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수퍼' 입점 논란, 국회에 가보니

사무처 "설문 반영 결과"... "서민경제 활성화 노력에 찬물 붓는 것" 비판도

등록 2009.08.03 20:58수정 2009.08.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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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가 국회 내 기업형 수퍼마켓(SSM) 입점을 추진해 논란이다.

전국적으로 기업형 수퍼의 '동네 골목' 입점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센 가운데 민생을 돌봐야 할 국회가 거꾸로 '재벌수퍼' 입점을 독려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기업형 수퍼 입점을 유예하고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나선 마당에 국회 사무처의 판단이 과연 현명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텅 빈 매장, 33개 중 '절반'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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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안 텅빈 매장 전경 기업형 수퍼마켓 입점을 앞두고 기존 매장이 퇴점한 상태다. ⓒ 성스런


기업형 수퍼마켓 입점 예정지는 국회 안 '후생관' 건물이다. 매장을 둘러봤으나 상인들은 이미 자리를 비우고 떠난 뒤였다. 텅 비어있는 약 330㎡ 규모의 매장에선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 있던 33개 점포 중 절반이 사무처의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 33개 매장들은 각각 일반 식료품부터 생활용품과 서적, 여행상품, 시계및 안경, 가전제품 등을 팔았다. 후생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수퍼도 있고 서점도 있었다. 없는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국회 사무처가 기업형 수퍼마켓 입점 추진에 나선 건 "많은 국회 직원과 보좌관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직원 설문을 반영해 노후하고 낙후한 시설, 서비스, 가격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고 대신 좋은 반응을 얻은 절반의 상점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비판 여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부 방침에 따른 일"이라고 밝혔다.

국회 직원 "국회 안까지 들어오는 게 바람직한가"

이에 대해 국회 직원 최모씨는 "설문조사를 하긴 했었지만 반영이 잘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대형유통업체 입점에 대해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오는 것이라면 문제될 건 없지만 국회 안에 기업 수퍼가 들어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여기가 수익사업 할 곳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기존 상점에 대해서도 "상점 가격이 외부보다 싸진 않았다"면서도 "대형 수퍼가 들어오기보단 기존 상점들의 서비스와 가격을 개선하는 측면이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내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도 "소비자 처지에서 가격이 저렴해진다면 대형 수퍼 입점이 더 좋을 수도 있다"면서도 "기존 매장을 이용하면서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정희 의원측, "상인들 생계 달린 사안... 공식 문제제기 할 것"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지난달 13일 논평을 통해 "국회 사무처의 후생관 내 대형유통마트 입점 추진은 서민경제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국회의 책무를 저버린 반서민 정책"이라며 "영세 자영업자를 살려 침체한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국회의 노력에 찬물을 붓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의원실의 조영래 보좌관은 "갈 곳을 잃은 상인들이 반발하며 버티기도 했지만 결국 나갈 수밖에 없었다"며 "계약만료로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상인들 생계가 끊기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익성도 낮은 곳에서 기업의 선전 홍보효과를 노리고 입점하려는 것이 문제"라며 "앞으로 원회의에서 공식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이번 주 안에 유통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점을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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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후생관 매장 셔터가 닫혀있다 33개 점포가 있던 매장이 내부 수리중이다 ⓒ 성스런

#SSM입점반대 #국회 #이정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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