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심대평+α' 입각 원했다

'선진과창조모임' 문국현 "혼자 총리 가려해 오해 생겨"

등록 2009.08.31 17:52수정 2009.08.3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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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대표의 탈당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청와대로부터 일부분 '내각 지분'을 보장받는다면 한나라당과 연합정권을 구성할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심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는 대신 자유선진당 의원 중 몇명을 함께 데려가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심대평+α(알파)' 입각을 청와대에 요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혼자 총리로 가려는 심 대표와 이 총재간에 오해와 갈등이 생겼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얘기는 자유선진당과 교섭단체(선진과 창조의 모임)를 이루고 있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통해 전해졌다.

 

문국현 대표 "이 총재, 자유선진당 의원 몇명 함께 갔으면 했다"

 

문 대표는 31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회창 총재가) 심 대표 혼자 총리로 가시는 게 아니라 자유선진당 여러 분들이 함께 가셨으면 했던 것 같았다"며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아서 오해와 섭섭한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의원이 입각을 한다든지 하는 것을 말하느냐"는 질문에 문 대표는 "원래 그런 생각을 이회창 총재가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 총재는 '심대평+α'가 실현돼야 진정한 연합정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청임을 알고 있는 심 대표가 혼자라도 이명박 정부에 참여할 뜻을 굽히지 않아 끝내 파국을 맞았다는 게 문 대표의 전언이다.

 

그는 "(이 총재는) 그 정도는 돼야 자유선진당의 참여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면서 "심 대표는 우선 하나라도 총리로 진출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맞섰고), 이 사이에서 오해나 섭섭한 일도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로 교섭단체를 이끌고 있는 문 대표는 이 총재의 생각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심 대표가 탈당한 30일에도 문 대표는 이 총재를 독대했다. 따라서 그의 전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심대평 총리설'이 물위로 떠오르기 전에 청와대와 이 총재 사이에 일종의 '협상'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이 총재가 '심대평 총리'를 지렛대로 '인적-정책적' 연합정권 구성을 시도했지만 불발로 끝났다는 것이다.

 

"심대평 총리 기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전에 청와대가 이 총재에게 연락했다"는 자유선진당 내부관계자의 말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소속 한 의원은 이날 "심 대표에게 총 3번 총리직을 제안했는데 처음 두 번은 (심 대표) 개인적으로 접촉했고, 이번에는 총재한테도 얘기를 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총재가 세종시나 강소국연방제 등 정책 연대의 기반 위에서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저쪽(청와대)에서 확답이 없으니까 거부했다"고 말했다.

 

심대평 "청와대, 공식-비공식이든 당과 사전협의 했다"

 

한편, 심대평 탈당으로 충격을 받은 자유선진당은 이날 의원연찬회를 갖고 내부단속에 나섰다. 몇몇 의원들은 의원연찬회 직후 충남 공주로 내려가 심 대표를 만나서 탈당 번복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심 대표의 뜻이 워낙 강해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떠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나왔는데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겠느냐"고 말해 탈당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와 이회창 총재간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점도 확인시켜줬다. 그는 "청와대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당과 사전협의를 했다"고 말해 문국현 대표의 '심대평+α' 입각요구설이 사실일 가능성을 더 높여줬다.

 

국회 제3 교섭단체의 해체를 가져올 심 대표의 탈당은 정치권에도 강한 여진을 남기고 있다. '정치공작설'도 이틀째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유선진당 내분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민주당도 이날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심 대표의 탈당은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명백한 정치후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옛날처럼 의원을 빼가는 방법으로 일을 추진하느냐"며 "이는 시대착오적인 공작정치의 산물"이라고 청와대를 거듭 비난했다.           

2009.08.31 17:52 ⓒ 2009 OhmyNews
#자유선진당 #심대평 #이회창 #문국현 #정치공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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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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