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평등과 상호의존을 기본 요건으로 하는 비폭력대화

등록 2009.09.08 14:53수정 2009.09.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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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 :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 이 책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책입니다. 만일 언젠가 이 세상의 학교들이 이 책에서 제안한 대로 변한다면 그건 정말 혁명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혁명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저자인 마셜이 제안한 "비폭력대화에 기반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제천 간디학교 양희창 교장 선생님이 추천사를 쓰셨지만, 심지어 간디학교조차 아직 이런 교육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폭력대화의 핵심 원리는 이렇습니다.


(1) 평가하지 말고 관찰한 것만 말하자
(2) 느낌의 책임이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알자
(3) 자신이 원하는 것 (욕구)를 말하자
(4) 명령하지 말고 부탁하자.

자, 그러니 어떻게 비폭력대화가 학교에서 가능하겠습니까? 지금의 학교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교사가 학생에게 명령하고, 학생을 평가하며 협박합니다. 학생들의 자율성이나 창조성, 남에 대한 배려 등이, 기본적인 욕구가 발휘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학교는 비폭력대화의 정반대입니다. 이처럼 경쟁과 명령이 지배하는 현재의 학교에서 학교의 구성원 모두-학생, 교사, 학부모, 교장-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아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혁명적입니다.

학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령과 복종을 몸에 배도록 하는 곳이며, 그런 곳에서 "자율성과 평등, 상호의존"을 기본 요건으로 하는 비폭력대화가 실시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입니다. 간단히 말해 봅시다. 교사와 학생, 일반교사와 교장은 평등한가요?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배울지 선택할 자율성이 있나요? 교사와 학생이 불평등하고 일반교사와 교장이 불평등하기 때문에, 학교는 애시당초 비폭력대화가 불가능한 공간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독재 체제에 순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어떤 교사 모임에서 저보고 비폭력대화를 가르쳐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의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학교에서, 저, 폭력과 강제가 지배하는 공간에서 평등과 자율성에 기반한 비폭력대화를 가르칠 수 있을까? 교사들이 나한테 비폭력대화를 배운다 한들 어떻게 이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단 말인가? 지식을 위한 지식은 다시는 배우지도 전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교사들에게 비폭력대화를 가르친다 한들, 이것은 그 사람들을 위한 지식을 위한 지식이 될 뿐이 아닌가?"


이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정말 우연히도, 이 책, "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가 제 손에 들어온 것입니다. 저자인 마셜도 말합니다. 학교의 구조 자체가 대다수 교사와 학생에게 고통을 안겨준다고요.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공간들을 찾아봤고, 실험을 통해 학교에서도 비폭력대화가 가능함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교장 선생들은 이런 것을 전혀 시도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남들이 다 포기해버린, 이른바 "문제학생"들을 마셜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이른바 "문제학생" 혹은 "폭력학생"들과 함께 비폭력대화를 배웠더니, 이들이 되돌아가서 문제를 훨씬 덜 일으키고 학습성적도 좋아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결과를 이 책에 적어놓았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실질적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비폭력대화를 적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기 위해 32쪽에 있는 문구를 그대로 옮겨 봅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학교(비폭력대화를 실천하는 학교)의 모습은 이렇다.


(1) 교사와 학생이 동료로서 함께 공부하고 상호 합의 하에 학습 목표를 설정한다.
(2) 교사와 학생이 비폭력대화로 말한다. 이것은 각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느낌과 욕구가 표현된다는 뜻이며, 또한 어떻게 행동해야 어느 누구의 욕구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에 학생과 교사가 관심을 집중한다는 뜻이다.
(3) 학생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나 보상받을 것이라는 기대에서가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열망으로 동기가 부여된다.
(4) 시험은 상이나 벌을 주기 위해 학습 과정이 끝난 후 보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정 초기에 본다. 학습 평가는 성적을 매기는 대신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즉 학기초에 할 수 없었던 어떤 기술과 지식을 학기말에 익혔는지 기술한다.
(5) 이 공동체의 목표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제한된 숫자의 상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고 돌보도록 고안된 상호 의존하는 학습공동체이다.
(6) 규칙과 규정은 그 규칙에 의해 영향 받는 사람들, 즉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 행정가 모두의 상호 합의하에 만들어진다. 규칙과 규정을 시행할 때는 처벌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모두의 건강이나 안전 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만 힘을 적용한다.

위의 여섯 가지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하나 하나가 지금의 학교와는 정반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이 21세기 한국에 등장해준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나라의 교육 체계가 당장 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교육감이나, 교장이 변하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 교사만이라도 이 책을 읽고, 여기서 말하는 대로 시도해 본다면, 그것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정말 위대한 교육 서적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이 책이야말로 우리 나라의 교육을 구한 메시아같은 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날이 올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 :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 2009년 8월 10일, 한국NVC센터, 242p, 12,000원

* 아직 인터넷에 검색해도 전혀 검색되지 않네요. 번역하신 캐서린 선생님이 저한테 보내 줘서 저는 먼저 읽게 되었어요. 비폭력대화센터(02-3142-5586)으로 전화하시면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 :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 2009년 8월 10일, 한국NVC센터, 242p, 12,000원

* 아직 인터넷에 검색해도 전혀 검색되지 않네요. 번역하신 캐서린 선생님이 저한테 보내 줘서 저는 먼저 읽게 되었어요. 비폭력대화센터(02-3142-5586)으로 전화하시면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 - 교사를 위한 비폭력대화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한국NVC센터, 2016


#교사 #비폭력대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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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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