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왜 중국집에서 스파게티 파나?"

[토론회]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MB '중도강화론'에 비판 쏟아져

등록 2009.08.04 18:24수정 2009.08.04 18:40
0
원고료로 응원
"사회적 통합이라는 것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너무 좌다 우다, 진보다 보수다 이념적 구분을 한다."

지난 6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강화론'을 화두로 내놓았다.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은 떡볶이집 방문 등 친서민행보로 이어지며 주목을 받았다.

일부 보수우파 인사들은 이를 "기회주의"라고 비판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적 차원, 즉 국면전환용으로 보는 시각이 좀더 강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입학사정관제 확대, 대학등록금 후불제 등을 추진하면서 중도강화론은 정책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러자 보수우파 진영에서 "보수우파 가치의 포기" "포퓰리즘" 등의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수의 이름으로 친서민행보 할 수 있다"

a  박효종 서울대 교수(자료사진).

박효종 서울대 교수(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안홍기

뉴라이트계열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4일 개최한 토론회도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겨냥한 자리였다. 강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보수성향 지식인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학)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파보수의 함의를 갖는 '실용'을 비전으로 내놓고 집권을 하고 나서 보수에서 한두 걸음 물러난 중도의 함의를 갖는 '실용'이라는 새로운 가치이념을 명실상부한 비전으로 내세우고자 한다면 정치도의적 차원에서 볼 때 당당하거나 떳떳한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선 시기와 집권 초기에 보수우파의 가치인 성장·경쟁·효율을 내세우다 집권 1년 6개월이 지난 때에 중도강화론과 서민정치를 내세운 것은 "강을 건너는 와중에서 말을 바꾸어 타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어 박 교수는 "보수의 이름으로 '서민정치'를 할 수 없고 천서민행보도 할 수 없는 것일까? 보수의 정체성을 가지고는 좌파진보와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뒤, "친서민보다 중요한 가치가 법과 질서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서민정치도 법과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수는 입학사정관제 확대, 농어촌 지역할당제 도입, 150만명 규모의 광복절 특별사면, 서민감세 등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이것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치, 공정한 경쟁 등의 선진화를 표방했던 정부가 그 정체성과 맞지 않는 부조화의 정책들"이자 이념적 정체성을 이탈한 대중추수주의 정책이라는 것.

박 교수는 "이 대통령의 민생탐방 행보가 그가 처음에 밝힌 국정철학과 비교해볼 때 아귀가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그 행보를 비유해서 말하자면 자장면을 팔아야 할 중국집에서 스파게티를 파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교수는 "지금의 보수는 '온실의 보수'가 아니라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견딘 잡초와 같은 '들판의 보수'"라며 "이제 보수의 브랜드 가치도 꽤 괜찮아졌는데 왜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보수라는 말을 쓰는 것이 과잉이념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부담돼 보수에서 굳이 한발 빼려고 한다면 그 대안은 중도 강화보다는 헌법정신 강화가 되어야 한다"며 "'이명박다움'의 찾기는 실체가 모호한 실용이니 중도가 아니라 '따뜻한 보수다움'이나 실체가 있는 '헌법정신'에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도강화론은 보수가치 확신부재에서 제기된 것"

이어 토론자로 나온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와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비판하며 '보수우파 가치의 회복'을 강조했다.

강석훈 교수는 "서민생활, 복지 및 분배 측면을 강조하고 이를 강화한다는 것이 중도를 의미한다면 이는 그동안의 MB정부 정책이 비서민, 비복지 및 성장편향이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며 "중도실용이라는 구호보다는 MB정부의 출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동근 교수는 "문제는 중도강화론이 이슈 선점 정도에 그치지 않고 올인(다 걸기)하고 있는 데 있다"며 "만약 중도강화론으로 국정방향을 전환한다면 큰 정책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중도강화론은 보수적 가치에 대한 확신부재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념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적은 사람들로 구성돼 체제유지에서 이념의 정체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 깊이 숙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우파적 가치와 이념에 기초한 정권임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적 가치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강화론 지속되려면 선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또다른 토론자로 참여한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부)는 중도강화론의 포퓰리즘적 성향에 공감하면서도 '비판적 옹호론'을 폈다.

정 교수는 "이 대통령은 원래부터 이념적 보수가 아니라 실용적 보수였다"며 "보수이념에 근거하여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 대통령이 원래부터 보수파의 대통령이었다는 주장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과 정부가 이념적 극단으로 흐르는 것으로 인식되면 치명적인 정치적 저항에 부딪힌다"며 "물론 중도도 위험하지만 중간에서 보수와 진보의 타협을 유도하고 한국적 실정에 맞는 좌표를 설정하여 나간다면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한국의 보수가 복지문제의 중요성을 놓친다면 정치적 미래는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중도강화론은 복지제도의 확충과 강화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 현 정부와 한국의 보수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대북정책은 비교적 잘 하고 있지만 친북이나 반북이 아니라 중도적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취하려면 교착상태를 풀 대안도 준비해야 한다"며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로 비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이 지속되려면 선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적과도 진정으로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이 대통령이 불신해온 여의도정치와 대화하고 타협할 것을 주문했다.
#이명박 #중도강화론 #바른사회시민회의 #박효종 #정진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3. 3 방치된 폐가였는데 이젠 50만명이 넘게 찾는다 방치된 폐가였는데 이젠 50만명이 넘게 찾는다
  4. 4 일본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떤 관계일까 일본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떤 관계일까
  5. 5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