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갈아 엎은 '무'처럼 될까봐 걱정

농사짓는 아버지의 딸이 보내 편지엔 우리 시대 농부들이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등록 2009.10.29 17:45수정 2009.10.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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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샘플 강원도 홍천에서 73살의 농부가 보낸 농산물 샘플입니다. ⓒ 참거래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다 보면 농사짓는 부모들의 사연을 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연의 내용 대부분은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데 판로가 없어 힘들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사연들 중에는 친환경 인증이 없어 판매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미 동일한 농산물이 너무 많아 판매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읽다 보면 모두 팔아주고 싶지만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쉬운 일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온 메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생산자님의 큰따님께서 올리는 글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의 산골에 계시는 저희 친정 부모님의 무농약 농산물을 판매하고자 합니다. 두 분 모두 연로하신데 유기농 농사를 짓고도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판로 또한 어려움이 많습니다. 큰 딸인 제가 아는 이의 도움으로 참거래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거래의 도움을 받고자 올렸습니다.

무농약으로 어렵게 지은 농사인데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판매하기에는 무리이고, 생산량조차 자꾸 줄어 농사에 들인 농비조차 나오지 않는 현실에 많은 실망을 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도와드릴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부모님께서 자식처럼 키우신 첫 무농약 농산물입니다. 비록 제 값은 아니더라도 유기농산물 시가보다 저렴하게 드리신다니 소비자들께도 유익한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소비자분들 모두에게 충만한 기쁨이 되길 바라며...


강원도 홍천 산골 마을에서 온 '농산물 센플'이 도착했다

큰따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을 사람도 없다 하여 샘플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3일 후 따님의 아버지가 보낸 샘플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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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자색고구마 맛이 좋은 밤고구마와 자색고구마도 농약을 주지 않고 재배했다고 합니다. ⓒ 참거래


'농산물센플'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강원도 고냉지 무 상자였습니다. 샘플로 보낸 것은 밤고구마와 자색고구마, 그리고 무와 단호박입니다. 자색고구마는 수량이 얼마 되지 않아 쉽게 판매가 될 것 같았지만 문제는 무와 단호박입니다.

무의 경우 작년에 1만 평을 심었는데 팔지를 못해 모두 갈아엎었다고 하시더군요. 그 속마음이 어쨌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농부에게 농산물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스스로 갈아엎는 기분은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지요.

올해는 무를 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작년에 구입한 무 씨앗이 많아서 다시 심으셨다고 합니다. 무를 먹어보니 시원하고 아삭해서 그냥 먹어도 맛이 좋았습니다. 방금 캔 것이니 싱싱함은 기본이겠지요. 자색고구마는 저도 처음 먹어봤는데 무슨 달콤한 고구마 케잌 같은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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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냉지 무 작년엔 무를 심어서 모두 갈아엎었다고 합니다. 무는 시원하고 아삭하니 맛이 좋았습니다. ⓒ 참거래


그리고 문제의 단호박이 있었습니다. 단호박은 크게 2가지로 나눕니다. 작은 단호박으로 단맛이 좋은 미니단호박(보우짱)과 크기가 크고 담백한 맛의 아지지망이라는 품종입니다. 보우짱의 경우 단맛이 강해서 요즘 분들이 많이 찾는 품종이고 가격이 비쌉니다.

산골 노부부가 심은 단호박은 아지지망이라는, 1kg 전후 크기의 단호박이었습니다. 찜기에 넣어 푹 쪄서 먹어보니 맛은 담백하니 좋았습니다. 죽으로 끓여 드셔도 좋답니다. 전자레인지에 8분 정도 요리해서 간편하게 간식으로 드셔도 맛이 좋습니다.

올해 73살이 되신 차태인 농부가 심은 단호박은 모두 1만 평이라고 합니다

만 평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요. 축구장 하나가 2200평 정도니까 4개 하고도 1200평이 남는 크기입니다. 이 크기의 단호박을 심으면 10톤 정도는 생각해야 하지만 해발 600미터 강원도 홍천의 고지에서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5톤 정도를 수확하셨다고 합니다.

판로가 없어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도 일반 농산물로 판매를 했는데 그나마 크기가 큰 것은 가격이 좀 있는데 무농약으로 키우다 보니 중간 크기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관행으로 팔아서는 품값도 안 된다고 합니다. 제초제를 쓰지 않다 보니 사람 손으로 제초를 해야 해 인건비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평이나 되는 농사를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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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무농약으로 어렵게 키운 단호박이 판로가 없어 힘든 상황입니다. ⓒ 참거래


5톤이나 되는 무농약 단호박, 5kg씩 판매하며 1000상자나 됩니다

단호박은 2달 정도 보관이 가능하지만 강원도라서 워낙 춥고 눈도 많이 오는데다 산골(해발600m) 오지마을이고 비포장 도로가 있어 도로시설이 열악하다고 합니다. 곧 있으면 큰 눈이 내릴 것이고 기온이 뚝 내려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십니다.

생산자 차태인 농부는 올해 73살의 농부로 15년 전에 귀농하여 산골오지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작년엔 단호박을 심은 곳에 무 1만 평을 심었는데 판로가 없었어요. 모두 갈아엎었지요.   올해는 단호박을 심었는데 그것마저 쉽지가 않네요. 우리 딸이 농사 짓지 말라며 종자집에 외상도 주지 말라고 부탁하고 다녔는데 농사를 안하면 자꾸 딴 생각이 나서요. 사람에겐 항상 희망이 있어야 하지요. 네 그렇지요."

단호박은 잘라서 쪄 드시거나 죽으로 드셔도 좋고 보관도 꽤 오랫동안 가능합니다. 이렇게 싼 가격에 팔아도 되겠느냐 여쭸습니다. "일반 농산물로 애써 무농약으로 키웠는데 알아주지도 않으니 정성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라도 공급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무농약 단호박 5kg 9900원에 무료배송으로 공급한다고 합니다.  단호박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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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농부 이제 산골에 남은 농부들할머니 할아버지뿐입니다. ⓒ 참거래


포장비와 배송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곧 강원도 산골에 눈이라도 내리고 날이 추워지면 작업도 어렵고 쉽게 썩기 때문에 서둘러 팔았으면 하십니다. 어느 정도나 팔지는 모르지만 2달 정도 지나면 보관이 어렵고 상하기 때문에 빠른 소비가 필요합니다. 아이들 과자 하나도 몇 천원씩 합니다. 단호박 한 개면 한 가족이 간식으로 충분히 드 실 수 있는 양입니다. 단호박으로 죽을 끓여 드셔도 좋아요.

단호박에는 탄수화물, 섬유질,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고, 카로틴 형태로 들어 있는 풍부한 비타민 A를 비롯해 식물성 섬유와 비타민 B. C. 칼슘과 철분. 인 등의 미네랄이 균형 있게 들어 있어 건강에 좋습니다.

더불어 감기를 예방해 줄 뿐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에 단호박으로 가족의 간식과 더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답니다. 강원도 산골 노부부의 단호박 가격도 저렴하고 농부도 돕고 가족 건강도 챙기고 가격도 저렴하답니다.

강원도산골 노부부의 SOS 단호박 구매하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거래농민장터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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