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장을 선출하는 천안문화원의 총회 모습. 오른쪽 3명이 원장 후보로 나선 이들이다.
윤평호
반인충 직무대행자의 인사말에 이어서는 기호 1번 이종록(64.쌍용동), 기호 2번 오열근(62.청수동), 기호 3번 남상호(53.영성동) 후보가 기호 역순으로 소견 발표를 했다. 세 후보는 저마다 천안문화원 정상화와 부채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강변했다.
예술인으로 활동중인 남상호 후보는 "천안문화원은 지역문화창달이 목적"이라며 "지역의 누가 시인인지, 화가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원장을) 맡아서 되겠는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 후보는 문화원 부채는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 정확히 파악후 기업인과 연계해 실타래를 풀고 시의 재산환수에 대해서는 최선책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대학교수 경력의 오열근 후보는 "천안이 55만 대도시로 양적 규모는 늘어났지만 각종 경쟁이 만연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천안문화원의 침체도 한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회원들에게 39가지 공약이 담긴 정책공약집을 퀵서비스로 배달했다"며 "당선시 천안시와 관계를 회복해 보조금 확보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단체 임원 이력의 이종록 후보는 "문화원 이사, 운영위원으로 20여년 넘게 헌신 봉사를 다했다"며 "젊은 날 많은 시간을 할애한만큼 천안문화원 정상화에 남다른 생애를 바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화원 조직과 운영을 혁신하고 시.도비 유치에 적극 협력해 천안문화원을 새 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적법성 둘러싸고 이견, 당선자 발표 미뤄져천안문화원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황각주) 진행으로 실시된 새 원장 선출 투표에는 68명이 참가했다. 천안문화원 회원 자격을 취득한지 6개월이 지나 선거권을 가진 회원 82명 중 14명이 불참했다.
개표 결과 오열근 후보가 27표로 최다 득표했다. 이종록 후보와 남상호 후보는 각각 21표와 20표를 획득했다. 최다 득표자는 나왔지만 당선자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당선자 확정의 근거 규정을 놓고 이견이 제기된 탓.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회에 앞서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확정한다는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천안문화원 정관 23조에 따르면 '총회는 재적회원의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토록 되어 있다. 정관을 적용하면 오열근 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기 때문에 당선자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총회 현장에서는 정관 23조 규정을 들어 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 회원들은 선관위의 자체 규정보다 정관이 우선돼야 한다며 투표 결과가 무효임을 주장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당황한 선관위 5명 위원은 총회 현장에서 다급히 의견조정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 회의 뒤 황각주 위원장은 "죄송하다"며 "현 정관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어서 당선 확정자 발표를 보류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법원이나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 해석을 의뢰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인충 직무대행자도 "유감스럽게 됐다"며 "현 정관을 가지고 유권해석을 받아 다음에 회원들에게 통지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총회장에서는 고함이 오가는 등 천안문화원내 갈등 양상이 여전함을 보였다. 얼마전 '이달 말까지 건물을 비워달라'고 천안문화원에 통보한 천안시는 '8월까지 비우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 등 강제수단을 단행하겠다'고 전했다.
대법원에서도 성추행 혐의가 확정된 권연옥 전 천안문화원장이 2008년 7월 자진 사퇴했지만 천안문화원은 내홍이 끊이지 않으며 파행사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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