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의 끝엔 종착역이 보인다

[서평] <3억 5천만원의 전쟁>

등록 2009.10.07 11:45수정 2009.10.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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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죽마고우 하나가 날 찾아왔다. 경기도에서 가구공장을 하는 친구인데 납품이 있어 대전에 왔다가 날 보자고 온 것이었다.

 

나와 함께 두주불사형의 친구는 그러나 천안에도 들러야 한다면서 한사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연신 술을 따라주는 친구가 퍽이나 고마웠다.

 

친구가 물었다.

 

"이제 너도 올해만 지나면 고생은 끝이겠구나?"

 

친구의 그 말은 내년 초에 대학을 졸업하는 내 아들과 딸을 염두에 둔 '덕담'이었다.

 

"그래! 내년부턴 지금과 같은 고생을 안 해도 될 듯 싶어 벌써부터 기대가 만만이다."

 

1997년에 불어 닥친 IMF라는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건 나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었다. 그 바람에 그동안 벌었던 모든 걸 죄 까먹고도 부족하여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빚쟁이들의 아갈잡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도의 모멸감과 수치심까지 동반하였다. 견딜 수 없었던 나는 급기야 자살까지를 기도하게 되었다.

 

허나 그 것이 실패로 나타나면서 나는 마음을 일거에 확 바꾸는 전기와 조우하게 되었다.

저승사자가 일부러 자신을 찾아온 날 저버린 건 가족을 위해 더 살다 오라는 명령으로 들렸다.

 

죽었다가 다시 산 목숨이란 사관으로 정립하고 심기일전의 삽을 높이 들었다. 기본급 한 푼 없는 비정규직 출판물 세일즈맨으로 입사하여 아침 여섯 시부터 출근하는 습관을 다시 들였다.

 

인터넷문화가 착근된 때문으로 도서 인구는 나날이 급감하여 수입은 과거완 사뭇 달랐다. 그렇다고 하여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돈이 된다면 투잡, 쓰리잡의 일환으로 글을 쓰고 각종의 알바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분으로 두 아이를 모두 이름만 대면 다 부러워하는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3억 5천만 원의 전쟁>(이종룡 刊 들녘 版)은 나이가 나와 비슷한 저자가 IMF의 직격탄에 쓰러져 회생불능의 늪에 빠졌다가 기사회생한 '일대기'를 다룬 장엄한 '작품'이다.

 

아내에게 10년이 넘도록 1000원짜리 한 장을 가져다주지 못 했던 저자에게 있어 월급날은

남들처럼 술을 먹는 날이 아니라 '빚을 갚는 날'이었다.

 

그는 자그마치 하루에 7개의 아르바이트까지를 하면서까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냈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 2시간을 견지하며 악착같이 돈을 번 그는 결국 '3억 5천만 원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그럼 그의 그같은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나쁜 습관이란 몸에 새긴 문신이다'는 신념으로 무장했다.

 

즉 문신을 한 번 몸에 새기면 평생 남듯 부정적인 생각은 애당초 버리고 출발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언젠가 후회하며 지낸 오늘을 다시 후회할 수 있다!'는 사관으로 매진했다.

 

나처럼 못 배워 극심한 고통의 수렁에 빠지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평소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러했음으로 도시락을 몇 년째 싸 가지고 출근하는 것과 때론 차비마저 없어(아이들 교육비 부담은 더 말 해 무엇하랴!) 걸어서 집까지 간 적도 실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생의 끝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종착역이 보이는 즈음이다. 대기업에 낸 신입사원 지원 서류가 합격한 아들은 조만간 최후의 분수령인 면접을 치른다.

 

매사 똑 떨어지게 잘 하는 아들인지라 그 험준한 산맥마저 너끈히 넘어설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년 연속 장학생인 딸 역시도 여전히 우리 가족 모두의 뿌듯한 자부심임은 물론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불현듯 <3억 5천만 원의 전쟁>의 저자 피력처럼 아내에게 10년이 넘도록 1000원짜리 한 장을 가져다주지 못 했다는 구절이 가슴을 요동치며 그예 눈시울을 자극한다.

 

가난하다고, 돈이 없다고 남편을 무시하고 그도 부족하여 뺑소니까지 치는 철없는 아내도 존재하는 비정한 사회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인생길이었을지라도 아내가, 그리고 가족이 곁을 지켜주었기에 이 책의 저자나 나 역시도 그 험산준령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 아들이 취업하면 연락해서 술을 거하게 내마!"

 

친구는 반드시 그리 될 거라며 내 손을 꽉 잡아주었다.

 

친구의 두 손에선 진득하고 따뜻한 우정이 온천수처럼 솟았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됐습니다  

2009.10.07 11:4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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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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