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고 기만적이었다.
절대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종종 학생들의 엄마를 볼 때가 있었다.
모두 똑똑하고 생활력도 있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앞에서는 작고 약해지는 것 같았다.
- 205쪽,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
당신은 이 정의 또는 특성의 설명에 동의하는가?
이 글에서 '아이들'이란 자신의 가족 또는 주변 이웃의 가족으로서 존재하는 '자녀들'이다. 텔레비전이나 뉴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결코 아니다.
이 소설은 영국작가의 책 "알링턴 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책이며, 문단, 언론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책 뒤편에 적힌 칭찬 또는 공감의 글을 읽어보자.
마놀로블라닉도 스타벅스도 나오지 않는,
진짜 현실을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
모성은 여성의 본능인가,
현모양처의 신화에 반기를 든 불온한 소설
위기의 주부들, 그들의 일상 뒤에 감춰진 불안과 권태
* 세상과의 타협, 특히 어머니가 된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직면해 피하지 못하는 타협에 관한 소설,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꼭 읽어야 할 책 - 영국<옵저버>
*모성이 지닌 모호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매우 드문 소설 -미국<엔터테인먼트 위클리>
* 현대 사회의 풍요 뒤에 도사린 위험, 그것이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그린 현명하고 영리한 풍자. - 미국<엘르>
* 삶의 핵심에 존재하는 진실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고, 지성적인 서술은 매우 민첩하면서도 날카롭다. -미국<더 보스턴 글로브>
당신은 당신 자녀가 모두 허세부리기를 좋아한다고 믿는가?
당신은 당신 자녀가 모두 기만적이라고 믿는가?
절대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가?
극단적인 표현이리라.
그렇게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체험하는가?
* 자신의 자녀들 - 이 경험은 아주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며 개인적이다.
* 주변의 자녀들 - 이 경험은 유리창을 통해 보거나, 이웃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듣거나 가끔은 놀러온 이웃 가족과 함께 일부분을 경험한다.
* 뉴스의 자녀들 - 뉴스는 대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기사화 되기 때문에, 내 자녀는 절대 그렇지 않아, 라는 신념을 더욱 가지게 만드는 엄청난 아이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진짜 주부들이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며, 얼마나 공감을 하며 읽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언론에서는 이 책에 쓰여진 주부들의 생각들이 불편하지만 진실이라고 말한다. 볼온하지만 모성만이 여성의 본능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참아왔지만 그것이 진정 하고 싶었던 내면의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이 정말 그렇다는 듯이, 대단한 작가라며 추켜 세워준다.
지금까지의 기본 개념을 깨트리고 불편한 속내를 끄집어 낸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속마음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속마음들이, 작가만의 속마음인지, 대부분 주부들의 속마음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쩌면 그 갸웃거림은 "내 자녀의 경험"에서 오는 거부감일 수도 있으리라.
아니면, 모두가 그렇고 사실이 그런데, 나만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내에게 속고, 자녀에게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속마음까지 모두, 결혼할 당시의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부부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결혼 15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는 아직도, 날마다 문자 메시지로 "사랑해"를 주고 받으니, 모든 부부들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의심스러워진다.
자녀를 몹쓸 짐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여성성을 찾는 것이라면, 모성의 본능을 버리는 것이 여성성을 찾는 것이라면, 그것은 좌파 우파 논리처럼, 흑백논리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이 책이 그러한 속마음 일부를 마이크를 들이댄 것처럼, 확대경을 들이댄 것처럼, 앰프를 거쳐 스피커로 확대해 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저, 작은 일부분을 확대 해석하고, 그 부분만 집중해서 그런 것이라고. 아직 우리 세상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족이 더 많다고...
남편이 집에 들어서면, 낯선 집에 온 것처럼, 서걱거리는 모래가 된다면 이를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알링턴파크라는 도시가 주는 중산층의 이미지. 그것에 걸맞게 살아가려는 노력의 모든 것은, 삶이라는 것이,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집중시키고,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의 아파트로 넓혀 가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반어적으로 깨우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런 외침이라고 여겨진다. 의외로 그런 가정이 많다고, 그런 주부가 많다고. 이제 좀더 진솔해지고 자유롭고 싶다고.
오늘 다시, 내 아이들과 내 가족을 생각해본다. 우리 가족의 모습은, 하루는 과연 어떠했는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예스2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1.06 10:24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인, 아동문학가, 독서운동가>
좋은 글을 통해 이 세상을 좀더 따뜻하게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