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비경 간직한 굴업도, 골프장에 '위태위태'

CJ 계열사 개발사업 추진...민간공동조사단 "골프장 추진 생태계 파괴 "

등록 2009.09.08 11:19수정 2009.09.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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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부른다.(제공: 한국녹색회) ⓒ 한만송



서해안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굴업도가  파괴 위험에 놓이게 됐다.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불리는 이 섬은 '서해의 독도'로 불리기도 한다. 굴업도는 파충류인 인룡이 번성했던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일제 시대 초기까지 주변 바다에서 민어가 많이 잡혀 민어잡이 철에는 100여 척의 어선이 자리잡아 파시가 서고 동섬과 서섬 사이에 작사(기생집이라고 함)가 즐비하게 늘어서기도 했다고 한다.
 
인천시 옹진군 덕전면 굴업도는 4개의 100m대 고지와 3개의 80m대 고지로 이루어진 신비의 섬으로, 4계절 안개가 자주 끼는 섬이다. 덕적군도에 속하는 굴업도는 백야도, 문갑도 등과 함께 서해안 비경으로 꼽히는 섬이다. 아직까지 인간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있는 굴업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약 3시간 정도를 이동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굴업도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해 환경단체와 시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당시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했던  대학생, 사회단체 간부, 덕적도 주민 등 수십명이 애궂게 감옥에 가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이 핵 폐기장이 들어서는 굴업도 인근에 해저 활성단층이 있다는 지적을 무시한 정부는 결국 1995년 굴업도 인근 해저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면서 핵 폐기장 신설을 포기했다. 덕적도에서 굴업도를 들어가는 바닷길은 언제나 안개가 자주 낀다. 섬 인근 해저에는 수심이 100m 이상 차이가 나면서 수온 차이로 인해 섬 주변에는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서해의 독도"... 최고 비경 간직한 '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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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업도 토끼섬의 염풍화. ⓒ 한만송



 
굴업도에 가까워질수록 안개는 걷히며 황금빛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7개의 산봉우리가 10km에 달하는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는 풍경은 서해안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또 물 맑은 동해에서나 볼 듯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물이 빠진 해안 절벽을 따라 침식 지행인 '해식와(해안 절벽 아래 생긴 좁고 긴 침식지형)'가 모습을 드러내면 인간사의 무상함을 절로 느끼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굴업도,10여 년 전 핵 폐기장 추진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이 곳이 이번에는 대기업이 섬 전체를 골프장과 레저 시설로 만들려고 추진해 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I 레저산업㈜'은 2005년부터 굴업도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굴업도 임야는 3.3㎡(1평)당 2만~10만에 불과했지만, C&I 레저산업은 빠른 사업 진척을 위해 3.3㎡당 25만원 이상을 주고 매입하기 시작했다.
 
C&I레저산업은 2007년 5월 굴업도에 18홀 골프장과 관광호텔 건설을 신설하는 '오션파크(Ocean Park)' 사업 제안서를 옹진군에 제출했다. CJ 측은 2014년 인천 아시아 게임 개막 이전에 2013년까지 3900억원을 투입해 해양리조트 마리나, 해수욕장, 숙박시설, 워터파크, 골프장 등을 개설하고 이 투자비를 골프장과 콘도의 분양권 판매로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대표적 레저 시설인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도 문제지만, 7개의 산봉우리가 10 km에 달하는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는 굴업도에 골프장 신설 등을 위해서 300만㎥, 1500만 톤 분량의 산을 절토해야 하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 우려가 일고 있다.
 
C&I레저산업이 옹진군청에 제출한 오션파크 사업 제안서에는 굴업도에 희귀동물서식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장 들어서면, 희귀 곤충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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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큰마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선단여. 선단여는 많은 전설을 갖고 있다. 굴업도의 황홀한 자연 경관을 오랜 동안 지켜보고 있다. ⓒ 한만송



환경 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간공동조사단은 굴업도 생태 조사를 위해 지난 4일 굴업도를 찾았다.
 
