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삼촌들, 저 해변서 몰살 당했지!"

[제주올레 1코스 트래킹④] 성산갑문-수마포해변-광치기해변 걷기

등록 2009.09.25 19:17수정 2009.09.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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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포해변과 광치기해변 일출봉이 보이는 수마포 해변과 광치기 해변 ⓒ 김강임

▲ 수마포해변과 광치기해변 일출봉이 보이는 수마포 해변과 광치기 해변 ⓒ 김강임

 서귀포시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한 지 5시간 후, 서귀포시 성산 갑문에 도착했다. 오조리와 일출봉을 이어주는 성산 갑문은 자동차로만 달렸던 곳이었다.

 

 "일출봉으로 가는 올레길이 여기 맞수꽈?"

 

성산갑문 삼거리에서 성산포 사람에게 나는 길을 물었다.

 

 "예...게!. 저...선착장 빈 공터로 올라 갑십써!"

 

늘 관광객이 북적대는 일출봉 가는 길목에서 제주의 동쪽 토박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초등학생 지우는 이쯤해서 다리를 절룩거리더니 길 위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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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성산갑문에서 본 등대 ⓒ 김강임

▲ 등대 성산갑문에서 본 등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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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언덕길 야생화 언덕길 ⓒ 김강임

▲ 야생화 언덕길 야생화 언덕길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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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 올레 전경 초소 올레 ⓒ 김강임

▲ 초소 올레 전경 초소 올레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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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 말과 일출봉 ⓒ 김강임

▲ 일출봉 말과 일출봉 ⓒ 김강임

 해녀올레, 해산물 최고

 

 우도 가는 배가 출발하는 성산항 옆으로 난 언덕길에는 야생화가 길을 열었다. 전경초소 옆에 갓 피어 난 억새와 띠가 가을 해에 눈이 부셨다. 언덕 아래에는 성산포 해녀들이 파는 해산물이 침을 돋게 만들었다. 그곳이 바로 해녀올레길이란다.

 

 1코스의 끝 지점 광치기 해변 표지판이 보이자, 지우는 생기가 돋는 듯 했다. 절룩거리던 걸음걸이가 바른걸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우는 일출봉 아래 아이스크림 집으로 향한다.

 

 일출봉 아래 자리 잡은 절집 동암사로 향했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일출봉 주변에 비해 작은 절집 동암사는 아주 한적했다. 대웅전에 들려 3배를 올리고 수마포 해변으로 통하는 바다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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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포 해변으로 가는 언덕 수마포로 가는 언덕 ⓒ 김강임

▲ 수마포 해변으로 가는 언덕 수마포로 가는 언덕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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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포 해변 낚시꾼 아지트 수마포 해변 ⓒ 김강임

▲ 수마포 해변 낚시꾼 아지트 수마포 해변 ⓒ 김강임

 수마포해변, 전쟁의 상처 남아

 

 예전에 라디오 방송 '주말가이드'를 하면서 소개하고 싶었던 곳이 바로 수마포 해변과 광치기 해변이었다. 수마포해변과 광치기해변은 제주역사에 아픈 흔적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림 수마포 해변에는 숨은 그림이 있다. 수마포 해변을 걸어본 사람들은 알테지만, 일출봉 허리 자락은 20여 개의 진지동굴이 아직도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이 동굴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은 미국의 상륙에 대비 하여 제주도를 항전의 군사 기지로 삼았다 한다.

 

 즉, 일출봉 동쪽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왕(王)자와 일(一)자 모양의 동굴식 갱도를 볼 수 있다. 현재 이 진지동굴은 동굴문화재 311호로 등록된 곳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마포 해변을 걷는 올레꾼들은 일출봉 허리에 난 상처를 답사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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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 ⓒ 김강임

▲ 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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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 ⓒ 김강임

▲ 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 ⓒ 김강임

  "우리동네 삼촌들, 광치기해변 몰살 당했주게!"

 

 수마포 해변에서 아주 귀중한 손님을 만났다. 서귀포 시니어클럽에서 파견오신 시니어길동무사업단 어르신 두분을 만났다. 어르신 두 분으로부터 광치기 해안의 아픈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찾은 숨은 그림은 4.3의 아픔이다.

 

 "어르신들, 혹시 광치기 해안과 4.3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시니어 길동무사업단 신수용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동네 삼촌들 저 광치기 해변에서 몰살당했지요. 광치기 해안으로 모이라는 지시가 있어 나갔다가 시체도 못 찾은 사람들 많수다. 우리 괸당(친척)도 저곳에서 몰살 당했수다."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시는 어르신들은 아직도 아픔을 상기 시키는듯 했다. 4.3의 아픈 상처를 아는지 모르는지 검은 모래사장 광치기 해안은 잔잔한 물결만 밀려왓다. 광치기 해변 수평선에 해무가 낀 듯 희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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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 해변에서 본 일출봉 일출봉 ⓒ 김강임

▲ 광치기 해변에서 본 일출봉 일출봉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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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꾼 광치기 해변을 걷고 있는 올레꾼 ⓒ 김강임

▲ 올레꾼 광치기 해변을 걷고 있는 올레꾼 ⓒ 김강임

 비경 뒤에 숨은 제주역사 찾기

 

 관광객들은 그 검은 모래밭에서 승마를 즐긴다. 아이들은 광치기 해변 모래위에서 달음박질을 한다. 그리고 길을 따라 걷는 올레꾼들은 말없이 검은 해변을 걸을 뿐이었다.

 

 우리가 어찌 수마포 해변의 전쟁이야기를 알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광치기 해변에서 숨져간 4.3 영혼을 달래 줄 수 있을까?

 

 제주올레 1코스의 끝과 2코스 시작인 광치기 해변, 그 검은모래 해변에는 제주 역사의 아프고 쓰라린 과거가 숨어 있었다. 비경뒤에 숨어있는 제주 사람들의 아픈 흔적을 밟고 올레꾼들은 그저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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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동굴 일출봉 허리에 있는 진지동굴 ⓒ 김강임

▲ 진지동굴 일출봉 허리에 있는 진지동굴 ⓒ 김강임

수마포해변 일출봉해안 일제동굴진지는 서귀포시 성산리 79번지 공유수면에 있으며 등록문화제 311호이다. 전쟁말기 일본은 미국의 본토 상륙에 대비하여 제주도를 결사 항전의 군사기지로 삼았다. 일출봉 해안 동굴진지는 일본군이 해상으로 들어오는 미국함대를 향해 자살폭파 공격을 위해 구축한 군사시설이다.

 

 일본군은 일출봉 동쪽 해안을 따라 왕자와 일자를 모양으로 동굴식갱도를 뚫어 놓았다. 이 군사 시설에는 일본 해군 특공부대 제434 진야대가 배치, 바다로 올라오는 미군 함대를 겨냥했다.

 

 현재 확인되는 동굴진지는 20곳 이상이며 왕(王)자 형은 100m가 넘는 대형, 일(一)자 형은 8-20m 정도의 규모이다. 화산재 등으로 굳어진 연약지층에 굴착하여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현존하는 일본군 군사유적 가운데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수마포 해변 안내표지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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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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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1코스는 시흥초등학교-광치기해변까지로 15km,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 것 같습니다. 이날 길위에서 만났던 올레꾼들께 감사드립니다.

2009.09.25 19:1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주올레 1코스는 시흥초등학교-광치기해변까지로 15km,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 것 같습니다. 이날 길위에서 만났던 올레꾼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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