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멀리 갈 것 없다. 낙안군에 다 있다

[09-028] 남북문제 해법, 옛 낙안군에서부터 시작하면 빠르다

등록 2009.08.23 13:35수정 2009.08.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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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입구에 있는 한 단체의 표지석옆에 있는 국기봉,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일을 맞아 조기가 게양돼 있다. ⓒ 서정일

낙안읍성 입구에 있는 한 단체의 표지석옆에 있는 국기봉,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일을 맞아 조기가 게양돼 있다. ⓒ 서정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남과 북의 문제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한 형제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주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호 정보가 빈약하고 체재가 다른 남과 북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쳐다보면서 다 아는 것처럼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한 일로 보인다.

 

필자는 만약 남북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철조망도 쳐져 있지 않고 더구나 체재가 달라 복잡한 등식을 적용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성격은 매우 유사해 충분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곳이 가까운 곳에 있다고 조언해 주고 싶다. 맘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로 한반도 남동쪽 끝자락 옛 낙안군 지역인 낙안과 벌교다.

 

낙안군(낙안과 벌교 지역)은 101년전인 1908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군되고 한 형제였던 주민들은 인근 순천시와 보성군으로 나뉘어 편입됐다. 물론 낙안군 지역을 좀 더 세분해보면 순천시 외서면, 낙안면, 별량면, 보성군 벌교읍, 고흥군 동강, 대서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낙안과 벌교를 대표적으로 든 것은 남과 북의 상황을 대입해 보기 위해서다.

 

또한, 낙안군을 얘기하면서 인근 지역인 순천시와 보성군을 한반도 주변 강대국(외세)에 비유하며 다소 억지스러운 대입을 한 것은 남과 북의 문제를 풀어보기 위한 임시방편이기에  그 지역민들은 한발 물러나 지켜봐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1년전에 폐군 된 낙안군(낙안과 벌교지역)을 재차 들여다 보면서 연재 <낙안군 101가지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런데 연구 가치가 있다고 손짓해 놓고 이미 선점해 놓으면 반칙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필자의 능력이 많이 부족해 연재를 쓴 후에도 이 지역에 대한 연구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Q. 낙안과 벌교(남과 북)는 한 형제인가 아닌가?

 

'한 형제라고 하는 것을 어디서부터 따져봐야 하는가' 라고 반문하면 좀 난감하지만 머지않은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곳엔 낙안군이라는 것이 있었고, 분명 낙안군이었을 때는 한 형제였으며 그 형제라는 관계는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 왔었다.

 

Q. 낙안군(조선)은 자발적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나?

 

낙안군은 적어도 일제가 이 나라를 침탈하기 이전까지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지형적으로도 인근 순천시나 보성군과 확연히 구별될 수 있는 산으로 둘러싸여있는 공간이었으며, 당시 농산물과 수산물도 풍부해 재정자립도 충분했다. 하지만 낙안군은 1908년 외세(일제)에 의해 공중 분해됐으며 이로써 낙안군이라는 이름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됐다.

 

Q. 낙안과 벌교 주민(남과 북)은 자발적으로 순천과 보성(외세)을 원했나?

 

낙안군이 사라진 상황과 마찬가지로 낙안과 벌교 주민들 또한 서로 헤어질 의사는 전혀 없었다. 생소하고, 거리도 멀어, 고개를 넘어야 도달하는 순천과 보성으로 자발적으로 흡수돼 들어가는 상황을 누구도 원치 않았다.

 

Q. 폐군(분단)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됐는가?

 

1단계, 벌교는 외세(일제)의 자금 유입으로 집중 개발되면서 번성하고 낙안은 몰락했다.

(30년대 벌교는 낙안 등을 흡수 통합해 벌교시 추진, 낙안 반대)

 

2단계, 해방과 함께 벌교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낙안읍성 개발로 낙안이 번성하면서 상황 이 역전됐다. (80년대 벌교는 낙안군 복군운동, 90년대 이후, 벌교는 순천시로 편입 추진, 낙안은 반대)

 

3단계, 낙안은 관광수입과 고소득 작물로 번성한 반면 벌교는 쇠퇴 속에서도 유락시설을 확충했다. (2000년대, 벌교는 낙안의 관광객 유치 기대 상생 주장, 낙안은 내심 반대)

 

Q. 벌교의 움직임에 대해 왜 낙안은 항상 반대하는가?

 

결론적으로 벌교가 '햇볕정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101년 전 낙안군 시절에 벌교는 작은 갯가 마을에 불과했는데 일제의 거대 자금으로 광주, 목포에 이어 세 번째가 될 정도로 큰 도시로 성장하면서도 당시 깡촌으로 전락한 낙안을 흡수통합하려고만 했지 경제적 이득을 나누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측이 많다.

 

그런데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시·군 경계가 달라져 순천과 보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이간질)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형제끼리 자존심 버리고 함께 뭉쳐서 잘 살아보려고 해도 이미 행정구역이 철책선 마냥 쳐져있어 넘지 못했고 순천과 보성은 이를 교묘히 이용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Q. 낙안과 벌교에서 남과 북의 상황을 느껴볼 수 있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너무나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하나 차이가 있다면 체재와 이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체재와 이념이 같은 상황에서도 거의 유사한 형태가 벌어졌었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 즉, 체재와 이념은 조건에서 빼 버려도 상황은 같다는 것이다.

 

낙안과 벌교가 애초부터 헤어지게 된 상황이 강대국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분할됐던 남북의 상황과 같고, 남과 북을 둘러싼 주변 정세가 낙안과 벌교를 둘러싼 인근 지자체의 상황과 흡사하고, 101년 동안 해 오던 낙안과 벌교의 행태가 60여 년간의 남과 북의 행태와 유사하다. 그러면 해결점도 같지 않을까?

 

한 형제였던 낙안과 벌교가 하나의 행정구역이 된다는 것은 한 형제인 남과 북이 통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주변의 순천과 보성이 관여하지 않고 낙안과 벌교가 자체적으로 협의하고 토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변 강대국들의 관여 없이 남과 북이 자체적으로 협의하고 토의한다는 의미와 같은데 그게 가능할까?

 

순천시는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보성군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중국은, 러시아는, 미국은, 일본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이권과 역학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주변 강대국들이 그렇게 포기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결국 남북문제처럼 낙안과 벌교의 문제처럼 내부적인 것에 앞서 외부적인 문제가 더욱 크고, 외부 요인이 지역과 주민의 분열을 가져온 애초의 원인이고, 지역이 현재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결과물이며,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이웃사촌이라고 하지만 가족 보다는 못한 법이다. 가족 형제가 멀리 떨어져 있을때나 이웃사촌이지 바로 옆집에 가족 형제가 사는데 그들과 담쌓고 주적이라고 말하며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이웃을 맹신하고 따르는 것은 무엇이 본질이며 무엇이 곁가지인지를 모르는 우매한 일이다. 여러분을 낙안과 벌교로 초대하고 싶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29] 명물인가 흉물인가 낙안온천, 낙안휴양림
남도TV

2009.08.23 13:3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예고: [09-029] 명물인가 흉물인가 낙안온천, 낙안휴양림
남도TV
#낙안군 #남도TV #스쿠터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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