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참모총장 의병장 조부 일제 협력 논란

MBC 스페셜, 의혹 제기... "대표적 의병장 중 한 분" 반박도

등록 2009.09.15 14:23수정 2009.09.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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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한봉수 의병장, 일제에 협력한 혐의'

a 청암 한봉수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내정자의 할아버지인 청암 한봉수 의병장

청암 한봉수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내정자의 할아버지인 청암 한봉수 의병장 ⓒ 청암 한봉수의병장 기념사업회

육군참모총장 내정자 한민구 장군의 할아버지인 한봉수 의병장의 일제하 행적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방영된 MBC 스페셜 광복절 특집 '그들의 기록'이 '한봉수 의병장의 전과가 과장되었고, 일제에 협력한 혐의가 있다'는 취재결과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상당수 언론은 한민구 장군의 육군총장 내정을 보도하면서 의병장의 손자라고 보도한 바 있다.

MBC 스페셜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공훈록 등에 올라 있는 한봉수 의병장의 전공에 대한 기록 중 ▲ 일본군 헌병 대위를 사살했다는 것 ▲ 단신으로 일본군 8명을 사살했다는 것 ▲ 30여 차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 등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제 경찰에 의해 작성된 그의 수사기록에 의하면, 한봉수 의병장이 일본군을 죽인 기록은 모두 3차례에 5명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로서는 이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34전 33승의 전적 또한 너무 과장된 기록이라는 것.

방송에서 가장 문제로 삼은 대목은 한봉수 의병장이 일본 경찰에 사면을 요청하며 자수했다는 내용. MBC 스페셜은 그 근거로 일제 경찰이 극비로 작성했던 내부보고서를 들고 있다.


즉, 1910년 3월 14일과 31일, 총독부 내무 경무국장 앞으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한봉수가 부하 3명과 (동료 의병장) 문태서의 소재를 고하겠다고 한 점', '한봉수가 경찰과 동행하여 영동, 무주, 금산 등의 각 곳을 수사하였지만, 문태서의 소재는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MBC는 또 한일합방 직후 일제가 단행한 '합방기념 대사면'에서 사형을 언도 받았던 의병 중 한봉수만이 사면을 받았다는 점 등도 의혹으로 꼽았다.


박걸순 교수 "혹독한 탄압에도 싸운 대표적 의병장 중 한 분" 반박

MBC스페셜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충북대학교 사학과 박걸순 교수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말 의병운동 연구자인 박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방송에서 '한봉수가 일제에 자수 의사를 밝혔고, 다른 의병장의 체포에 협조를 하였다'는 사실을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 것처럼 다뤘지만, 이미 이것은 내가 십 수년 전에 전문 학술지를 통해 검증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며 "자수 당시 한봉수는 부하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노모를 모시고 도망다니는 처지여서 죽음과 자수 밖에는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한봉수가 자수의사를 밝혔는데도 일제는 형사대를 급파하여 그를 체포했고, (동료 의병장) 문태서는 한봉수가 체포된 이후에도 1911년 8월까지 1년3개월 이상 활동을 계속하였던 점을 놓고 볼 때, 문태서의 체포는 한봉수의 협조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한봉수가 사형수로서는 유일하게 '합방대사령'의 대상이 되었다는 방송 내용도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즉, 내란죄 수범으로 교수형을 선고 받았던 한봉수가 법정투쟁을 하여 (사면령이 내리기 전) 경성공소원에서 유형 15년으로 감형조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병장 한봉수는 충북은 물론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에서 다양하고 활발하게 투쟁을 벌인 대표적 의병장 중 한 분"이라며 "그는 10여 년 간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도 1919년 충북의 만세운동을 주도하며 민족운동의 전면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한봉수 #의병운동 #문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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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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