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사진 책 2권과 아카데미 등록증을

사진이 일상인 집사람에게 남편이 주는 작은 선물

등록 2009.09.22 10:26수정 2009.09.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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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하는 집사람을 위해 서점에 간 김에 <사진학 강의> <성공하는 사진 포트폴리오>라고 하는 2권의 사진교과서를 사왔다. 난 서평이라도 써 보려고 대충 읽어보았지만, 사실 잘은 모르겠다.

 

실은 기회가 되면 백화점에서 하는 사진교실이나 동호회를 전전하고 있는 아내를 위해, 보다나은 전문 사진작가들이 운영하는 사진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 중인 관계로 우선은 책을 두 권 구입하여 선물하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할까 해서 책을 샀다.

 

<사진학 강의>는 세계 30여 개 국의 대학에서 사진학 교재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책으로 정밀기계로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카메라의 작동과 사진 매체의 원리를 명료하게 밝혀주고 있는 책이다.

                 

a 광화문과장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얼마 전에 찍어온 광화문광장의 사진이다.

광화문과장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얼마 전에 찍어온 광화문광장의 사진이다. ⓒ 김수종

▲ 광화문과장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얼마 전에 찍어온 광화문광장의 사진이다. ⓒ 김수종

사진의 기본원리부터 카메라 렌즈, 광선과 필름, 필름현상과 프린트, 특수기법, 라이팅, 흑백.컬러사진, 존 시스템, 사진을 읽는 법, 사진의 역사, 디지털 사진, 문제와 해결 찾기, 용어해설, 참고도서 목록 등 사진의 전 분야에 관한 최신 이론과 기법, 유용한 정보들이 600컷이 넘는 사진도판과 함께 총망라된 사진 바이블이었다.

 

또한 아울러 치열한 사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진가들이 반드시 마스터해야 할 최강의 포트폴리오 지침서로, 미국출판계의 사진 분야 베스트셀러인<성공하는 사진 포트폴리오>는 사진이 손방인 나 같은 사람에게도 재미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미술관과 갤러리, 신문, 잡지, 출판과 광고시장에서 요구되는 사진포트폴리오의 기준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 사진가와 교수, 편집자로서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진 존 카플란이 젊은 사진가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현대적인 사진포트폴리오의 기준과 제작기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성공하는 사진 포트폴리오>에는 예술사진, 포토저널리즘, 자연과 생태사진, 광고, 스포츠, 패션, 웨딩사진 등 사진의 모든 분야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앨범 형식의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제작기법은 물론, 인터넷시대의 첨단적인 온라인 포트폴리오와 CD ROM 포트폴리오에 이르는 실질적인 사진포트폴리오 제작과 작품전시,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과 프로모션 방법에 관한 모든 노하우가 담겨있어 재미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존 카플란(John Kaplan)은 21세 때 퓨리쳐상 피처사진부문을 수상한 이래, 두 차례의 퓨리쳐 상을 수상했으며, 로버트 F. 케네디상과 해리 채핀 미디어상, 헤드라이너상, 포토저널리즘 최고상을 수상했고, PDN 뉴스디자인 부문에서 베스트 포토그래퍼로 선정되는 등 미국의 유명한 청년 사진가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한다.

 

2003년에는 내란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혹한 고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취재한 사진으로 국제 프레스클럽의 피처사진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플로리다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 국제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으면서, 퓨리처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a 길상사 우리가족이 자주 찾는 곳 가운데 하나인 성북구의 길상사. 집 사람이 지난 주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길상사 우리가족이 자주 찾는 곳 가운데 하나인 성북구의 길상사. 집 사람이 지난 주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 김수종

▲ 길상사 우리가족이 자주 찾는 곳 가운데 하나인 성북구의 길상사. 집 사람이 지난 주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 김수종

사진을 잘 모르는 내가 사진에 관한 2권의 책을 별 무리 없이 선택한 이유는 자주 다니는 종로3가의 '포스 갤러리'에서 그동안 사진에 대한 눈을 높여온 덕분이다. 그림과 사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인사동의 화랑과 사진 갤러리를 찾는다.

 

특히 사진은 인사동에도 2~3곳의 전문 갤러리가 있지만, 종로 3가의 '포스 갤러리'에 자주 가는 편이다. 국내 최정상의 작가인 배병우, 김중만, 조선희, 김정수, 김홍희, 양재문 선생 등을 이곳에서 간간이 뵐 수 있고, 국내 최고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티벳인들이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천장(天葬)을 담은 박하선 선생의 개인전을 보기 위해 갤러리에 갔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여 영혼을 하늘로 보낸다는 천장의식은, 이미 죽은 자의 몸은 윤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것이라는 티벳 사람들의 장례에 대한 가치관을 담고 있다.

