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버스터미널때때로 멀리 나갈 때엔,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가서 타는 것도 아주 남다른 추억이랍니다.
손현희
집에서 차 시간에 맞춰 40분 전에 나섰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집을 나설 때, 남편이 버릇처럼 바퀴를 만져봤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어제 체인에 미리 기름도 쳐놓고 바퀴에 바람까지 넣어뒀는데 탱탱해야 할 바퀴가 물렁물렁하네요.
"뭐야? 펑크 난 거야?""큰일 났다. 암만 해도 그런 거 같은데?""하이고, 어떡해? 튜브 갈고 가야 되잖아. 차 시간 때문에 일 났다." 차 시간이 빠듯하다 해도 펑크 난 채로 갈 수는 없는 일, 서둘러 다시 짐을 풀고 튜브를 갈아 끼우고 바람을 넣었어요. 마음이 바빠서인지 다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듯했어요. 나중에 영천에 가서 다시 바람을 넣을 생각으로 대충 넣고 길을 떠납니다.
시외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오늘따라 가는 길목마다 차와 씨름을 해야 했어요. 더구나 자전거를 버스에 실으려면, 바퀴를 빼서 끈으로 묶고 싸야 하는데, 자칫하면 오늘 버스를 타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초조한 마음으로 정류장에 닿으니 버스는 벌써 와 있고, 차 떠날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지요. 자전거 두 대를 서둘러 싸고는 차에 오르니 바로 떠나는군요.
"휴우! 다행이다."
"난 오늘 영천 못 가는 줄 알았다.""아마 시간이 넉넉했다면 더 빨리 쌌을 텐데, 시간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 안 되더라. 그나마 옛날처럼 가방에 싸지 않고 그냥 끈으로만 묶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오늘 못 갈 뻔 했다.""그나저나 생전 안 그러더니, 오늘따라 아침부터 펑크가 날 게 뭐람?"아침부터 펑크가 나는 바람에 초조하고 애를 태웠지만, 낯선 곳에 간다는 설렘 때문에 이내 펑크 난 일은 잊어버렸어요. 어린아이처럼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했어요. 영천 땅에 닿자마자 집에서 못다 넣은 바람도 넣고 또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자전거를 살펴봤어요. 혹시나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늦은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길을 떠납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영천에서 구미까지 곧장 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워낙 먼 거리인데다가 길을 모르기 때문에 며칠 앞서부터 지도를 보며 공부한(?) 데로만 가야 하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그나저나 길은 다 아는 거야?""걱정 하지 마, 길은 내 머릿속에 다 있어.""하하하, 하기야 울 신랑이 누군데? 잔차 타는 인간 내비잖아?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