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 사건, 박진영이 왜 욕을 먹어야 하나

등록 2009.09.18 12:01수정 2009.09.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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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토론에 참석하고 나서 든 생각은, 이미 토론회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꺼리'도 안 되는 일에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것은 수준 낮은 토론이라는 질책이나, 내 개인에 대한 비난 때문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은 결국 누리꾼과 언론 그리고 나 같은 돼먹지 못한 작자들이 굳이 말을 보탠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재범을 주제로 한 토론회의 기획 자체가 문제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 자체가 문제였다면 굳이 나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분명 미진한 부분도 있었고 그 자리에서 말을 뱉어낸 후 아차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박재범군과 관련한 이 '미친짓'이 다만 '미친짓'으로만 정리되는 것보다는, 차제에 대중예술의 사회적 의미와 대중예술인에 대한 우리들의 시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는 있었던 까닭이다. 물론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지적대로 박재범 사건을 우리시대 대중예술의 의미와 예술인에 대한 시선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은 분명 과도한 의미부여였다는 점은 인정한다.(사실 좀 흥분했었다.)

 

그렇게 끝내려고 했다. 내 스스로 '꺼리'도 안 된다고 해놓고 이 '꺼리'를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박재범에게도, 그의 입장을 잘 설명해준 어느 이름 모를 팬클럽 분에게도, 일면식 정도 있는 JYP의 박진영에게도, 그리고 누구보다 나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유명인사들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사건에 한마디 보태다 보면, 푸우 같다느니, 바퀴벌레같이 생겼다느니 하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되더라.) 그런데 결국 이렇게 다시 또 말을 보태게 되었다. 아마 글을 쓰고 난 후 꽤 후회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미리 밝혀두건대 박진영과는 약 7년 전쯤에 일면식 정도만 있는 사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립싱크 방송을 성토하고, 라이브 가수들을 배려하자는 운동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박진영의 의견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만났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라이브는 무슨, 라이브 잘하는 진주(당시 박진영이 프로듀서였다) 앨범이 얼마나 나갔는지 아느냐?'며 우리 대중음악의 문제는 작품성의 문제보다 시장의 문제가 더 크다고 밝혔다.

 

대부분 라이브 가수들의 공연을 연출하는 나의 생각과 댄스음악과 아이돌 그룹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던 박진영의 시각차는 너무도 분명해서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 그가 너무 잘난 척하는 것이 좀 재수 없어 보인 것도 사실이다.)

 

박진영에 대한 비난, 부당하다

 

a  박진영(자료사진).

박진영(자료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자료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어찌되었든,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이 사건으로 박진영이 욕을 먹는 것은 상당히 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진영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팬들과 일부 언론, 그리고 변희재씨다. (아! 참 방송 중에 그의 글에 동의했던 전여옥 의원도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그들은 박진영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자기자식까지 내친 모진 부모이며, 그가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벌인 이유는 철저하게 상업적 계산에 따랐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그것을 변명하는 수준이 여느 정치가보다 더 노련했다는 것이다. 그 방증으로 박진영과(분명하게는 JYP와) 박재범 사이의 계약기간, 계약해지시의 이해득실, 이제까지 JYP가 자사 아이돌 그룹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처리해왔던 방식 등을 들었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다 맞을 수도 있다. 박진영으로선 박재범을 버리고 2PM을 살리는 편이 2PM을 죽이는 편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속내 그대로 적시하는 것보다는 우회적이며 현란한 수사로 포장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박재범과 박진영의 관계를 짐작한 변씨의 글처럼 지금 모든 책임을 박재범에게 돌려도 박진영에게는 손해 볼 것 없고, 그러다가 잠잠해져서 컴백해도 좋고, 설사 아주 못 돌아온다 해도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박재범이니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고, 혹여 다른 형태로 활동하게 되어도 전속계약기간이 꽤 남아 있으니 그의 표현대로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박진영에 대한 비난이 부당하다는 까닭은, 과연 박진영이 이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가 아이돌 장사꾼의 자세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지금 박진영 비난은 대부분 그가 돈벌이만 고민하는 장사꾼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박진영의 궤적은 여느 장사꾼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비록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알만한 가수들의 소속사에서 일해 본 사람으로서 보건대, 박진영의 경영 스타일은 이윤창출이라는 목적만 우선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아이돌 장사꾼들은 언론플레이용 이상의 과도한 해외진출은 삼간다. 아주 특수한 경우(이를 테면 보아나 동방신기 같이)가 아닌 이상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한류의 실체 중 상당 부분이 해외 활동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하여 결국 국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박진영의 경우는 정말로 목숨을 걸고 달려들고 있다. 사실 나는 원더걸스 정도면 적당히 해외에서 인정받았느니 어쩌구 하면서 적당한 시기에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빨리 돌아와 돈 벌어야지 하는 생각, 그 당연한 생각과는 달리 참 오지게도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는 스스로 고백도 했거니와 정말로 미국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자신이 먼저 미국진출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비와 임정희 그리고 G소울, 원더걸스에 이르기까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 진출에 올인하고 있다. 일정 부분 국내 시장에서 검증이 되면 바로 미국시장에 도전하는 경영방식은 누가 뭐래도 돈벌이만 생각하는 기획사 사장의 마인드와는 거리가 있다. 단지 수익창출만이 목적이라면 국내에서 뺑뺑이 돌리다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팀을 런칭하는 방식, 이것이 아이돌 장사꾼들의 영업방식 아니던가?

 

박진영은 돈만 밝히는 '아이돌 장사꾼'과 다르다

 

'비'와 재계약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그랬었다. 이제껏 어느 아이돌 기획사 사장이 가장 절정에 오른 소속가수와 원만하게 헤어질 수 있었는가? 물론 계약이 만료된 상태에서 더 붙잡아 둘 수 없었겠지만, 비가 박진영의 작품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 상황에서 박진영이 비를 폄하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 관계가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다.

 

박진영이 박재범과 관련해 쓴 글을 읽다 보면 그 글 어디에도 기획사 사장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변씨는 그래서 그 글이 고도의 정치적 언술이라고 하지만, '지적수준'은 낮고 '현장'만 동물적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글이 철저하게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동료 대중예술인으로서 쓴 글로 읽힌다.

 

일반적으로 가수와 프로듀서의 관계는 단순 협업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둘의 관계는 이해득실보다는 서로 간의 예술적 연대와 동지애가 더 중요하다. 게다가 박진영에게 2PM과 박재범은 자신의 창작물에 가깝다고 했을 때 이러한 판단은 확신이 된다.    

 

박진영이 박재범의 탈퇴의사를 수용해 주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박재범과 2PM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이지 않았나 싶다. 만약 박재범이 지금까지 모르쇠로 버티고 있었다면 나와 같은 영양가 없는 몇몇 평자들이 박재범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해도, 또 팬클럽이 일치단결하여 그를 보호하려 했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박재범 자신이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일 것이다.

 

그러니 박진영의 이러한 판단은 상업적이든 아니든 적어도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그가 서둘러 떠나면서 이 논쟁은 김이 빠졌고, 광기를 가라앉히고 다소 차분하게 사건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팬들이 그의 컴백을 차분히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보태기보다는 말을 아끼는 편이 이 '꺼리'도 안 되는 일을 마무리하는 가장 명민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박진영에게 받아 먹은 거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2009.09.18 12:0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박진영에게 받아 먹은 거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박재범 #2PM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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