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단식기도' 문규현 신부 의식불명

10일째 기도하다가 쓰러져... 여의도 성모병원 입원

등록 2009.10.22 12:04수정 2009.10.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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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기도를 열흘째 하고 있던 문규현 신부가 22일 새벽 실신해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있다. 병원 측은 "문 신부가 단식으로 인해 기력이 쇠해서 부정맥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경태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기도를 열흘째 하고 있던 문규현 신부가 22일 새벽 실신해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있다. 병원 측은 "문 신부가 단식으로 인해 기력이 쇠해서 부정맥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경태

[기사보강 : 22일 오후 3시]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기도 중이었던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문규현 신부가 22일 실신해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문 신부는 지난 12일부터 전종훈, 나승구 신부와 함께 10일째 단식기도를 하고 있었다.

 

문 신부는 이날 새벽 5시 10분께 서울 신월동 성당에서 실신한 후, 이대 목동병원에 서 응급처치를 받고 이날 오전 8시 55분 경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문 신부는 심장마비로 실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장 최승필 교수는 "(문 신부께서) 새벽에 쓰러지신 뒤 맥과 호흡이 없어 처음 문 신부를 발견한 나승구 신부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에 연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응급조치가 신속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대 목동병원으로 이송되는 중에 두 번 부정맥(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혹은 불규칙해지는 것)이 발생해 제세동 치료를 진행한 것으로 들었다"며 "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의식은 불명이지만 혈압 등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신부는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내일쯤이면 의식을 회복하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 의식회복을 위해 저체온요법 등을 사용하고 있고 아직까지 심장박동이 불안정해 의식이 회복되는 대로 심장내과의 진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일 간 단식을 하셔서 기력이 쇠하셨을 것이라며 전해질 검사 결과 수치가 불균형으로 나와 입원 후부터 교정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 신부가 단식 중에 실신·입원한 소식이 전해지자 문 신부의 가족과 용산 유가족, 동료 신부 등이 병원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오후 병원에 들러 쾌유를 빌고 돌아갔다.

 

특히 문정현 신부와 함께 온 용산 유가족들은 단식기도 중인 전종훈 신부 등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제 제발 단식을 그만하시라, 이러면 유가족들도 단식을 함께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종훈 신부 "어제 검찰 구형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영향 있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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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문규현 신부가 22일 쓰러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전종훈 신부가 고개를 떨군 채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 남소연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문규현 신부가 22일 쓰러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전종훈 신부가 고개를 떨군 채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 남소연

함께 단식기도를 했던 전종훈 신부 등은 지금 병원에서 문 신부가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전종훈 신부는 "(문 신부가) 단식으로 (전해질 등의) 수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심장마비가 온 것 같다"며 "연세가 많으시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어제 용산 유가족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고 이상림씨의 아들인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 용산참사 농성자 9명에게 징역 5~8년에서 중형을 구형했다.  

 

전 신부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9달이 다 지났는데 해결에 대한 어떤 실마리조차 없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태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희망으로 버텨왔는데"라며 어제 검찰이 구형한 형량에 대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어제 검찰의 구형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이 겉으로는 '그래, 그러려니' 해도 속으론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것이 민주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냐'고 했다. 마음속으로 원망과 충격이 쌓였다."

 

한편, 매주 월요일부터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에서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어온 사제단은 오는 11월 2일 저녁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시국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용산 참사 #살아있는예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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