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피해아동 이름 제발 사용 마세요

언론과 인터넷에 거론되며 가족들은 2차 고통... 피해 방지 입법화 추진

등록 2009.11.02 14:58수정 2009.11.02 14:58
0
원고료로 응원
a

나쁜 어른 없는 세상을 꿈꾸며 ⓒ 최병렬

나쁜 어른 없는 세상을 꿈꾸며 ⓒ 최병렬

 

강력범죄 피해 아동의 실명이나 가명을 적시한 언론보도와 인터넷 게재글로 인해 다시 상처를 들추며 야기되는 추가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입법화 조치가 추진된다.

 

안양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 강력범죄 피해 아동의 호칭을 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법무부에 입법화 추진을 건의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안양시는 지난 2007년 12월 성탄절에 실종됐다가 이듬해 피살된 채로 발견된 경기 안양시 안양8동 모 초등학생들의 실명이 다시금 언론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거론되고 피해 부모들이 또다시 고통을 당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안양시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등 2개의 포털사이트만 확인한 결과 안양8동 피살 아동의 이름이 표기된 뉴스가 3천400여개 올라와 있고 카페와 블로그를 포함하면 1만여개가 넘고 있다.

 

더욱이 정부에서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배포한 언론 보도용 자료조차 피해 아동 실명을 표기하는 등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양시가 법령의 속칭이나 언론사 표현에서 피해아동의 호칭 사용 금지에 나선 이유는 시간이 흘렀어도 비슷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피해아동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가족들이 이름을 들을 때마다 자꾸 생각나서 괴로워 하는 2차 피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a

사회안전지원 조례에 서명하는 이필운 안양시장 ⓒ 최병렬

사회안전지원 조례에 서명하는 이필운 안양시장 ⓒ 최병렬

 

안양시, 피해아동 호칭사용 금지 및 법적 장치 마련 추진

 

실제로 관할 동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피해아동 가족중 한 집은 지난 2008년 4월 가까이 지냈던 이웃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먼 곳으로 이사를 떠났으며 일부 가족은 세상의 관심으로 부터 잊히고 싶어 이름을 바꾸기까지 했다.

 

동사무소 직원은 "사건 이후 가족들이 느껴야 하는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이름도 바꾸고 아무도 모르게 이사까지 갔겠어요. 모든 것을 잊고 싶었겠죠"라고 말했다.

 

이에 안양시는 우선 11월 초 '강력범죄 피해 아동 호칭 삭제 및 사용 금지 협조 공문'을 만들어 중앙부처와 전국 지차체에 발송, 협조를 당부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문사와 방송사, 포털사이트 등에 뉴스와 카페, 블로그에 게재된 피해 아동 호칭을 삭제 혹은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무부 인권구조과에서도 관련 협조 공문이 접수되면 검토 후 각 포털사이트 및 언론사에 정부차원의 협조 공문을 재발송하는 한편 여성가족복지부도 적극 나서는 등 2차 피해 확산을 막는데 행정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안양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함께 입법화도 건의할 예정이다. 안양시는 입법화 건의를 위한 사전 문의 결과 법무부로부터 "협조 공문을 보낸다면 형사 정책 차원에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현재 법률하에서는 피해아동의 실명을 거론해 세미나나 기사, 혹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도 제제할 수 없다는 것이 법무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판단"이라며 "시가 앞장서 피해아동 호칭사용 금지 및 법적 장치 마련을 위한 입법화를 건의해 피해가족들의 2차 피해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a

피해아동 실명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2008.4.28) ⓒ 최병렬

피해아동 실명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2008.4.28) ⓒ 최병렬

 

강력범죄 늘어나며 피해자 실명 거론에 따른 피해도 늘어나

 

한편 강력범죄가 있따라  발생하면서 그에 따른 희생자, 또는 피해자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자 안양 초등학생 유괴, 살해사건뿐만 아니라 군포 여대생 살해사건 등의 경우처럼 실명 거론 중단과 언론의 취재 자제 등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해 4월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등에 관한 법률'(성폭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며 어린이들 이름을 따 '○○·○○법'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가족들과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가 강력 반발한 바 있다.

 

가족과 여성단체들은 2008년 4월 28일 안양시청 상황실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법령의 속칭에서 희생된 어린이 이름의 '○○·○○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언론사에 대해서도 아이들 이름을 넣어 기사화하거나 표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에 법무부는 즉각 성폭력 관련법 개정안 명칭에 피해 아동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는 대책 수립 초기 이 법률 개정안을 '○○·○○법'이라 별칭하여 위 두 아동의 참혹한 죽음을 애도하고 유사한 범죄의 발생을 방지하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으나, 피해자 유족의 아픔 등을 감안하여 더 이상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정식 명칭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성폭법 개정안)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니 언론도 적극 협조하여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2009.11.02 14:58 ⓒ 2009 OhmyNews
#안양 #강력범죄 #아동범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2. 2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3. 3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4. 4 한국의 당뇨병 입원율이 높은 이유...다른 나라와 이게 달랐다
  5. 5 '포항 유전' 효과 없었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29%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