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356)

― '인생의 목표', '인생의 빛' 다듬기

등록 2009.11.09 18:12수정 2009.11.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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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인생의 목표

 

.. "자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가?" ..  《추모문집간행위원회 엮음-현암 조상원》(현암사,2001) 314쪽

 

 '목표(目標)'는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만, 뒷말과 묶어 "무엇을 하고 싶은가"나 "무슨 꿈이 있는가"나 "무엇을 하려 하는가"나 "이루고픈 꿈은 무엇인가"로 다듬어 주어도 잘 어울립니다.

 

 ┌ 인생(人生)

 │  (1)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   - 고달픈 인생 / 허무한 인생 / 인생의 전환점 /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2) 어떤 사람과 그의 삶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

 │   - 가엾은 인생 / 밑바닥 인생 / 인생이 불쌍해서 살려 준다

 │  (3) 사람이 살아 있는 기간

 │   - 인생의 황금기 /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이다

 │

 ├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가

 │→ 살아가는 목표가 무엇인가

 │→ 살아가는 까닭이 무엇인가

 │→ 무엇을 하려고 사는가

 │→ 왜 살아가는가

 └ …

 

 '인생(人生)'이라는 한자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사람이 살아가는 일, 둘째, 목숨을 지닌 사람, 셋째,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여러 쓰임새가 있는 말이니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달라지는 쓰임새에 따라서 쉬엄쉬엄 풀어 주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인생이 불쌍하다"보다는 "사람이 불쌍하다"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보다는 "삶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고달픈 인생"보다는 "고달픈 삶"이나 "고달픈 하루하루"로 말입니다.

 

 ┌ 자네, 살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자네, 살면서 이루고픈 꿈은 무엇인가

 ├ 자네,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하려 하는가

 ├ 자네, 무슨 꿈이 있는가

 └ …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목표'를 살려 놓으면서, "살아가는 목표가 무엇인가"로 손질해 볼 수 있습니다. 한자말 '목표'까지 털어내면서 "살아가는 뜻은 무엇인가"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왜 사는가?"라든지 "무엇 때문에 사는가?"로 손질해도 되고, "무엇을 하려고 사는가?"라든지 "살아가며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우리 느낌과 생각을 살리면서 알맞는 말을 넣어 봅니다.

 

 ┌ 허무한 인생 → 덧없는 삶 / 부질없는 삶

 ├ 인생의 전환점 → 삶에서 갈림길

 └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돈이 우리 삶 모두는 아니다 / 돈이 모두는 아니다

 

 한자말 '인생'을 곰곰이 따지고 보면, '사람 + 삶'이라 하여 '人生'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사람삶'이라는 말마디를 빚어낼 수 있는 셈이고, '한삶(← 일생)'이나 '온삶(← 평생)' 같은 말마디 또한 새롭게 빚어낼 수 있는 셈입니다.

 

 우리 스스로, 사람삶이니 한삶이니 온삶이니 하는 말마디를 안 써 버릇해서 그렇지, 이와 같은 말마디를 빚어내어 즐겁게 쓰고 또 쓰고 거듭 쓰고 한다면, 금세 이 말마디가 우리 입과 손과 귀와 눈에 익으리라 봅니다. 어떠한 말이든 스스로 내 삶으로 받아들여서 즐거이 써야 익숙해지고 뿌리가 내리면서 문화가 됩니다.

 

 ┌ 가엾은 인생 → 가엾은 삶 / 가엾은 사람

 ├ 밑바닥 인생 → 밑바닥 삶 / 밑바닥 목숨

 └ 인생이 불쌍해서 살려 준다 → 목숨이 불쌍해서 살려 준다 / 불쌍해서 살려 준다

 

 더 좋은 말이나 더 나은 말이란 따로 없습니다. 더 아름다운 말이나 더 훌륭한 말 또한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내 삶에 묻어나는 말이 있을 뿐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대로 말을 하고, 내가 살아가는 대로 말을 받아들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대로 말을 하며, 내가 살아온 대로 말을 듣습니다.

