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제스'와 '국민당'을 버리다

[데일리차이나-8월5일] <미국과 중국 관계> 백서를 발표

등록 2009.08.06 14:34수정 2009.08.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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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청나라는 아편전쟁 직후인 1844년, 양국 최초의 통상조약인 망하(望夏)조약을 체결했다. 1856년 애로호사건 이후 미국은 중국에서의 치외법권 체제의 특혜를 누리게 되고 1901년 의화단의 난 이후 체결된 신축조약으로 철도 이용권 등 이권을 확대해 나가며 배상금으로 칭화(淸華)대학을 건립하여 유학생을 양성하는 등 중국 내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한다.

 

1914년 7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양 열강이 중국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일본은 중국에서의 지배권을 크게 강화했으며 중국은 1917년 연합국으로 1차 대전에 참전하고도 독일이 차지하고 있던 산둥(山東) 반도를 일본에게 다시 내주고 만다.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당이 탄생하여 세력을 넓혀가는 동안 미국은 장제스(蔣介石)가 이끄는 국민당에게 적지 않은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 준다.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 이후 만주국을 세우고 1937년 중일전쟁에서 승리하며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음에도 국민당은 적극적으로 항일에 나서지 않으며 공산당 토벌에만 열을 올렸다.

 

<조셉 스틸웰과 미국, 중국에서의 경험(1911-1949)> <조셉 스틸웰과 미국, 중국에서의 경험(1911-1949)> 이라는 책에서 장제스를 지원한 미국은 결국 대중국정책이 스스로의 실패했음을 '중국백서'와 같은 기조에 인정하고 있다.
<조셉 스틸웰과 미국, 중국에서의 경험(1911-1949)><조셉 스틸웰과 미국, 중국에서의 경험(1911-1949)> 이라는 책에서 장제스를 지원한 미국은 결국 대중국정책이 스스로의 실패했음을 '중국백서'와 같은 기조에 인정하고 있다.新星出版社
▲ <조셉 스틸웰과 미국, 중국에서의 경험(1911-1949)> <조셉 스틸웰과 미국, 중국에서의 경험(1911-1949)> 이라는 책에서 장제스를 지원한 미국은 결국 대중국정책이 스스로의 실패했음을 '중국백서'와 같은 기조에 인정하고 있다. ⓒ 新星出版社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은 중국 국민당에 더욱 적극적인 군사 지원을 해 주면서 중국이 일본에 타격을 가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국민당이 일본에게 당하는 연이은 패전과 내부 부패, 치정의 실패는 중국 국민당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갈수록 떨어뜨렸으며 미국은 1944년 6월 부통령 헨리 왈러스를 충칭(重慶)에 보내고 7월에는 시찰단을 옌안(延安)에 파견하는 등 항일에 적극적이던 공산당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기까지 한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국은 본토에 있던 125만 명 가까운 일본군을 잡아두는 역할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2차 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조지 마샬 장군을 특사로 보내 국민당과 공산당의 정전을 중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전협정은 국민당의 파기로 무력화되고 전세는 점점 공산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1946년 8월 트루먼대통령은 "중국이 통일되지 않고 내전으로 분열된다면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원조에 적합한 곳이 아니며 평화적 민주주의를 향한 중국인민의 열망에 대한 중국의 믿음이 완전히 깨져 버리지는 않았지만 흔들리기는 했다"는 말로 장제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시사했다.

 

결국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은 패배하여 타이완으로 패주하고 공산당은 건국을 준비하고 있던 1949년 8월 5일, 미국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중국에 대해 취해 왔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의 방향과 결과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미국과 중국 관계> 중국백서를 발표했다.

 

애치슨 국무장관이 트루먼 대통령에게 제출한 이 보고서의 1/5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의 중국정세와 미국의 대중국정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나머지 4/5는 미국대통령들의 중국관련 연설, 국민당정부와 왕래한 서신, 성명, 조약, 법규, 주중 미국대사의 보고서, 국민당과 공산당의 성명과 문건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보고서에서 미국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의 무능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중국에서의 내전은 더 이상 미국정부의 통제범위 안에 있지 않음을,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이 장제스와 국민당에 대한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대중국 정책에 대한 통렬한 자기비판과 변명으로 마무리된 중국백서는 미국이 타이완의 국민당에 대해 군사원조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며 타이완은 한국과 함께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된다는 트루먼독트린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오쩌둥은 미국의 국민당 지원을 핑계로 들며 1950년 2월 14일, 중소우호동맹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면서 '냉전' 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와 함께 한반도에는 어두운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중국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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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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