

영월의 안내지도 영월역 앞에 세워진 관광안내 안내지도 ⓒ 김철관

▲ 영월의 안내지도 영월역 앞에 세워진 관광안내 안내지도 ⓒ 김철관

 

강원도 영월의 산과 강과 시인을 만나 풋풋한 하루를 보내고 왔습니다. 지난 7월 중순 경 5~6년 전 절친하게 지냈던 한 시인이 전화를 했습니다. 반갑고 뜻밖이었습니다. 현재 강서구 등촌동에서 논술학원을 하면서 시와 소설을 가르치고 있는 분입니다. 나이도 같고 해서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지요.

 

학원 학생들과 강원도 영월로 수련회를 가는데 특강을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지난 3월 제가 펴낸 '영상이미지와 문화'라는 책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 책 내용을 간추려 강의를 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조언까지 친절히 덧붙였습니다. 미리 기차표를 예약을 해 놓았다는 말을 전하면서 전화를 끊더군요. 오랜만에 전화를 한데다가 모처럼 부탁인데 허락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절친한 친구 사이였으니 강의료가 얼마냐는 말을 건네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공짜로 강의를 해줘야 되겠다는 마음을 미리 먹었지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강의를 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7월 30일 오전 청량리에서 영월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열차를 타기 전에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영월로 향할 학원생들과 강의를 담당한 선생님, 대부분 약속 장소에 나타났는데, 두 명의 학생들이 2~3분 차이로 열차를 타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청량리역에 도착해 대합실로 올라오고 있는데 열차가 떠나게 된 것입니다. 늦잠을 잔 모양입니다. 두 사람 분의 열차 요금은 태우지도 않고 고스란히 철도청이 꿀꺽했다고나 할까요. 정말 아쉬웠습니다.

 

a 코스모스 영월행 열차 안에서 본 코스모스, 가을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코스모스 영월행 열차 안에서 본 코스모스, 가을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 김철관

▲ 코스모스 영월행 열차 안에서 본 코스모스, 가을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 김철관

a 게임 함께 간 학생들이  열차 좌석에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

게임 함께 간 학생들이 열차 좌석에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 ⓒ 김철관

▲ 게임 함께 간 학생들이 열차 좌석에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 ⓒ 김철관

 

열차를 함께 탄 대부분 학생들은 20대 초반이었고, 군대를 제대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열차 좌석에 앉자마자 자신들만의 놀이를 십분 발휘하더군요. 좌석을 돌리더니 삼삼오오 모여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어떤 게임인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실수를 한 학생이 손등을 얻어맞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한 여학생의 손등이 뻘겋게 부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가엾게 보였습니다. 서로가 주고받은 게임이라서 오기가 발동한 듯했습니다. 게임이 계속 지속된 이유입니다.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 봤습니다. 여름휴가철이라서 좌석이 만원이었습니다. 좌석 위에 있는 선반에는 휴가객들이 가져온 가방, 라면 박스, 옷 등 짐으로 가득했습니다. 우연히 창문 밖을 보니 가을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만개했습니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코스모스에서 초등학교 동무들과 뛰어놀던 옛 추억이 주마간산처럼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산과 들은 온통 진한 청록색으로 뒤덮였습니다. 옥수수를 거두느라 바쁜 손길을 보인 농부들을 보니 어릴 적 시골 마을 텃밭에서 땀을 흘리시던 어머님이 문뜩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잠시 좌석을 떠나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영월을 가는 동안 여러 개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a 옥수수 열차 창문 밖에서는 옥수수를 다듬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빴다.

옥수수 열차 창문 밖에서는 옥수수를 다듬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빴다. ⓒ 김철관

▲ 옥수수 열차 창문 밖에서는 옥수수를 다듬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빴다. ⓒ 김철관

 

열차가 출발한 지 약 3시간 30분만에 영월역에 도착했습니다. 영월 역사는 온통 건설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습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역사 한 켠에 서 있는 김삿갓 조각품이었습니다. 우연히 먼 산(봉래산) 꼭대기를 쳐다보니 '별마로 천문대'도 보였습니다. 미리 승용차로 이곳에 도착한 지인들과 반갑게 해후했습니다. <통일문학> 발행인과 <연변문학> 한국지사장을 역임한 강만식 원로 시인, 논술학원 원장인 강민숙 시인,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진형 소설가, <경향신문>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최윤재 선생님, 안소라 논술학원 선생님, 영월 시의회 전문위원 그리고 학생 등이었습니다.