 

 나 스스로 좀더 옳고 바른 길을 걸어가려고 애쓴다면, 아직 서툴거나 어리숙하다 할지라도 차츰차츰 맑고 밝은 말과 글을 붙잡거나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짓궂거나 얄궂은 길에서 맴돌고 있다면, 오늘로서는 훌륭하거나 대단하다 할지라도 앞으로는 케케묵고 고리타분한 말과 글로 나동그라지거나 굴러떨어질 수 있습니다.

 

 ┌ 인생의 황금기 → 살면서 빛나는 동안 / 삶에서 빛나던 한때

 └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 내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모든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말마디라 하고 싱그러운 글줄이라 하여도,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 다르게 꾸리는 삶결대로 다 다르게 말결을 풀어내어야 옳지 않느냐고 느낍니다. 똑같은 목숨이란 하나도 없고, 똑같은 집이나 몸이나 생각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이하여 사람들 말씨는 죄다 어슷비슷할까요. 어찌하여 사람들 글투는 모조리 도토리 키재기일까요.

 

 겉치레에 빠지고, 겉발림에 찌든 모양새가 어디에서나 한결같습니다. 겉꾸밈이 가득하고, 겉껍데기 두꺼운 매무새가 언제나 매한가지입니다. 즐거이 어깨동무하며 하나되는 말이 아닌, 물결타기와 바람타기에 따라 뒷꽁무니 쫓기만 하면서 판에 박히는 말이 되기 때문일까요. 판에 박힌 삶, 판에 박힌 생각이기 때문인가요.

 

ㄴ. 인생의 빛

 

.. 선생님 덕분에 나는 인생의 빛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38쪽

 

 "선생님 덕분(德分)에"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선생님 때문에"나 "선생님이 있어서"나 "선생님이 도와주어서"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발견(發見)하게 된 것입니다"는 "찾았습니다"나 "찾은 셈입니다"로 다듬어 줍니다.

 

 ┌ 인생의 빛을

 │

 │→ 인생에서 빛을

 │→ 내 삶에서 빛을

 │→ 살아갈 빛을

 └ …

 

 사니까 '삶'입니다. 꾸니까 '꿈'이고, 자니까 '잠'입니다. 있는 그대로 하던 말이요, 있는 그대로 나누던 글입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오늘날 흐름에서는, 이처럼 있는 그대로 하는 말보다는 없어도 있는 듯 꾸미고 있어도 없는 듯 감추는 말이 퍼집니다만, 어찌 되었든 살아가는 모습을 두고 '삶'이라고 일컬어 왔습니다.

 

 ┌ 나는 삶빛을 찾았습니다

 ├ 나는 살아갈 빛줄기를 찾은 셈입니다

 ├ 내가 붙잡을 빛을 찾았습니다

 ├ 내가 붙잡을 빛줄기를 찾은 셈입니다

 └ …

 

 꾸밈없이 살아가자면 언제나 뒷통수를 맞을밖에 없는 오늘날인지 모릅니다. 이리하여 꾸밈없는 말, 꾸밈없는 생각, 꾸밈없는 삶이란 송두리째 내다 버리면서 꾸밈있는 말과 생각과 삶으로 나아가는지 모릅니다. 수수하게 나누며 어깨동무하는 말과 생각과 삶보다는, 내 이웃이라 할지라도 등을 밟고 올라서며 홀로 잘 먹고 잘 사면 되는 말과 생각과 삶이 되기를 바라는지 모릅니다.

 

 어떤 말이건, 내 생각대로 읊으니까요. 어떤 글이든, 내가 살아가는 대로 끄적이니까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제 삶을 가꾸거나 북돋우는 말을 잃거나 버리는 까닭이라면, 제 삶을 일구거나 보듬는 생각을 잊거나 내치는 까닭이라면, 아무래도 사람들 스스로 제자리에서 제 깜냥껏 아름답게 살아가기보다는, 남 자리를 빼앗아 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프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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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1.09 18:1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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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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