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구나잠시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만난 아이. 시원한 얼음물을 대접받았기에 가족과 동네 아이들에게 카라멜과 인삼차를 주었다.
문종성
'미치겠다, 환장한다'라는 격한 용어는 함부로 쓸 것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 딱이다. 도무지 폭염과 도로 이외에 다른 것들은 나를 만나줄 생각조차 않는다. 무더위는 바람까지 말려버릴 듯한 기세다. 하지만 하늘은 언제나 고통의 보자기에 축복이라는 선물을 감싸 놓는다.
심봤다! 도로 옆에 수박 가게가 보였다. 허기도 졌겠다, 메마름이 극심하겠다, 당장에 한 통을 사서 그 자리에서 해치웠다. 그물 침대에서 신선놀음 하던 주인은 나를 보더니 그저 허허 웃는다. '대관절 식신이 빙의된 이 청년의 절박한 갈급함은 어떤 연유에선가?' 하는 표정이다.
입을 쓰윽 닦고는 그제야 헤벌쭉 만족한 웃음을 보이니 남자는 이것저것 물어온다. 그리고는 엄청난 은혜를 하사하는 황제의 위용을 갖추며 너그럽게 한 마디 건넨다. '자네가 먹은 수박은 내 선물로 받아두게'라며. 밥과 정에 굶주린 자전거 여행자는 그 자비로운 눈길을 바라보며 감격에 빠진다. 명백하게 그의 작은 배려는 다시 달려갈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