 

곧바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나눠 타고, 영월 토속음식 '곤드레 나물밥'을 먹기 위해 '청산회관'이라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입구에는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이 이곳을 다녀간 뒤 친필 글을 남긴 액자들이 즐비했습니다.

 

a 영월역에서본 천문대 영월역 광장에서 우측 위를향해 보면 별마로 천문대가 보인다.

영월역에서본 천문대 영월역 광장에서 우측 위를향해 보면 별마로 천문대가 보인다. ⓒ 김철관

▲ 영월역에서본 천문대 영월역 광장에서 우측 위를향해 보면 별마로 천문대가 보인다. ⓒ 김철관

a 곤드레 밥 곤드레 비빔밥을 먹은 식당에 유명연예들의 친필 글씨가 액자에 담아 있다.

곤드레 밥 곤드레 비빔밥을 먹은 식당에 유명연예들의 친필 글씨가 액자에 담아 있다. ⓒ 김철관

▲ 곤드레 밥 곤드레 비빔밥을 먹은 식당에 유명연예들의 친필 글씨가 액자에 담아 있다. ⓒ 김철관

 

곤드레 나물밥에 양념간장을 조금 넣어 비볐고, 반찬으로 나온 두부, 콩나물 무침, 가지무침, 김치, 도토리묵, 마늘쫑, 된장국 등을 곁들어 먹으니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바로 김태수 전 영월군수였습니다. 그는 일행들과 일일이 악수를 건네면서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도 건넸습니다. 지난 2002년 재직시 <동강문학>과 난고문학상을 제정해 지원했고 영월을 문화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일조한 사람이었습니다. 선거에 낙선하고 한나라당 군수가 재직하면서 <동강문학>과 <난고문학상>이 없어지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재 군이 나서 영월의 문인들을 위해 다른 방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김삿갓(난고 김병연) 시인을 그리는 행사도 열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다음 목적지인 별마로 천문대 산림욕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시원한 그늘 밑에서 산림욕을 즐기면서 백일장에 돌입했습니다. 학생 스스로 이곳저곳으로 나눠 산문, 운문 등의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백일장이 열리는 동안 한 켠에서는 김태수 전 군수님, 강만식 원로 시인, 강민숙 시인, 김미래 시인, 고인숙 시인, 박진형 소설가 등과 함께 걸쭉한 막걸리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습니다.

 

a 백일장 천문대 밑 산림욕장에서 백일장에 몰두고 하고 있는 학생들.

백일장 천문대 밑 산림욕장에서 백일장에 몰두고 하고 있는 학생들. ⓒ 김철관

▲ 백일장 천문대 밑 산림욕장에서 백일장에 몰두고 하고 있는 학생들. ⓒ 김철관

 

박진형 소설가가 며칠 전 전남 여수를 다녀오면서 막걸리 원액을 사와 이곳 영월에서 선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가 원액에 사이다를 넣고 적당히 물을 부으니, 영락없이 전라도 옥수수 막걸리 맛이 완벽히 재현됐습니다. 감동적인 막걸리였습니다. 시인들은 돌아가면서 시 한수를 읊었습니다. 박진형 소설가는 강민숙 시인이 지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시를 불어로 번역해 낭송을 하기고 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나 불어 운율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강만식 시인은 전국 장터를 주제로 한 각설이타령을 연출했습니다. 모인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오후 4시 40분경 백일장이 끝나고, 별마로 천문대로 향했습니다. 일부는 승용차를 타고 향했고, 일부는 도보로 걸었습니다. 산림욕장에서 천문대까지의 거리는 약 1킬로미터 정도였습니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해발 800미터 봉래산 정상에 별마로 천문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더운데다가 등산을 했으니, 온몸은 굵은 땀방울로 흠뻑 젖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천문대에서 올라가 본 광경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겹겹이, 층층이 둘러싸인 푸른 강산이었습니다. 특히 산을 끼고 잔잔히 흐르고 있는 동강의 푸른 물결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a 별마로 천문대에서 본 영월 겹겹이 둘러싸인 산 밑에 동강이 흐르고 있다.

