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르는 행정구역 통합운동

[행정구역통합 찬반 논쟁①] 민주성과 효율성이 전제돼야

등록 2009.09.01 11:12수정 2009.09.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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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학계에서 문제제기 됐던 지방행정체제개편 이슈가 근래 들어 정치권에서 급속하게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 광역화 행정구역개편논의, 대통령에 의한 주요 국정과제 견해 피력, 국회 차원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설치 등으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마산대학에서 있었던 자율행정구역통합 전국워크숍과 광양만권에서 일어나는 통합 논의를 중심으로 찬반에 대한 논의를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 기자주

a  7월 22일 마산대학에서 열린 자율행정구역통합 전국워크숍 모습으로 마산 창원 진해 함양과 전국에서 3백명 이상의 방청객이 참여했다.

7월 22일 마산대학에서 열린 자율행정구역통합 전국워크숍 모습으로 마산 창원 진해 함양과 전국에서 3백명 이상의 방청객이 참여했다. ⓒ 오문수


지난 7월의 마산․ 창원․ 진해․ 함양에 이어 여수에서도 8월 28일 여수·순천·광양 3개시 시장들이 모여 광양만권 통합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광양만권 3시장은 의견을 교환 후 문서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2012여수세계박람회 현장방문에 맞춰 공개한 발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가 제시하는 통합 인센티브 최대수혜지역이 될 수 있도록 실무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로 한다. ▲ 통합논의에 인접자치단체(범광양만권)와도 협의키로 했다. ▲차기 회의는 다음달 22일께 순천시청에서 개최 한다.

이날 합의문 발표는 지난 2007년 9월 5일께 여수MBC가 마련한 '광양만권 도시통합과 광역행정 활성화' 토론회에서 3개시 시장들이 통합을 목적으로 MOU체결을 약속 한 후 2년 만에 도시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 동안 일부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의회에서 부정적 견해가 표출돼 지지부진 했으나 이번 합의로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행정구역 개편안이 제기되는 것은 현행 중복 행정구조로 인한 예산 낭비와 주민 불편을 없애고자 함이다. 현재 한국의 지방행정체제는 광역자치단체(1특별시, 6광역시, 9도)가 기초자치단체(75시, 86군, 69자치구)를 관할하고 있는 중층구조이다.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안은 16개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전국 시․군․구를 60~70개 전후로 통합하여 광역화하면 예산이 절감되고 지방 경쟁력 강화와 행정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행정학자나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도 폐지나 기능 전환시 지자체의 중앙종속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행정체제 개편에 앞서 지방분권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투표를 통한 민주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정부에서는 시․군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 통합 이전의 지방자치단체 및 특정지역이 누리던 행·재정상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한다. ▲ 통합추진 시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여 지자체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통합으로 절감되는 예산은 10년 범위 내에서 통합 지자체에 지원한다. ▲ 지방교부세 지원액은 10년 범위 내에서 통합 이전의 지역별 총액이 감소되지 않도록 산정한다. ▲ 통합 이전 시․군․구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인사 상 동등한 처우를 보장한다. ▲ 도농복합도시 형태의 통합시의 낙후지역 등에 대하여는 보조금, 지방교부세, 재정투융자 등 재정상의 특별지원을 한다.


다음은 지난 7월 22일 마산대학 청강기념관에서 있었던 '행정구역 광역화와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동국대학교 심익섭 교수의 강의 요지이다.

한국의 현 지방행정체계는 1895년 을미개혁과 1896년 병신개혁, 그리고 1914년 일제에 의해 강제 개편된 행정체제를 정부수립이후 제대로 된 비판적인 분석이나 체계적 평가 한번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한 마디로 백년이 넘는 농경시대의 경직된 틀을 21세기 첨단시대에 적용하고 있다.

