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에 가서 고추따기를 하다

쉬운 일 없는 농사 일

등록 2009.08.17 09:34수정 2009.08.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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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5일 광복절, 나는 친구와 등산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등산 가는 것을 한사코 반대한다. 자신은 등산과부라는 것이다. 오늘 토요일만은 같이 행동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등산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데 아내 말이 처가에 가서 친정 부모님들이 고생하시는 데 고추나 따드리자고 했다. 아내는 자신의 부모가 농촌에 사시며 농사일 하시는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한다. 장인, 장모님이 70대 후반인데 아내나 처남이 농사짓지 마시고 편하게 살으시라 해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는 장인, 장모님이시다.

장인, 장모님은 고추농사라도 해서 광주에 사는 처남 둘에게 조금이라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인 듯싶다.

a  빨갛게 익은 고추 들

빨갛게 익은 고추 들 ⓒ 조갑환


날씨가 조금 서늘해지는 오후 네 시 경부터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고추 따기를 무척 쉬운 일로 생각했는데 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고추들이 빨간 것, 빨간색과 익지 않은 녹색이 반쯤 석인 것, 완전 덜 익은 녹색의 것이 무수히 달려 있는 데 빨간 것만 따라는 것이다. 빨간 것도 꼬투리가 있게 따라는 것이다. 꼬투리가 있게 따려고 하니 가끔씩 고추대가 부러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한참을 서서 고춧대 위쪽에 달린 것만 따다보니 아내가 앉아서 아래쪽도 따라는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서 아래쪽을 보니 빨간 고추가 아래쪽에도 무수히 숨어 있었다. 서서 따다 앉아서 따다 번갈아 따며 가는 데 땀이 무척 나고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프다.


옆에서 같이 고추를 따는 장인께 물었다.
"요즈음 고추금은 어떤가요?"
"괜찮해야. kg당 7000원 정도 해야. 벼농사 보다는 소득이 좋아서 하는데 엄청 손이
가야."
또 고추를 말리는 데 손이 엄청 간다고 했다. 햏볓에 말린 고추가 건조기에 말린 고추보다 가격을 더 쳐 주어서 가급적 햇빛에 말린다고 했다.

a  고추가 빨갛게 열려있느 고추 밭, 고추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추가 빨갛게 열려있느 고추 밭, 고추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조갑환


나는 비료포대로 3포대를 따고 더는 못 하겠다 싶어 그만 두었다. 오늘 해보니 고추 따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안 해 본 일을 하려니 허리 다리도 아프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려니 싫증도 나고 그랬다. 이렇게 한 번 따기도 힘든데 한 고추밭을 5회 정도는 따야 한단다.

무슨 일이든지 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일의 노고를 알 수가 없다. 전에는 고추 따기가 별 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7순이 넘은 장인, 장모님이 고추 따느라고 고생하신다는 말을 듣고도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 분들의 고생을 알 것만 같다.


처가에서 저녁을 먹고 광주에 오는 데 아내도 오랜 만에 남편에게 흡족한 모양이다. 나에게 하는 말들이  참 부들부들하다. 처갓집에 잘 하면 아내에게 대접을 받는다. 나도 주말마다 가는 등산을 삼가고 가급적 처가에 가서 늙으신 장인, 장모님을 도와드려야 겠다.

덧붙이는 글 | 처가에 가서 고추따기를 하다.


덧붙이는 글 처가에 가서 고추따기를 하다.
#고추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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