별마로 천문대에서 본 영월 겹겹이 둘러싸인 산 밑에 동강이 흐르고 있다. ⓒ 김철관

▲ 별마로 천문대에서 본 영월 겹겹이 둘러싸인 산 밑에 동강이 흐르고 있다. ⓒ 김철관

하지만 옥에 티도 있었습니다. 리조트와 골프장을 짓느라 자연환경을 파괴한 모습이 왠지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방에 녹음이 우거진 곳에 유일하게 붉게 보인 곳이 골프장 공사 현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붉은 노을에 뭉게구름과 산이 어우러진 모습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습니다.

 

곧바로 별마로 교육관 침실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오후 5시 20분경 학생들은 속속 대강당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강민숙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강당 행사에서 먼저 영월에 거주한 고인숙 시인과 김미래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을 했습니다. 연륜이 쌓인 시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이어 강 시인은 나를 소개했습니다. 곧바로 '영상이미지와 문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약 1시간 30분가량 두서가 없었지만 이미지(영상) 메커니즘 강의에 몰두했습니다. 졸음을 참지 못한 학생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체로 열심히 강의를 듣는 편이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강민숙 시인이 다가와 열강을 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한국종합예술학교에가 영화를 전공하고 싶다고 밝힌 한 학생이 다가와 열강을 해줘 감사하다면서 강의를 통해 교훈을 많이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 이날 영상이미지와 문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 이날 영상이미지와 문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 김철관

▲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 이날 영상이미지와 문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 김철관

a 천문대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이 광경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물론 천문대에서 별을 보기위해 찾는 사람들이다. 이날 저녁 별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였다.

천문대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이 광경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물론 천문대에서 별을 보기위해 찾는 사람들이다. 이날 저녁 별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였다. ⓒ 김철관

▲ 천문대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이 광경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물론 천문대에서 별을 보기위해 찾는 사람들이다. 이날 저녁 별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였다. ⓒ 김철관

 

한 학생이었지만 강의 피드백을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학생들의 반응은 솔직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박진형 소설가의 불어 시낭송이 이어졌습니다. 산림욕장에서 들었던 강민숙 시인의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시를 학생들에게 불어로 들려줬습니다. 학생들의 힘찬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오후 7시 10분경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영월의 거주 신청길 소설가가 영월의 또 다른 특산품인 '메밀전'을 사왔습니다.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와 함께 곁들인 메밀 배추전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별마로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관람하기 위해 그곳을 향했습니다. 먼저 소강당 누워 모형 별자리를 관람하면서 안내자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설명을 한 아르바이트 학생의 유머감각이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군대 제대를 하고 대학을 복학하기 직전에 있는, 천문학을 전공한 대학생(강원대)이었습니다. 이후 그와 단독 인터뷰도 했습니다. 별마로 천문대 모형별자리 관람이 끝나고, 천체 망원경으로 실제 별자리를 관찰하러 4층 옥상에 올랐습니다.

 

a 안내자 모형 별자리 안내를 한 김원채(24) 씨 그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잇는 휴학생이다. 방학을 이용해 등록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안내자 모형 별자리 안내를 한 김원채(24) 씨 그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잇는 휴학생이다. 방학을 이용해 등록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 김철관

▲ 안내자 모형 별자리 안내를 한 김원채(24) 씨 그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잇는 휴학생이다. 방학을 이용해 등록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 김철관

지붕 아치가 열리고 하늘에는 달과 별이 어우러져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안내를 한 선생님은 천체망원경이 '고가의 장비'라면서 특별히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별자리와 달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별자리 관찰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뒤에는 강만식 시인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한 학생이 쓰러져 빨리 오라는 강민숙 시인의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서울에서 승용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병원 후송을 하기 위해 그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벌써 6개의 망원경 중 3번째를 돌고 있어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천체 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관찰한 후, 부랴부랴 짐을 풀었던 과학교육관으로 뛰어갔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상기해 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메밀 알레르기라고 말해줬습니다. 평소 메밀 알레르기가 있었던 학생이었습니다. 조금 먹은 메밀이 그런 큰 사건을 일으키는 것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영월 한 병원에서 링거주사와 치료를 받고 늦은 밤, 회복을 한 후 교육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 있었고 곧바로 이불을 펴 휴식을 취했습니다.

