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1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제주올래, 발상의 전환을 배우자'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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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10만인클럽 특강 1부 ⓒ 박정호
14일 저녁 7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의 다섯 번째 강사는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었다. 서 이사장은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거치며 23년간 언론인 생활을 했다. 스스로를 전형적인 일 중독자였다고 진단한 그의 표현대로 "지지고 볶는" 세월이었다.
"기자는 가장 경쟁이 심한 직업이다. 일년에 특종이야 기껏 한, 두 번이고 나머지는 물먹는다고 봐야한다. 다른 주간지에서 특종한 걸 보면 너무 속이 상해서 가슴에 암 덩어리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여러 해 동안 정신과 육체를 갉아 먹었던 것 같다."'총성 없는 전쟁터', 매 순간 피 말리는 취재현장은 기자로, 편집장으로 살았던 서 이사장을 괴롭혔다. 40대 중반이 되자 몸이 아파왔다. "어느 날 갑자기 굉장히 지치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 하나 까딱 못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울면서 내일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잠들었다."
2003년 4월, <시사저널>의 새 경영진과 기자들의 갈등이 깊어졌을 때, 편집장이었던 그는 훌쩍 사표를 냈다. 그리고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브라질에 사는 한국 교포 여성이 오십줄에 접어들어 난생 처음 혼자 길을 떠나 장장 800Km를 걸었던 경험을 쓴 여행기였다. 그 길의 이름은 '산티아고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도 언젠가 이 길을 걸어야지"라고.
백수가 된 지 2년이 다 되어 가던 2005년 봄,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에게 편집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모르는 세계를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어 이틀 만에 수락'했다. 첫 월급이 나오던 날, 월급의 일부를 뚝 떼어내어 적금을 들었다. 그리고 '산티아고 적금'이라고 이름 붙였다. 2년간의 임기가 끝나면 훌쩍 떠나리란 다짐을 하면서.
"처음 7, 8개월은 너무 재미있었다. 네티즌의 여론이 정부의 제도개선까지 이끌어 내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도 받았다. 그런데 새로운 연인의 신선함이 사라지자 '산티아고'의 열망이 솟아올랐다. 일 년이 되자 도저히 안 되겠구나 싶었다."
여러 날 고민하던 그는 '사회적 책임도 개인의 행복을 저당 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떠나기로 결심한다. <오마이뉴스> 편집장을 맡은 뒤 1년 2개월 만이었다. 두 달 동안 "새로 산 등산화와 배낭의 무게를 몸에 익히기 위해" 집에서 여의도 공원까지 12Km를 매일 걸었다.
그리고 2006년 9월 스페인을 향해 떠났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대서양에 이르는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그 길은 '땅 끝까지 전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성 야곱이 걸었고, 수많은 수도사들과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이었다.
"자기 나라로 가 각자 길을 만들자, 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