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MB정권의 리더십은 어디에?

'정치의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

등록 2009.08.14 13:37수정 2009.08.1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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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리더십일 것이다. 물론 겸양이나 지혜와 같은 정치인에 대한 수많은 요구와 조건이 존재하겠지만, 대중의 인식에서 정치인에 대한 리더십 강조는 유독 두드러지게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다. 예컨대, 리더십에 대한 수많은 책들의 저자 중 상당수가 (과거, 혹은 현재도) 정치인이라는 것만 보아도 이같은 사실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출판은 그야말로 시장답게 가능한 큰 수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책을 기획하며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인의 존재는 (다소 거칠게 나마) 크게 두가지 양상으로 나누어 고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정치인들이 발휘한다는 리더십의 지향과도 맞물리는 것일텐데, 이에 대해 여기선 임의적으로나마 '정치의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로 구분해 보도록 하겠다.

'정치의 지도자'란 이렇게 존재한다. 즉 그들은 랑시에르의 말처럼 '정치'라는 것의 개념을 각자의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물리적 활동, 혹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적 경계설정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배분 할당하여, 각자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만의 체계의 정당한 몫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고안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치의 지도자'는 사회구성원 간의 조화 및 상생과 상호간의 균형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설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정치는 '관리'라기 보단 '관심'에 가깝다.

 반면 '정치적 지도자'란 이렇게 존재한다. 이들은 정치가 적과 동지의 구분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는 칼슈미트에 대한 단편적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만을 고수하며 이 양극을 강제적으로 구분하고 할당하는데 시간을 소모한다. 그리하여 이들의 활동이란 오직 동지간의 결합이나 연합을 구상하고. 적을 배제시킬 논리만을 고심하는 것을 지칭한다. 또한 이들이 행하는 동지와 적의 구분은 도덕적으론 선과 악, 예술적으론 미와 추라는 이분법으로의 비약이 동시에 이루어져, 사회문화 영역 전반을 자의적으로 해체하고 설정한다. 그리고 이는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사회 특정영역의 소외와 배제를 잉태시키는데, 이 소외되는 특정영역이란 것의 조건이 정치적 지도자의 정치,경제적 손해를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데 일조한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정치는 철저하게 이권정치다. 자신이 속한 특정소수만을 위한 봉사다. 이들의 존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예술의 영역도 치안의 방식으로 재설계된다. 정치적 지도자가 존재하는 곳엔 살얼음같은 줄타기만 있을 뿐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까지 여기서 기술한 '정치의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라는 두 개의 프레임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에 접목시켜 본다면, MB정권의 리더십은 어느 쪽에 위치할까? 올바른 판단을 위해 최근 이슈화된 사건 몇 개만 일별해보자.

한예종 사태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예종에 대해 실기수업에 비해 이론수업의 비중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각종 교과목과 전공과정의 대대적 개편을 요구했다. 이론 없는 실기가 있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넘어 순수해야 할 예술의 영역을 정치적 색깔을 띠고 치안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개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사정리의 대상이 대부분 우리가 소위말하는 좌파 지식인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가 있다. 미디어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중은 사회에 대한 인식을 미디어를 통해 형성하며, 그리하여 동일한 사건이라도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접촉하는지에 따라 판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상기한다면, 미디어는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대한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토록 중요한 사항을 정부여당은 여론의 동의 없이 사실상 강제로 속행시켜 버렸다. 그들은 항상 여론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이 사항이 매우 특수하고도 복잡하여 대중에게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식의 투로 일변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말처럼 '이 사항이 매우 특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더욱더 대중의 설득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행처리해 버렸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의 리더십을 진단하기 위해 몇가지 사안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상생과 조화를 요구하는 진정한 '정치의 지도자'와 특정 이권을 대변하는 '정치적 지도자' 중 현 정권은 어느 쪽에 위치할까? 이제 판단은 대중의 몫이다.
#MB정권 #지도자 #리더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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