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종이로 실용가구 만들다니"

6일부터 '쟁이마을' 아이들의 '종이로 만든 가구 전시회' 개최

등록 2009.08.10 19:10수정 2009.08.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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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방 마치 안방에서 초등생이 독서를 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작품에 동참한 쟁이마을의 한 소녀가 작품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다.

안방 마치 안방에서 초등생이 독서를 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작품에 동참한 쟁이마을의 한 소녀가 작품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다. ⓒ 송상호


종이는 약해서 가구를 만들 수 없다는 통념과 아이들은 가구 같은 것은 만들기 힘들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뒤 엎은 사람들이 있다. 설령 종이로 만든 가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대부분 실용 가구가 아니라 장식용 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도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바로 안성 '쟁이마을'의 아이들과 교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6일에서 9일까지 안성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에서 '종이로 만든 가구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1~6학년까지의 20 여명의 초등학생들이 모두 6개월에 걸쳐 준비하고 구상하고 만든 작품들이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탁자, 의자, 책꽂이, 선반, 장식장 등이 전시되었다.

종이를 소재로 단순히 미술작품이 아닌 실용가구를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 그것도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 상대로. 하지만 '쟁이마을'의 부부교사 한정규 씨와 이은희 씨는 시도했다. 그래서 6개월 만에 열매를 맺었다. 말하자면 아이들이 사용할 가구를 직접 아이들이 종이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전시회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가져가 사용할 가구들이니까.

a 전시회 안성중앙도서관에 마련된 전시회는 8월 6일부터 9일까지 이루어졌다.

전시회 안성중앙도서관에 마련된 전시회는 8월 6일부터 9일까지 이루어졌다. ⓒ 송상호



a 전시회2 전시된 작품을 구경하던 모녀가 테이블위에 놓인 사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 번 만져보고 있다.

전시회2 전시된 작품을 구경하던 모녀가 테이블위에 놓인 사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 번 만져보고 있다. ⓒ 송상호


'종이로 만든 가구', 이런 과정 거쳐 만들어

먼저 부부교사는 안성 시내에 있는 각종 대형마트 등을 돌아다니며 박스 종이를 모았다.  사실 박스종이를 모으는 일은 눈치 보이는 일이다. 박스종이를 고물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행히 한 대형마트에서 허락해줘 박스종이를 많이 모았기에 전시회를 하면서 '협찬 : 00마트'라고 쓸까 생각도 했다고.


가구를 만든다고 해서 처음부터 덥석 '가구 만들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먼저 삼각형, 사각형 등의 주어진 일정한 도형을 소재로 실용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는 수업을 했다. 2~3개월에 걸쳐 공간감각과 입체감각 등을 익히는 수업이었다. 종이가구를 만들기 위한 예비훈련이었다.

다음은 아이들에게 A4 용지 하나 달랑 주고 그 위에다가 두루마리 휴지를 얹어보라는 미션을 주었다. 어떤 아이는 종이를 주름 접어서 얹어보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종이를 둥글게 원기둥으로 만들어서 얹어보기도 하고. 종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기만 하면 결코 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의 변화작업부터 한 셈이다.


a 테이블 아이들이 만든 차 테이블.

테이블 아이들이 만든 차 테이블. ⓒ 송상호


a 책꽂이 책꽂이다.

책꽂이 책꽂이다. ⓒ 송상호


3개월간에 걸쳐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가구의 제작 과정은 이렇다.

1. 구상 : 자신이 만들 가구를 스케치한다.
2. 실용여부 점검 :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가구가 종이소재로 만들 수 있을지 따져본다.
3. 큰 틀 제작 : 스케치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큰 틀을 먼저 제작한다.
4. 부분품 제작 : 완성된 큰 틀과 큰 틀의 사이를 만들어 나간다.
5. 결합 : 만든 종이 가구 재료끼리 결합한다.
6. 외관 다듬기 : 박스종이를 색칠하고 장식한다.

이 때 생명은 역시 일정한 형태로 오려낸 박스 종이를 여러 장으로 겹쳐서 가구 재료를 만드는 것. 박스종이를 여러 장 겹치거나 얼기설기 엮어서 나무가구처럼 단단한 재료를 만든다. 실제로 탁자를 만든 넓은 판 속엔 가로로 여러 장이 겹쳐져 있는 게 아니라 가로 세로를 교차한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여기엔 약한 종이를 어떻게 하면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녹아있다. '힘의 역학구도'를 따져 만든 구조로서 일종의 '가구공학'인 셈이다.

a 장식장 장식장 겸 책장이다.

장식장 장식장 겸 책장이다. ⓒ 송상호


a 책장 책장 겸 장식장이다.

책장 책장 겸 장식장이다. ⓒ 송상호


'가구수업' 통해 '인생수업'을

가구의 실용성과 수명을 묻자 한정규 교사는 자신 있게 말한다.

"아이들 방에 두고 잘만 사용하면 일반 가구의 수명만큼 실용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졌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가구를 매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하니 자긍심이 대단할 거라 봅니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를 끝낸 아이들은 평생 처음 자신의 힘으로 만든 종이가구를 보며 자긍심이 한층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주어진 한계 상황에서 포기하고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소재로 새로운 창작을 만들어내는 '문제해결능력'을 심어주고 싶었다"는 부부교사. 그들의 목적대로라면 단순히 종이로 가구하나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만든 셈이다. 아이들은 값싼  '가구수업'을 통해 값진 '인생수업'을 받았던 것이다.

a 부부교사 아이들의 작품에 앉아서 사진 찍은 쟁이마을 부부교사. 왼쪽이 아내 이은희 씨, 오른쪽이 남편 한정규 씨다. 이들은 안성에서 다년간 대안미술과 심리상담을 병행해오고 있다.

부부교사 아이들의 작품에 앉아서 사진 찍은 쟁이마을 부부교사. 왼쪽이 아내 이은희 씨, 오른쪽이 남편 한정규 씨다. 이들은 안성에서 다년간 대안미술과 심리상담을 병행해오고 있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 이 취재와 인터뷰는 쟁이마을(031-673-0821) 전시회 첫날 안성중앙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덧붙이는 글 이 취재와 인터뷰는 쟁이마을(031-673-0821) 전시회 첫날 안성중앙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종이로 만든 가구 #쟁이마을 #종이가구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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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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