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역부족 드러낸 천안문화원

새 원장 선출 무산, 내부 갈등만 증폭

등록 2009.08.19 18:08수정 2009.08.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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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원장 선출로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하려던 천안문화원의 구상이 물거품됐다.

선거를 통해 정상화의 역량을 드러내기는 커녕 내부 갈등만 증폭, 정상화가 요원하다는 사실만 입증했다. 정상화 가능성은 갈수록 멀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현 천안문화원의 해체를 의미하는 천안시의 문화원 재산환수는 점차 임박해지고 있다.

반인충 원장 직무대행 "마음 고생 컸다" 토로

 파행사태 해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모습.
파행사태 해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모습.윤평호

천안문화원은 지난 18일 오후 2시 문화원 4층 대강당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새 원장 선출을 위한 이날 총회는 반현충 원장 직무대행의 인사말에 이어 후보자 세 명의 소견발표, 회원들의 투표로 진행됐다.

지난 2월 19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천안문화원장 직무 대행자로 지정돼 파행사태 수습의 책임을 맡아왔던 반인충 전 금산교육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반인충 직무대행자는 "밖에서 파행 정도로만 알고 부임했는데 와보니 문제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반 대행자는 "문화원전국연합회와 도에서도 제명되고 2억원에 가까운 돈이 체불돼 직원들이 돈을 달라고 고발해 4차례나 불러나가 조사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고 말했다.

반인충 직무대행자는 정상화 방안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문화원 파행 세력은 모두 물러나고 새 판을 짜서 원장을 선출하자는 지배적 주문이 많아 이사 전원 사퇴를 호소했지만 일부 이사의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집도 유야무야돼 누가 뭐래든 좋은 분을 원장으로 뽑고 (직무대행자를)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총회 개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인충 직무대행자는 '자꾸 문제 삼으면 문화원이 없어져야 한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을 당부했다.

원장 후보 3명, 저마다 정상화 적임자 자임


 새 원장을 선출하는 천안문화원의 총회 모습. 오른쪽 3명이 원장 후보로 나선 이들이다.
새 원장을 선출하는 천안문화원의 총회 모습. 오른쪽 3명이 원장 후보로 나선 이들이다.윤평호

반인충 직무대행자의 인사말에 이어서는 기호 1번 이종록(64.쌍용동), 기호 2번 오열근(62.청수동), 기호 3번 남상호(53.영성동) 후보가 기호 역순으로 소견 발표를 했다. 세 후보는 저마다 천안문화원 정상화와 부채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강변했다.

예술인으로 활동중인 남상호 후보는 "천안문화원은 지역문화창달이 목적"이라며 "지역의 누가 시인인지, 화가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원장을) 맡아서 되겠는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 후보는 문화원 부채는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 정확히 파악후 기업인과 연계해 실타래를 풀고 시의 재산환수에 대해서는 최선책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대학교수 경력의 오열근 후보는 "천안이 55만 대도시로 양적 규모는 늘어났지만 각종 경쟁이 만연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천안문화원의 침체도 한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회원들에게 39가지 공약이 담긴 정책공약집을 퀵서비스로 배달했다"며 "당선시 천안시와 관계를 회복해 보조금 확보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단체 임원 이력의 이종록 후보는 "문화원 이사, 운영위원으로 20여년 넘게 헌신 봉사를 다했다"며 "젊은 날 많은 시간을 할애한만큼 천안문화원 정상화에 남다른 생애를 바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화원 조직과 운영을 혁신하고 시.도비 유치에 적극 협력해 천안문화원을 새 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적법성 둘러싸고 이견, 당선자 발표 미뤄져

천안문화원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황각주) 진행으로 실시된 새 원장 선출 투표에는 68명이 참가했다. 천안문화원 회원 자격을 취득한지 6개월이 지나 선거권을 가진 회원 82명 중 14명이 불참했다.

개표 결과 오열근 후보가 27표로 최다 득표했다. 이종록 후보와 남상호 후보는 각각 21표와 20표를 획득했다. 최다 득표자는 나왔지만 당선자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당선자 확정의 근거 규정을 놓고 이견이 제기된 탓.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회에 앞서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확정한다는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천안문화원 정관 23조에 따르면 '총회는 재적회원의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토록 되어 있다. 정관을 적용하면 오열근 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기 때문에 당선자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총회 현장에서는 정관 23조 규정을 들어 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 회원들은 선관위의 자체 규정보다 정관이 우선돼야 한다며 투표 결과가 무효임을 주장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당황한 선관위 5명 위원은 총회 현장에서 다급히 의견조정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 회의 뒤 황각주 위원장은 "죄송하다"며 "현 정관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어서 당선 확정자 발표를 보류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법원이나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 해석을 의뢰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인충 직무대행자도 "유감스럽게 됐다"며 "현 정관을 가지고 유권해석을 받아 다음에 회원들에게 통지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총회장에서는 고함이 오가는 등 천안문화원내 갈등 양상이 여전함을 보였다. 얼마전 '이달 말까지 건물을 비워달라'고 천안문화원에 통보한 천안시는 '8월까지 비우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 등 강제수단을 단행하겠다'고 전했다.

대법원에서도 성추행 혐의가 확정된 권연옥 전 천안문화원장이 2008년 7월 자진 사퇴했지만 천안문화원은 내홍이 끊이지 않으며 파행사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천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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