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어록과 여수세계박람회

해당부처 실천 계획 미비

등록 2009.09.08 13:39수정 2009.09.0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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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는 국가사업이다. 세계가 볼 때 대한민국이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볼 것이다."

"내년에 개최되는 상하이박람회는 규모도 크고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비록 규모 면에서 작을 수밖에 없지만 차별화를 통해 알뜰한 박람회로 성공해야 한다."

"내가 재임 중 유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홀히 한다는 말이 있는데 올림픽, 월드컵 등 역대 대규모 국제행사는 전임 대통령이 유치하고 재임 대통령이 모두 성공하게 했다. 이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박람회는 3개월간 행사이지만 그 이후 사후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계속 찾을 수 있도록 사후 활용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는 남해안 일대의 아름다운 해안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디스커버리 채널 등을 통해 세계에 알리는 방안도 있었으면 한다. 인근 지역과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박람회는 남해안 선 벨트의 발전계기가 되고 국가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잘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

"앞으로 자주 와서 진척 상황을 직접 챙겨 완벽한 준비가 되도록 하겠다."


지난 8월 28일 여수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의 박람회에 관련된 어록이다. 여수 박람회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지원의지는 물론 성공하게 해야 한다는 강한 목표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대통령의 어록은 통치권자의 국정 철학이 근본이 되고 국가 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국가원수의 어록 가운데 가장 파격적 영향을 끼친 말로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든다. 불관흑묘백묘, 착도노서취시호묘(不管黑猫白猫,捉到老鼠就是好猫)로 "검든 희든 쥐만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뜻이다. 3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변화시킨 금언(金言)이 됐다.


덩샤오핑의 이 한마디는 1978년 개혁, 개방 선언 이후 문화 혁명기엔 양계와 채소재배조차 자본주의로 매도됐으나 도리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어 대륙은 경제특구는 물론 개인기업, 증권시장 개설, 한류 스타의 교류 등 놀랄만한 변화가 있었다.

국가원수의 발언은 사대부의 발언과는 다르다. 국가 운명을 바꾼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는 대통령이 어록을 남기면 당연히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실천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발 빠른 대응을 하여야 한다. 정부 조직이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지 못하고 엇박자로 갈 땐 그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실천 의지가 없는 인기성 발언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지지율 하락이라는 통치권의 누수가 자리 잡게 되고 국민의 신뢰가 없는 정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다.

여수 세계박람회 관련 SOC 관련 예산이 그 좋은 예이다. 대통령의 박람회 관련 어록은 성공박람회를 강조하는데 박람회와 관련된 내년도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주무부처인 국토 해양부가 국회 주승용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여수-순천 간 자동차 전용도로는 애초 사업예산 5백 50억에 못 미치는 2백 48억 원 편성에 그쳤다. 박람회 관련 14개 SOC 사업을 내년에 마치려면 1조6천2백억원이 필요한데, 8천9백억원 책정에 그쳤다. 사업별 완공시기가 늦어져 박람회 이전에 끝나는 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전주-광양, 목포-광양 고속도로의 완공시기가 2012년으로 2년이 여수-순천 간, 국도 17호선 대체우회도로 2012년으로 1년이 돌산 우두-덕양 국도 역시 2013년으로 1년이 영남-적금, 돌산-화태 연도교 역시 2013년으로 1년 연장됐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수 산단 진입도로를 비롯한 익산-여수 전라선 철도사업 등 모든 사업들 역시 애초 공기에 맞춰 완공하기에는 내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대통령의 어록은 식언이 되고 만다. 이런 사태는 해당 부처가 대통령에게 불경(?)을 저질렀다는 오명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대통령의 박람회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녹아 있는 어록을 빈말로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박람회 관련 SOC는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다. 일반 SOC와는 다르다. 박람회는 시한이 정해져 있고 SOC는 관람객 접근성 확보가 최상책으로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뒤로 미루는 것은 박람회를 하지 말자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박람회의 성공은 개최기간에 입장객 목표가 초과 달성되어야 하고 사후 시설활용에 성공해야 하며 선벨트를 거점으로 한 국토 균형발전의 계기가 되어야 하며 여수선언, 여수 프로젝트 실천으로 국위도 선양되어야 한다. 성공한 박람회를 만들려면 대통령의 어록이 실천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게제.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게제.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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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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