 

어쩌면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 묻거나, 물로 보내거나, 화장을 하는 것이 어려운 자연환경으로 인해 생겨난 문화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천장이 그들의 삶에 깊이 배인 불교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죽음의 의식이라는 점이다.

 

천장은 불교의 근원적인 물질인 땅, 물, 바람, 불로 시신을 회귀시키는 의식 가운데 하나이며, 독수리를 타고 고향인 중음계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박하선의 사진들은 놀라움이었다. 영혼이 없는 시신은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티벳의 건조하고 척박하여 시체가 잘 썩지 않는 토양으로 인해 독수리에게 시신을 먹여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눈물 나는 감동을 받았다. 또한 그런 천장의식을 사진으로 담은 작가의 노력에도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사진을 보고 나서 우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진작가인 임향자 관장을 만났다. 지난 20년 동안 충무로에서 사진원고 라이브러리인 '타임스페이스'를 경영했던 그는 5년 전 종로3가에 자신의 갤러리와 출판사를 마련하여 이곳을 지키고 있다.

 

4층 건물, 지하에는 갤러리를 겸한 카페, 3층은 전문 사진 갤러리, 4층은 사진전문출판사인 '포토 스페이스'다. 그가 경영했던 타임 스페이스에서 사진가와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일을 많이 했다면, 포스 갤러리와 포토 스페이스 출판사는 작가와 작품 소장자 및 독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페와 갤러리를 자주 찾기는 하지만 4층에 출판사가 있는 것도, 출판사의 편집인과 갤러리의 관장이 중견 사진작가인 임향자 선생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가 20년 동안 사진원고 라이브러리인 '타임스페이스'를 경영했다는 사실도, 내가 산 2권의 책도 여기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도 말이다.

 

평소 갤러리를 지키는 일이 거의 없는 임 선생에게 말을 건 것이 계기가 되어 몇 가지 물어 보게 된다.

 

"20년 넘게 사진원고 라이브러리를 경영하셨고, 현재는 출판사를 경영하고 계시며, 5년 전부터는 사진 갤러리까지 운영하고 계신데, 사진 아카데미 같은 것은 운영하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집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아카데미가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a 포스 갤러리 임향자 관장 오랫 동안 사진원고 라이브러리 경영을 했고, 현재는 사진전문출판사와 사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작가 임향자 선생, CEO를 위한 서울사진클럽 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포스 갤러리 임향자 관장 오랫 동안 사진원고 라이브러리 경영을 했고, 현재는 사진전문출판사와 사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작가 임향자 선생, CEO를 위한 서울사진클럽 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 김수종

▲ 포스 갤러리 임향자 관장 오랫 동안 사진원고 라이브러리 경영을 했고, 현재는 사진전문출판사와 사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작가 임향자 선생, CEO를 위한 서울사진클럽 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 김수종

"저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지금도 사진작가면서 작가와 작품 소장자 및 독자들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꿈은 당연히 학교를 만드는 것이죠. 당장은 작은 사진 클럽 정도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우선은 9월 말부터 4개월 동안 예술의 전당에서 'CEO를 위한 명장 배병우와 함께하는 서울사진클럽'강좌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정말입니까? 우연히 선생님을 뵙게 되어 집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백화점 문화센터와 사진동호회를 전전하던 아내에게 사진전문출판사와 사진 갤러리를 운영하고 계시는 임 선생님이 주관하는 사진클럽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 같군요."

 

"일반인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사진작가 배병우, 양재문, 이상벽, 엄상빈, 김정수, 조선희, 박경일, 김홍희 선생 등이 강사로 오시고, 이론가인 신수진, 평론가인 김승곤 선생 등이 출강하시는 관계로 도움도 되고, 이론 공부는 물론 야외촬영, 스튜디오 촬영, 해외촬영도 기획되어 있으니 등록을 부탁드립니다."

 

난 우연히 박하선 작가의 천장(天葬)을 담은 사진전을 보러 갔다가, 사진전문출판사에 관한 좋은 정보와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사진 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를 듣고 왔다.

 

내일은 시간을 내어 사진 아카데미에 등록을 하고, 오랫동안 못난 남편과 장난꾸러기 아들연우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집사람에게 등록증을 선물해야겠다. 

#사진학 강의 #포스 갤러리 #포토 스페이스 #사진작가 임향자 #서울사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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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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