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의회 내 위상이 거의 절대적일 뿐 아니라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등 지방정부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그래픽
<국회공보>에 따르면, 7월 23일 현재 집권여당 한나라당은 168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나라당만으로도 전체 의석 292석의 57.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같은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의회 내 위상은 거의 절대적이다. 강행처리라는 부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어떤 법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다수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에서 보인 것처럼, 기세 또한 등등하다. 사기도 충만하다.
MB 정권은 지방정부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2006년 선거 결과, 한나라당은 16개 시·도 중에서 12개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다. 230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55개를 차지했다. 광역의회는 13개, 기초의회는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장악했다. 한나라당은 전체 광역의원 733명 중 557명(76%), 기초의원 2888명 중 1621명(56%)을 배출했다. 또 MB에게 보낸 전북지사의 큰 절 운운 편지가 상징하듯, 예산과 사정권으로 야당 소속 지자체도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이룬 일당 지배, MB 천하이 정도면 가히 일당 지배, MB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다 총칼 앞세워 강탈한 것이 아니라 선거로 합법적으로 이룬 것이다. 민의가 만들어 준 결과인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법에 의해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못할 것이 없고, 못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무엇이, 도대체 왜 두려우랴. 따라서 이렇게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MB 정권은 강하다.'
비정규직 840만, 실업 100만, 근로빈곤층(working poor) 300만, 자영업자 몰락 등 힘든 사람이 늘어나도 불만의 조직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청년실업이 날로 심해져도 그들은 길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삶의 문화로 개인주의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모든 성패가 나에게 달렸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인생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척박한 생존경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졌다. 집단행동 혹은 직접행동이 그만큼 어려워졌다. 이 또한 MB 정권이 누리는 강점이다.
이성계-정도전이 고려사회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사회를 연 뒤, 근 600년 만에 '박정희'는 낡고 병든 나라를 혁파했다. 줄기찬 성장으로 빈곤을 타파했고, 엘리트 집단을 통째로 바꿨다. 가난에 찌들고, 전쟁에 휩싸이고, 정쟁에 물든 구체제를 무너뜨렸다. 질서 있는 개혁으로 나라를 새롭게 건설했다. 박정희 모델은 지금 이렇게 기억되고 소구되고 있다. 이런 정서는 보수와 우파에게 젖줄이다.
이후 민주화를 이루었고 민주세력에 기회를 줬다. 하지만 삶은 더 힘들어졌다. 성장은 정체됐고 양극화가 심화됐다. 되레 경쟁이 치열해졌다. 삶은 강퍅해졌으나 복지는 소홀했다. 말은 넘쳤으나 뭔가 이뤄내고 매듭짓는 추진력이 떨어졌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은 계속 부추기고 속살거렸다. 열망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 실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시 보수세력에 열망을 투사했다. 이런 시대적 흐름도 역시 MB 정권이 갖는 호조건이다.
MB 정권의 인프라는 강하다또 있다. 선거 때마다 동원하는 지역주의는 영남에 기반을 둔 보수세력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영남의 유권자 규모가 워낙 크다는 단순 산술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영남의 투표자수(654만)는 호남(259만), 충청(230만), 강원·제주(98만)를 합친 것보다 많다. MB의 영남 득표(317만)는 정동영 후보의 호남 득표(206만)를 압도했다. 무조건 100만 표 이상을 먹고 들어간다는 것은 비유컨대 100미터 경주에서 10미터 앞에서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MB 정권은 보수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융단폭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를 공격하던 그들은 MB 정부의 잘못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거의 모든 아젠다가 정치적 득실에 따라 세심하게 관제하고 있다. 정론직필의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니라 보수·우파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고 있다. 극언과 매도, 왜곡과 부정이 스스럼없이 행해지고 있다. 아스팔트 우파의 '돌격 앞으로' 행동주의(activism)도 꽤 유용한 자원이다.
서구사회를 보면, 노동이 제 목소리를 낼 때 중산층이 늘어나고 사회적 타협이 자리 잡았다. 구조적으로 열세인 노동의 힘을 키우기 위해 국가는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을 보장·고무·격려했다. 미국의 뉴딜이 그랬고 유럽의 복지체제가 그랬다. MB 정부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대처와 레이건이 선도한 우파정권의 정치 문법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 민노총과 전교조 등 유력한 노조들이 많이 약화됐다. 게다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도 상당히 위축됐다. 사회적 역관계를 보수 우위로 재편함으로써 MB 정권이 누리는 이점은 대단히 크다.
무엇보다 MB 정권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아예 듣지 않는 것이다.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다. 미디어법이나 4대강 살리기 등에서 보듯이 70% 아니 80%가 반대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간다'는 식이다. 아마 여론의 100%가 반대해도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조차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오정이다. 소에 빗댄 우리말 벽창우, 돼지에 빗댄 영어 '피그헤드'(pighead)에 딱 들어맞는다. 어찌 두렵지 않으랴. 그렇다. 'MB 정권은 강하다.'
이처럼 MB 정권의 인프라와 기반은 강하다. 그런데 MB 정권이 정말 강한가? 지난 대선에서 48.7%로 압승했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전체 국민 30.5%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5번의 선거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2008년 8월 현재 MB 지지율은 30%를 밑돈다. 내각제라면 마땅히 퇴진해야 할 정도로 낮은 수치다. 한나라당 지지율 역시 20%대에 머물러 있다. MB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에서 볼 때, 진폭이 있기는 하지만 PK와 충청권의 이탈 조짐은 농후하다. 수도권에서도 대선과 총선 때의 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매우 허약한 MB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