 

관측이 끝나고 곧바로 진행될 강만식 시인의 '피카소와 이상의 천재 광기'라는 주제의 강의는 그 뒷날 아침으로 미루어졌습니다. 학생들과 어우러져 간단한 뒤풀이를 진행했습니다. 막걸리와 맥주, 소주 등 취향에 따라 한잔씩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개인장기 자랑시간도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의 노래와 춤이 선보였고, 메밀 알레르기 사건으로 꿀꿀했던 기분을 잠시 녹이게 됐습니다. 과자와 수박 그리고 먹다 남은 메밀전도 다시 먹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잠자리를 위해 각자 이불을 폈습니다. 우리는 쿨쿨 잠을 청했습니다.

 

a 강만식 시인 31일 오전 강 시인이' 피카소와 이상의 천재와 광기'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강만식 시인 31일 오전 강 시인이' 피카소와 이상의 천재와 광기'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 김철관

▲ 강만식 시인 31일 오전 강 시인이' 피카소와 이상의 천재와 광기'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 김철관

31일 아침 7시 기상을 했습니다. 학생들 중 대부분 일어났지만 잠꾸러기도 있었습니다. 세면을 하고 라면과 컵라면으로 해장을 했습니다. 오전 9시가 넘어 강만식 시인의 강의가 시작 됐습니다. 그가 '이상과 피카소의 천재 광기'란 주제로 풀어간 강의는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메모를 했고, 나 또한 주요부분을 메모해 기사화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캠프는 지난 30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나는 일정상 하루밖에 머물 수 없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경 별바로 천문대 과학관에서 짐을 싣고 천문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다음 행선지인 조선민화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중 영월역에서 내렸습니다. 예약해 놓았던 오후 1시 28분 청량리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선민화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을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예전에 몇 번 참여했던 동강 뗏목축제가 이날 오후 동강 주변에서 열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또한 하동 에밀리에 있는 촌사람 유승도 시인이 살고 있는 시골집을 가보지 못해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난 7월 24일부터 오는 9월 27일까지 예정된 동강국제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동강사진박물관을 가지 못하고 온 것도 아쉬움이었습니다. 또 난고문학관과 김삿갓 시비를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이 나를 슬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단종의 묘 장릉, 어라연 레프팅, 책박물관, 고씨동굴, 곤충박물관, 묵산미술관, 들꽃민속촌 등도 가고 싶어서인지 머리속을 스쳐갔습니다. 다음 기회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일행들은 조선민화박물관을 향하는 도중인 영월역에 나를 내려 주고 그곳을 향했습니다. 한참동안 승용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솔직히 서울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했습니다. 영월역 대합실로 가니 열차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대합실에는 인터넷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서너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었습니다. 컴퓨터에 앉아 메일을 체크한 후 다시 영월역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매미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주변 나무에서 울고 있던 매미와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 등을 잡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정말 더웠습니다.

 

오후 12시 40분경 인근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다슬기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맛이 좋았습니다. 식당 입구에는 모 지상파 방송국에서 맛 집으로 선정해 방영을 했다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습니다. 방영을 할 말한 식당이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나와 청량리행 열차를 탔습니다.

 

지난 2002년 여름 <동강문학> 난고문학상을 수상한 이재무 시인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온 신경림 시인, 오세영 서울대 교수, 구중서 수원대 교수, 강만식 시인, 강신애 시인 등 유명 예술가들과 함께 열차에 몸을 싣고 땅콩 안주에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온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벌써 7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이날 청량리 도착 3시간 30분 동안 내리 잠만 청했습니다. 청량리에서 약속 장소로 옮기는 발길이 무거웠습니다. 이틀간 영월의 추억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조만간 보지 못했던 유적지와 박물관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2009.08.02 15:35ⓒ 2009 OhmyNews
#영월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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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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