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야당의원 팔 뿌리치고 시정연설 대독

[현장] '난장판' 된 대통령 시정연설

등록 2009.11.02 12:21수정 2009.11.02 12:30
0
원고료로 응원
a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이진삼 의원 등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발언대로 나와 시정연설 이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먼저 해야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이진삼 의원 등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발언대로 나와 시정연설 이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먼저 해야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a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발언대로 나와 시정연설 이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먼저 해야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발언대로 나와 시정연설 이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먼저 해야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일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대통령 시정연설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이 또 한번 난장판이 됐다.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각 당 의원 1명씩 의사진행발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대통령 시정연설 전에 의사진행발언을 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난 뒤 의사진행발언권을 주겠다"고 말하며 정 총리를 불러내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정 총리가 시정연설을 위해 나오자 류근찬, 조순형, 이상민, 이진삼 등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갑자기 의장석으로 뛰쳐나왔다. "여야 합의사항을 왜 국회의장이 마음대로 하느냐", "총리가 무슨 시정연설이냐, 이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항의도 쏟아졌다.

 

정 총리가 발언대에 서자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재윤, 우제창 의원 등도 발언대로 나와 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을 가로막았다. 한나라당 장제원, 박진 의원이 야당의원들을 말리면서 의장석 앞은 순식간에 의원들의 몸싸움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 총리도 쏟아지는 고성 속에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그러자 일부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정 총리를 향해 "연설 중단하라",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진삼 의원은 정 총리의 오른팔을 붙잡고 "그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뒤를 한번 돌아본 정 총리는 이 의원의 손을 뿌리쳤다. 정 총리는 야당의원들의 항의 속에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읽어내려갔다. 급기야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10시 18분께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도 자유선진당 의원들과 동반 퇴장했다.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대통령 시정연설을 읽는 정 총리 코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날 때까지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라는 펼침막을 들고 용산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총리에게 항의를 표시했다.

 

약 15분간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나고 정 총리가 발언대에서 내려오자 강기갑 의원은 "총리는 용산참사를 빨리 해결하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정 총리는 급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도 정 총리를 따라 서둘러 일어섰다.

 

이날 본회의장 소동은 불과 20여 분 만에 끝났지만, 정 총리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탁으로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 나선 정 총리는 이날 야당의원들의 고성과 보이콧 속에 제대로 '신고식'을 치른 셈이 됐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될 대정부질문에서도 정 총리의 '고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용산참사와 관련해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용산참사와 관련해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정운찬 #시정연설 #자유선진당 #김형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