지방자치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해야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진정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거나 지역경쟁력을 강화시켰다는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찍이 서구 민주주의나 지방자치과정에서 쟁점화 되었던 지배계급의 정치계급화 문제가 한국지방자치에서 너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1세기 지방자치는 정치나 관념이 아니라 생활권-행정권-경제권의 일치, 국가경쟁력 강화, 행정의 효율성 제고, 지역간 격차완화, 지역경쟁력 강화 등 주민의 실제 생활과 직결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지방자치는 별로 민주적이지 않고 또 다른 지역권위주의의 산실로 커가도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들은 '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라는 척도로 지방자치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 지방자치 위기구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첫째, 지방자치가 너무 빠르게  정치화되었다. 지방자치는 지방행정과 함께 지방정치를 포함하나, 우리의 지방자치는 파행적으로 중앙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입되었다.

둘째, 지방자치의 구성원들이 심도 있게 사고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철학없는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학문적 차원은 물론 지방자치의 정치행정메커니즘 자체가 파행됐다.

마지막으로 지방행정체제는 계층과 구역문제는 동시에 논의되어야하나 광역자치단체도 기초자치단체처럼 동일한 지방자치 논리로 포장하다 보니 기능중복과 책임회피 문제가 상존했다.

지역경쟁력이 국가경쟁력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만 강조해서는 안 되고 중앙과 지방이 똑같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세방화(Glocalization) 시대에는 지방분권과 국가경쟁력은 분리가 아니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환경과 인구학적 변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로 진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미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26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도 2005년에 1.08명으로 떨어져 '초저출산국가'가 됐고, 2020년에는 4,99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에 따른 연령구조의 변화와 지자체 거주 주민의 감소 현상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a  8월 28일 여수시청에서 열린 광양만권 통합에 관한 논의에 여수 순천 광양의 3시장이 모여 악수하고 있다.  좌로부터 이성웅 광양시장, 오현섭 여수시장, 노관규 순천시장

8월 28일 여수시청에서 열린 광양만권 통합에 관한 논의에 여수 순천 광양의 3시장이 모여 악수하고 있다. 좌로부터 이성웅 광양시장, 오현섭 여수시장, 노관규 순천시장 ⓒ 오문수


지방행정체제 광역화 개편의 필요성

▲ 지리적 탈구역화와 (초)광역화 경향 ▲ 행정권-생활권-경제권간의 조화 ▲ 지역경제 발전과 지역균형발전 지향 ▲ 지방정치발전 저해 및 정치 갈등과 수단화된 지방정치 ▲ 고비용 ․저효율의 행정관리메커니즘 극복 ▲ 지역사회 주민의 삶의 질 문제와 갈등구조문제

즉 21세기 새로운 지방자치 경향은 효율성과 민주성의 동시 지향인데 고전적인 시스템으로는 지역발전이나 지역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요 국내외 사례

영국은 단층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또한 시․정․촌 통합이나 새로운 지역국가로서의 도주제(道主制) 구상처럼 지속적인 광역화를 지향하고 있다. 미국도 광역인 카운티(county)와 기초인 시티(city)간의 철저한 업무 분담으로 실제 기초 중심의 단층제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백년 이어온 전통 때문에 매우 복잡해 보이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경우도 실제로는 지방자치가 단층제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치선진국의 경우 자치계층 단순화를 통해 계층간 중복, 낭비, 비능률을 방지하고, 중층제라도 단층제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경향으로 글로벌도시네트워크 (Global Urban Network)의 강화와 전자민주주의의 보편화로 (초)광역화가 일반화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지난 1994/96년의 도․농 통합시 탄생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부분은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1997년 3려가  통합한 여수시는 세계적 도시를 꿈꾸며 순천시 광양시와의 제2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6~7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행정구역통합 과정 초기에는 국민적 이해를 얻는데 대단히 어려웠다. 하지만 독일은 2만 4천개가 넘었던 자치단체가 자율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⅓(약 8,500개)로 줄어드는 가히 혁명적인 행정구역개편을 단행했다.

결국 권위주의 시대에 중앙집권적 발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행정체제를 금과옥조인 양 고집하지 말고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지역민이 원하는 것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행정구역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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