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찾은 주민 "어떡해요 훨씬 싸잖아요"

롯데슈퍼 코앞에서 동네상인들 맞대응 "롯제제품 반입 거부"

등록 2009.08.14 21:15수정 2009.08.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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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롯데슈퍼 코앞에서 반대시위 "롯데재벌, 골목상권 싹쓸이, 자영업자 싹쓸이"

롯데슈퍼 코앞에서 반대시위 "롯데재벌, 골목상권 싹쓸이, 자영업자 싹쓸이" ⓒ 김솔미

▲ 롯데슈퍼 코앞에서 반대시위 "롯데재벌, 골목상권 싹쓸이, 자영업자 싹쓸이" ⓒ 김솔미

"합판 같은 걸로 막아 놓고 야밤공사한 지 6일 만에 문 열더라고요.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이제 롯데에서 나오는 물건은 안 받기로 했어요. 있는 것도 다 반품시키고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롯데슈퍼 목동점 바로 옆 골목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권연아(45)씨의 말이다. 지난 11일 저녁에 '은근슬쩍' 개장한 롯데슈퍼 바로 앞에서 지역 상인들이 영업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예상한 롯데슈퍼측이 상인들은커녕 지역주민들도 모르게 문을 연 것이다. 갑작스런 날벼락에 서울중동부슈퍼마켓조합원들은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계열 제품의 반입을 거부하고 이달 말까지 롯데슈퍼 목동점이 철수하지 않으면 이미 들여온 물품들도 반품하기로 한 것.        

 

끝까지 대응할 생각 vs 무대응으로 일관

 

a 롯데슈퍼 반대 시위 서울중동부수퍼마켓조합원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롯데슈퍼 반대 시위 서울중동부수퍼마켓조합원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솔미

▲ 롯데슈퍼 반대 시위 서울중동부수퍼마켓조합원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솔미

집회에 참여한 상인 오점교(55)씨는 "개장하기 며칠 전에 소식을 듣고 우리가 먼저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넣었다"며 "이를 안 롯데슈퍼가 졸속으로 개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이어 "집회허가신청은 받았다"며 "끝까지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롯데슈퍼 측은 바로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상인들을 두고도 '무대응'으로 바라볼 뿐이다. 롯데슈퍼 직원 A씨는 자신도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저 사람들이 우리 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가 우시는 것 보고 따라 나왔어요."

 

a 롯데슈퍼 거부  “밤에 엄마가 우시는 것 보고 따라 나왔다”는 13살 초등학생 서동환 군은 한 낮의 땡볕에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롯데슈퍼 거부 “밤에 엄마가 우시는 것 보고 따라 나왔다”는 13살 초등학생 서동환 군은 한 낮의 땡볕에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 김솔미

▲ 롯데슈퍼 거부 “밤에 엄마가 우시는 것 보고 따라 나왔다”는 13살 초등학생 서동환 군은 한 낮의 땡볕에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 김솔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곳 지역 상인들만은 아니다. "밤에 엄마가 우시는 것 보고 따라 나왔다"는 13살 초등학생 서동환 군은 한낮의 땡볕에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면목동에서 N수퍼를 운영하는 김태원(50)씨는 "우리 동네는 아직 피해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며 "전국 상인들이 힘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손바닥만한 동네 슈퍼가 어떻게 저런 대형마트와 싸웁니까? 벌써 매출이 뚝 떨어졌어요. 그래도 문 닫을 수는 없으니까 집사람만 (집회에) 나가 있고 저는 가게 지켜요."

 

벌써부터 동네 슈퍼들은 울상이다. 롯데슈퍼가 들어선 큰 길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먹골슈퍼'의 상인 B씨는 혼자서 '손바닥만한' 슈퍼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B씨는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이 남아돌아 걱정"이라면서 "대기업이 영세상인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전했다.

 

"그래도 롯데슈퍼가 훨씬 싼 걸요"

 

a 슈퍼연합, 롯데거부 "30년 보답이 코앞에 롯데슈퍼 개점이냐. 우리도 같이 살자."

슈퍼연합, 롯데거부 "30년 보답이 코앞에 롯데슈퍼 개점이냐. 우리도 같이 살자." ⓒ 김솔미

▲ 슈퍼연합, 롯데거부 "30년 보답이 코앞에 롯데슈퍼 개점이냐. 우리도 같이 살자." ⓒ 김솔미

지역 주민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슈퍼마켓의 입점이 반가우면서도 자주 이용하던 슈퍼마켓 상인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 빈손으로 롯데슈퍼를 나오는 주민 C씨는 "그냥 둘러보았다"며 "그래도 주변 상인들 몰래 문을 연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역시 동네 주민 김 모(50)씨의 말이다. 

 

"여기 시위하는 상인들 다 아는 사람들인데... 그래도 어떡해요. 롯데슈퍼가 훨씬 싼 걸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 같아요."

 

롯데슈퍼 철수를 요구하는 서울중동부슈퍼마켓조합원들의 시위는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롯데식품업체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

 

a 서울중동부슈퍼마켓조합원 '야밤공사'로 '은근슬쩍' 개장한 롯데슈퍼, 해도해도 너무해

서울중동부슈퍼마켓조합원 '야밤공사'로 '은근슬쩍' 개장한 롯데슈퍼, 해도해도 너무해 ⓒ 김솔미

▲ 서울중동부슈퍼마켓조합원 '야밤공사'로 '은근슬쩍' 개장한 롯데슈퍼, 해도해도 너무해 ⓒ 김솔미

한편, 지역 상인들의 롯데 제품 반입 거부로 울상을 짓는 쪽은 롯데마트가 아닌, 롯데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식품업체들이다. 롯데제과 홍보팀 강상우 과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은 기존의 유통환경이 변화되는 일"이라며 "아직 소규모 지역슈퍼들의 구매 거부로 발생할 피해규모는 알 수 없지만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소규모 슈퍼들과 롯데 식품, 함께 윈윈(win-win)하며 커 왔는데, 갑자기 구매 거부라니요. 섭섭합니다."

 

강 과장은 이어 "이런 비유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네 상인들이야 '고래'라고 할 수 없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이 가져온 피해는 결국 지역슈퍼에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  

 

이에 대해 롯데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피해가 커진다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아직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낙관했다.

 

한국슈퍼마켓 협동조합의 홍보팀 강성철 팀장은 지역 상인들의 롯데제품 구매 거부 계획에 대해 "더 이상 참다못해 감정이 격해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씨는 이어 "상인들이 이제 직접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대형 슈퍼마켓의 확산에 대해 단순히 경고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강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김솔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
#롯데수퍼 #SSM #서울중동부수퍼마켓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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