굴업도 서쪽에 위치한 개머리에 올라서니 수크렁, 억새, 금방망이 등이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했다. 금방망이는 서해 덕적군도(덕적도, 소야도, 백아도, 굴업도, 문갑도, 지도, 선갑도, 선미도, 울도로 이루어짐) 지역에서만 자주 발견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왕은점표범나비'는 멸종위기 2급으로 전국적으로 그 개체 수가 극히 적다. 그러나 개머리 군락에서는 어렵지 않게 왕은점표범나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천대학교 생물학과 배양섭 교수는 "굴업도는 곤충의 다양성이 풍부하며, 이날 왕은점표범나비가 31개체나 발견됐으며, 법적보호종인 애기똥소똥구리 등도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등 우수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홍점알락나비'는 국외반출 승인종으로 굴업도에서 가장 큰 개체군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 황은점표범나비는 1년 내내 내륙에서 1, 2개 개체밖에 발견되지 못하는 반면, 굴업도에서는 쉽게 발견됐다. '애기뿔소똥구리'도 이날 발견됐는데, 굴업도처럼 쉽게 관찰되는 곳은 우리나라에 없다고 한다.
 
배 교수는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이런 희귀종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서, "대체서식지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구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문기 박사도 "멸종위기종 2급인 왕은점표범나비는 서해안에 비교적 개체밀도가 높지만, 단일면적으로 볼 때 굴업도가 1,2위라며, 국립환경과학원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 박사는 이외에도 " '먹그림나비'와 '물결부전나비'는 남방계와 외래종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이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종으로 연구가 필요하다"며, "섬은 먹이사슬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체 서식지 조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섬에 매 3~4쌍 발견, 우수한 생태계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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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녹색회 ⓒ 한만송



굴업도 주민들에 따르면 굴업도에는 매가 3~4쌍 번식한다. 국립공원연구원 정책조사 연구부 책임연구원인 권영수씨는 "국내에서 2쌍 이상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1쌍이 발견되는 경우도 드문 상황에서 3~4쌍이 발견되는 것은 풍부한 먹이감이 섬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가 발견되는 곳은 중부 서해 바다 끝, 홍도, 독도 등으로 굴업도는 서해 거의 끝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주대 조삼례 교수팀이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공증식 시도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데, 여기에서는 개발로 멸종 위기 종인 매을 몰아내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 놓았다.
 
이외에도 강원대 동물행동 생태실험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정현씨도 "양서파충류 중 1급 멸종위기종인 '먹구렁이'가 유일한데, 굴업도는 국내 최대 먹구렁이 서식지"라며, "설치류, 새알 등의 안정적인 먹이사슬 구조를 갖고 있고, 양서파충류 보전이 우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굴업도를 올 때마다 한 번씩 먹구렁이를 볼 수 있다"면서, 먹구렁이도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굴업도 생태계는 보전돼야 한다고 이날 탐사팀 회의에서 보고했다.
 
"생태환경의 절대 보존 가치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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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파충류 중 1급 멸종위기종인 먹구렁이가 유일하다. 굴업도는 국내 최대 먹구렁이 서식지다. (사진제공 :한국녹색회) ⓒ 한만송



굴업도에는 희귀동식물의 보고임은 이미 밝혀져 있다. 인천시의 '인천 연안도서 해양환경 조사 및 보전관리 계획'에 따르면, 굴업도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양생동물 1급인 먹구렁이가 다수 서식하고,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323호 '황조롱이'도 살고 있다.
 
또 멸종위기 양생동물 2급으로 문화재정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도 살고 있으며, 전 세계 650여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새도 올 초에 발견됐다.
 
이외에도 굴업도에서는 흑두루미, 말똥가리, 알락꼬리마도요 등이 발견되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한 골프장 조성 사업 등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7월 사전환경성검토 결과 "굴업도에 골프장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C&I레저산업에 사업계획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비슷한 기사가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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