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이상한 돈거래
Y모자 회장에게서 받은 '용돈' 천만원

정운찬, 포괄적 뇌물죄 의혹과 증여세 탈루, 공무원법 위반 논란으로 번져

등록 2009.09.21 18:11수정 2009.09.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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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21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상한 돈거래가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국내 한 기업인으로부터 용돈(?)으로 1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온라인 사교육업체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1억 원 가까운 수입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또 서울대 총장시절 해외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고, 컨설팅 비용으로 2000달러 등을 받은 내역도 공개됐다.

특히 '1000만원 수수' 사실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국가공무원법상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할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 후보자가 증여세를 비롯해 종합소득세 등을 탈루했으며, 공무원으로서 영리목적의 겸직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정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에 정 총리 후보자는 일부 돈받은 사실과 공무원법 위반 등을 시인하면서도, 소득세 탈루 등에 대해선 "수정신고를 통해 세금을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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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Y모자 회장으로부터 '소액' 용돈 천만원 받았다" ⓒ 박정호


[의혹 ① 포괄적 뇌물과 증여세 탈루] 지난해 Y회사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0만원

우선 이날 오후 청문회에 자리에서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세계적인 모자제조 업체인 Y모자 주식회사 회장이 용돈을 가끔 준 것으로 돼 있다"면서 "얼마를 받았느냐"고 정 후보자를 추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Y모자 회장이) 특별하게 생각하셔서 해외 나갈 때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고 (Y모자 사장이)소액을 준 적이 있다"며 "작년에 두 번에 걸쳐 합해서 1000만 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Y 모자 회장은 국내 최대 모자 제조업체인 영안모자의 백아무개 회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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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태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가계수지 분석표를 들고 노출되지 않은 별도의 수입이 있는 지 묻고 있다. ⓒ 남소연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이는 증여세에 해당되고, 만약 무슨 목적을 갖고 돈을 받았다면 엄청나게 세금을 추징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 의원은 "서울대 총장시절 D그룹 오너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묻자 정 후보자는 "D그룹에서 받은 돈은 한푼도 없다"고 부인했다.

특히 정 후보자의 '1000만 원 수수'에 대해 우제창 민주당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국가공무원이 특정기업으로부터 1000만 원을 수수했다면 뇌물죄에 해당하며, 어떠한 대가를 보장해주고 뇌물을 수수했는지 사법당국의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또 "더욱 가관인 것은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소액을 받았을 뿐'이라는 정운찬 후보자의 답변"이라며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수장이었던 후보자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차마 믿기지 않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최재성 의원도 정 후보자에게 "Y모자 회장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것은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될수도 있다"면서 "지난번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일부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아 스폰서 총장이라는 말이 있었으며, 결국 낙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후보자도 사실상 '스폰서 총장'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정 후보자는 "돈을 받은 것은 제 불찰"이라면서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않았으며, '스폰서 총장'이라는 말은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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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정운찬, 광고모델 한 거다" ⓒ 김윤상


[의혹 ② 국가공무원법 위반] 예스24 고문료 958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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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재직시절 YES24 고문으로 근무하면서 근로소득세를 받았다며 공무 외 겸직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정 후보자의 '예스24 고문료' 역시 또 다른 논란거리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 퇴임후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 2007년 11월 1일부터 올 9월 4일까지 '예스24'의 고문을 겸직하면서 모두 9583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졌던 6000여만 원보다 3000만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최 의원은 이날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의 관련 규정을 내보이면서, 정 총리 후보자가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 측에 확인해 보니, 정 내정자는 (예스24 고문을 맡으면서) 관련법에 규정돼 있는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교육공무원법에는 별도 규정을 두고, 학교의 장을 허가를 받아 기업의 사외이사는 맡을수 있도록 돼 있다. 서울대 규정에도 영리기업의 임직원을 겸직할 경우 단과대 인사위원회를 거쳐 총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최 의원은 강조했다.

최 의원은 예스24는 단순한 인터넷 온라인 서점이 아니며, 정 후보자를 고문으로 내정하기 전후에 온라인상의 각종 사교육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을 때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예를 들면서, "2005년 3월 이기준 당시 서울대 총장이 규정을 어기면서 LG그룹의 사외이사를 겸직해 문제가 됐다"면서 "이를 포함해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3일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예스24에서의 고문은 자문역에 불과해, 직무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확대해석을 하지말아 달아"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예스24라는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면서 "단순한 인터넷 책방으로 생각했으며, 책을 너무 좋아했고, 책 보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맡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예스24 고문은 명백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정 후보자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간에 사실상 영리기업인 예스24의 광고모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의혹 ③ 종합소득세 탈루] 대만대학 컨설팅비용 2000달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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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 남소연

정 후보자의 이상한 돈 흐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최근 3년간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가면서 탈세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그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후보자 가족의 수입액은 9억 원 정도인데 지출은 9억4000만 원에 이른다"면서 "특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도 오히려 금융자산은 3억 2000만 원 증가했다"면서 "따로 신고되지 않은 별도의 수입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외국에서 강연을 하거나 세미나를 통해 얻은 수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양국간 이중과세 방지 협약 때문에 상대국에서 세금을 낸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서울대 총장시절 대만에 있는 대학에 간 적이 있느냐"면서 "정 후보자는 출장비 명목으로 1194만 원을 서울대로부터 받고, 다시 대만의 대학으로부터 컨설팅비용으로 2000달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대만의 성공대학을 말하는 것 같은데, 당시 돈을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06년 6월 4일부터 6일까지 자문위원 자격으로 대만 성공대를 방문했었다.

그는 또 야당의원의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종합소득세가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오늘 아침에 1000만 원 가량의 세금을 냈다"고 말했다.
#정운찬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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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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