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렁 보며 한 수 배울까?

한 때는 친환경농업 '상징', 지금은 생태계 애물단지

등록 2009.09.19 14:45수정 2009.09.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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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송이처럼 생긴 이 놈은 도대체 뭘까요? ⓒ 하병주


거친 콘크리트 면이나 바위 그리고 여린 풀잎 가리지 않고 닥지닥지 붙은 분홍빛 알갱이들! 얼핏 보면 생선 알 같기도 한, 이것들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요? 이놈을 보면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우렁이'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왕우렁'이지요. 사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이런 왕우렁 알은 처음 봤고, 또 그 이름이 왕우렁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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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렁'입니다. 토종우렁이보다 몸이 둥근 편이고, 색깔도 갈색기운이 많지요. ⓒ 하병주


그도 그럴 것이, 왕우렁은 1980년대 중반께 식용을 목적으로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는 친환경 농업기술의 하나로 벼농사에 보급되면서 전국으로 퍼졌고, 이후 부작용이 생기면서 2004년부터는 보급을 중단했다고 하니, 우리 동네에도 몇 해 전쯤에야 들어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즘 들녘에 나가면 이 왕우렁들만 도랑에 우글거립니다. 토종우렁이들이 농약사용 등 환경오염으로 많이 사라진 뒤에 들어온 탓이기도 하고, 타고난 생명력이 뛰어난 탓이기도 하다네요.

무엇보다 몸집도 크고, 번식력도 뛰어나답니다. 토종우렁이가 한 번에 몇 십 개의 알을 몸속에서 부화시켜 세상에 내보내는 반면, 왕우렁은 수 백 개의 알을 한꺼번에 낳는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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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두 녀석이 짯짓기 중입니다. ⓒ 하병주


전문가들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던 놈이라 야생에서 우리나라 겨울철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잘 적응하면서 지금은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인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 갉아먹으라는 잡초만 먹는 게 아니라 벼까지 갉아 먹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놈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싸늘해진 듯싶네요. 왕우렁으로선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하지요?


돌아보면 이런 경우가 왕우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널리 알려진 황소개구리를 비롯해서 블루길 배스 같은 물고기도 있고, 최근에는 뉴트리아란 녀석도 반열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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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지나치게 질긴 생명력이 인간에게 눈총을 사기도 합니다. ⓒ 하병주


사람의 일이라는 게 늘 예측대로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결정하고 진행해도 의외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더구나 이미 계획단계부터 많은 문제가 예상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번 내뱉은 말일지라도 때로는 주워 담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스사천 #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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